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난 뒤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백신 접종 참여율도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고 하고, 나를 포함한 주변에도 걱정은 되지만 꼭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다들 있었던 것 같다. 접종 후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첫날은 거리와 식당가가 마치 2002월드컵 당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였던 것 같다. 이래도 되나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너무 오랜 시간 참아야 했던 것들을 공감하기에 나도 잠깐은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기쁨은 찰나였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고, 이젠 내가 속한 동네, 일터, 아이 유치원 등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시 계획되었던 행사와 일정이 취소되었고, 이전보다 몸을 더 사리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오미크론 변이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생겨났다. 이제 백신 2차 접종 완료자라는 것도 무색해진 듯하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은 추가로 접종을 하셨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곧 부스터샷을 맞아야 할 것 같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연령대는 더욱 낮아져서 최근에는 청소년도 대부분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독감 예방 주사조차 끙끙 앓는 아이에게까지 그 대상이 확대될 것 같아 불안하고 무섭다. 그런데 또 백신을 맞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격리될 것 같은 시선과 제도 또한 두렵다. 게다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는 하나, 단 한 명이라도 부작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게 아이들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애초에 ‘위드코로나’라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판단이었는지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 난국을 함께 헤쳐가야 한다는 의미이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일부의 제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유치원을 다니는 2년 동안 현장학습이나 소풍을 가본 적이 없다.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유치원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취학 아동들에게 화상 수업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무사한 하루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마냥 가엾고 안쓰럽다.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속상해지기도 하는 요즘이다. 별 수 없으니 또다시 나라에서 정한 지침을 믿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1차, 2차 백신 접종 후 며칠간 고열에 시달렸던 나로서는 백신 자체가 두렵지만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스터샷뿐이겠는가! 백신 효과가 소멸될 시점의 재접종, 또 다른 변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어른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무의미하지 않게, 유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삼고초려해 주시길 바라는 입장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지난 역사에서도 그래왔듯이 지혜롭게 이겨내는 나라, 한민족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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