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유치원 통학이 어려울 때, 미국 동부에서는?
폭설로 유치원 통학이 어려울 때, 미국 동부에서는?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2.02.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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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두 아이 엄마의 눈 내리는 마을
눈이 가득 쌓인 이 곳의 모습. ⓒ이은
눈이 가득 쌓인 이 곳의 모습. ⓒ이은

 

또 다시 스노우 스톰(snow storm)이 찾아왔다.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하루만에 12인치(약 30cm)가 넘는 눈이 쌓여서 전날 저녁에는 등원 시간이 2시간 연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도 계속해서 함박눈이 내렸고 당일 오후까지도 계속 눈이 온다는 예보 탓에 당일 새벽에는 큰 아이의 학교 수업은 전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다는 공지를, 작은 아이의 프리스쿨은 휴원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 들어 눈 때문에 두번째 휴원이었다. 아이들은 잔뜩 내리는 눈에 신이 났다. 학교와 프리스쿨도 가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눈이 너무 많이 온 탓에 아빠의 강의도 대학 차원에서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온 식구가 학교에 가지 않으니 꼭 겨울방학이 다시 온 것 같다며 큰 아이는 즐거운 표정이 되었다. 나는 지난 번 스노우 스톰이 지나가고 난 뒤 눈 속에 갇혀있던 자동차를 꺼내느라 가득 쌓인 눈을 몇시간 동안 삽으로 떠내며 허리가 아팠던 것을 생각하니 다시 걱정이 되었다.

미국의 대도시를 제외한 많은 지역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성인 수에 따라 자동차 개수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리 집은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출퇴근용, 내가 일도 보고 아이들을 등하원 시키는 용, 이렇게 차가 두대인데 보통의 미국 집들과는 다르게 차고가 없는 곳에 살다 보니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날에는 정신이 없다. 하긴 차고가 있는 집들조차 차고 밖으로 나오는 길이 눈으로 전부 막혀있으니 차고에서 도로까지 나오는 집 앞을 한참 치워야 등교나 출근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속 해서 눈이 올 경우에는 아무리 치워도 도로 상황 역시 완전히 안심할 수 없어서이렇게 심각하게 눈이 많이 오는 때는 아이들의 프리스쿨도 데이케어도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문자 그대로 스노우 데이(snow day)라고 불리는 이런 날들은 이런 날에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부모들에게는 여전히 난감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친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드물게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돌봄 서비스에 긴급 보육을 문의할 수밖에 없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거나 결근을 하게 되는 경우도 꽤 된다고 들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경우에는 눈을 치우는 일이 참 중요하다. 차가 다니는 도로와 거리는 안전 문제 때문에 시 차원에서 아주 신속하게 치워지지만 일단 차가 도로까지 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눈이 한창 많이 올 때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고 눈이 그치고 나면 차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차는 물론이고 앞 뒤 양옆의 길을 치워야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미국 가정에서는 보통 큰 삽과 함께 스노우 블로우어(snow blower)라고 부르는 눈을 치우는 작은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원이 넓거나 외부 도로로 나가는 길까지 먼 집에서는 직접 스노우 플로우(snow plow)라고 눈과 얼음을 한번에 밀어버릴 수 있는 큰 장비를 구비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스노우 플로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불러서 눈을 치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를 구매할 때도 사륜 구동으로 구매한다든가 일반 차를 구입하더라도 겨울에는 꼭 스노우 타이어를 구비해야 아이들과 겨울철에 안전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으니 아이들까지 옷을 겹겹이 껴입고 눈을 치우러 나섰다. 아이들은 잔뜩 쌓인 눈으로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정하고 이글루 비슷한 것을 만들려고 이리 저리 눈을 모으고있다. 나와 남편은 한참을 눈을 뚫고 겨우 겨우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차 위에 쌓인, 그리고 차가 나갈 길에 쌓인 눈을 치우고 또 치웠다. 이래서 이 곳 사람들은 대부분 차고가 딸린 주택에서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껴입은 코트 안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차에 시동을 걸어보지만 바퀴는 눈 속에 빠져서 나오지 못한다. 다시 한번 진땀을 흘리며 바닥의 눈을 치워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일기예보를 보고 며칠 전 미리 장을 보아 둔 일이다. 우유, 과일, 계란 등 아이들이 매일 먹는 것은 집에 있으니 일단 후퇴한다. 아이들은 눈밭에서 한참 노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눈이 가득 쌓인 마을은 조용하고 한가롭다. 이런 것도 미국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운치인가하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한참 눈을 치우던 삽을 한쪽에 두고는 나도 아이들의 이글루 만들기에 동참한다. 눈이 참 많이도 왔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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