초등학교 2학년, 해야 할 일을 미뤄도 너무 미뤄요
초등학교 2학년, 해야 할 일을 미뤄도 너무 미뤄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1.09.2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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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숙제하고 놀아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숙제를 하고 놀아라'와 같이 기준은 없고, 개념만 있으면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스케줄과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고, 최대한 가능하면 촘촘하게 설계합니다. ⓒ베이비뉴스
'숙제를 하고 놀아라'와 같이 기준은 없고, 개념만 있으면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스케줄과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고, 최대한 가능하면 촘촘하게 설계합니다. ⓒ베이비뉴스

Q.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숙제나,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어요. 끝가지 미루다 결국 하기는 하는데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안하고 버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A.

1. 시간에 대한 불편한 정서를 봅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미루면 부모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느껴서 '숙제를 하고 놀아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못 놀게 하는 것도 아닌데, 숙제를 하고 편하게 놀면 될 텐데 왜 그리 미루는지, 답답함을 호소하는데 결국 미루는 습관이 있는 아이도, 시간에 대해 예민한 부모도 시간에 대한 불편한 정서가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숙제를 늦게 하고 미루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시간 개념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시간에 대한 강박적인 사고가 있을 수 있고, 강박적인 사고의 시작은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숙제를 미루는 습관으로 인해 아이와 부모가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시간에 강박적인 사고가 갈등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2. 행동과 습관은 정서가 결정합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바른 습관을 기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해야 할 일의 중요도나 상황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수행하는 것은 경험과 반복적인 교육으로 가능한데, 이때 경험은 정서가 기본이 됩니다. 또, 상황을 판단하고 현실을 검증하는 능력이 충분해야 적절한 수행이 가능합니다. 상황과 현실을 검증하는 능력은 정서의 상태가 중요하고, 판단력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일과와 일상생활에서 시간을 계획할 수 있는 것은 능력이라기보다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능을 충분히 잘하면 계획적인 시간관리가 능력이 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아동에게 모델은 양육자인 부모로, 아이에게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 지 체크해 봅니다. 대체로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부모 자신이 시간에 철저하고 계획적이라 아이에게도 강요하거나 또는 반대의 경우로 아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충족하려는 심리일 수 있습니다.

때론 형제, 자매가 양방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형은 숙제를 안 하는데, 왜 나만 해야 돼’ ‘동생은 항상 미루는데, 왜 나는 숙제를 먼저 해야 돼’ 등 서로를 비교하면서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닮아 갑니다. 정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 속도가 빠릅니다. 반면 긍정적으로 형성된 정서는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지킴이로서 순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순기능을 하는 정서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습관을 만들어 가는데 윤활유와도 같습니다.

3.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좋은 습관이 형성됩니다

'숙제를 하고 놀아라'와 같이 기준은 없고, 개념만 있으면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스케줄과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고, 최대한 가능하면 촘촘하게 설계합니다.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야 작은 물고기까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낭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느슨하고 허술한 그물처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과 유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은, 시간이라는 틀에 끼워서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시간과 할 일 들을 도식화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해야 하는 것과 요일 별로 해야 하는 것으로 나눕니다. 큰 덩어리를 조각하듯 형태가 드러나도록 나누고 구분하며, 분류합니다. 매일 해야 하는 것은 다시 시간대 별로 나누고,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으로 다시 나눕니다. 이와 같은 계획은 아이가 주도해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는 도와주는 정도의 역할이 적당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인데, 촘촘한 그물은 공간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과 공백의 짜임이 규칙적으로 일정함을 의미합니다. 공백과 공간이 없는 그물은 물과 고기가 뒤섞여 고기를 구분해서 낚을 수 없습니다. 물은 쏙 빠지고 물고기는 크기별로 모두 남아야 좋은 그물일 것입니다. 보통 아이에게 쉬는 시간을 주면 흐트러져서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오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숙제나 공부를 몰아서 모두 끝낸 다음에 놀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계획하는 것은 기준을 세워, 경계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쉬는 시간과 활동을 번가라가며 경험해야 합니다. 이때의 경계는 놀이와 학습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계획대로 잘 안 되고 실패를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해서 익숙한 패턴으로 장착하면 안전한 틀로서 기능을 하게 됩니다. 틀이 만들어지면 미루는 습관은 개선 될 수 있으며, 역으로 안전한 기능을 하는 틀이 없기 때문에 막연하고 조각되지 않은 덩어리처럼 행동을 구체화해서 실천하지 못하고 미루게 될 수 있습니다.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그물을 엮는 것처럼 정성을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일이며, 그래야만 결과물이 낚이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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