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복지관에서 일하던 중 쪽방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상이 걸렸고 영등포구 전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기관이 모였다. 더욱이 부모 모두 지체 장애라 아동 가족을 돕는 데 연계될 수 있는 모든 자원이 동원되었다. 덕분에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많은 것이 지원되었지만 단 하나, 여전히 아동 가족이 사는 곳은 '쪽방‘ 이었다. 자원연계 중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집 문제였음에도 전세 및 매입임대 신청 기간이 아니라서, 집을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없어서 등 결론은 ‘당장 이동은 어렵다’ 였다.
쪽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고 그곳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동이 있는 가족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은 부모가 아닌 앞으로 성장해야 할 아이를 위해 하루빨리 이 가정의 이사를 도와야만 했다. 이에 서울시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아동매입임대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아동이 있는 가정이기 때문에 선정률이 가장 높았으며 매입임대라 장기거주가 가능하고, 신청 시기가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두 달간의 신청 기간 동안 아동 가족은 그대로 쪽방에 있어야만 했고 무더운 여름이 지난 후 이사를 할 수 있었다.
2020년 12월, 드디어 영등포구에도 구내 최초로 긴급임시주택이 설치되었다. 민간 주거네트워크기관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영등포주거복지센터, 주거복지연대의 3자 협약을 통해 만들어진 주택으로, 방 2칸과 부엌 겸 거실로 이루어진 면적 11평의 집이었다. 긴급임시주택 설치 이후 다음 해 3월, 코로나19로 실직한 부부가 살던 집에서 쫓겨나 만 3세 아동과 모텔에서 생활하는 위기가정을 발견했다. 다행히 가족은 당장 긴급임시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겨 임대신청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이후 8월에도 가정폭력으로 쫓겨나 오갈 곳 없는 한부모 가정이 긴급임시주택에 입주하여 주거환경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사각지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긴급임시주택이 설치된 곳은 서울시 자치구 25개 구 중 13개 구 60호가 전부다. 긴급임시주택이 안정적인 거주지로 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임에도 자원 및 예산확보가 어려워 추가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긴급임시주택을 새롭게 만들더라도 고시원이나 원룸이 전부라 가구원 수가 많은 가정은 위기가구가 되었을 때도 당장 입주가 어렵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이 위기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벗어날 때 국가는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민이 물리적·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인 주거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주거의 중요함이 커지는 요즈음, 주거빈곤아동가구의 주거상향을 위해서는 긴급임시주택 확대 등 적극적인 주거정책추진이 필요하다. 긴급임시주택이 제도 보완 역할의 한계를 넘고 지원제도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하여 주거빈곤아동가구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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