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 보호종료아동, 진정한 자립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만 18세 보호종료아동, 진정한 자립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 기고=정정호
  • 승인 2022.03.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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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2. 정정호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정정호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정호
정정호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정호

보호대상아동이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되면 공식적인 아동보호 체계에서 떠나게 되는 걸 보호종료, 일반적으로는 자립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만 18세는 성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처하고 책임지기 어려운 나이다. 그래서 아동복지법에서는 ‘보호 중인 아동과 보호 조치가 종료되거나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아동’을 자립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고, 보호종료 전부터 자립을 준비하고 보호종료 후에는 사후 관리를 통해 자립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지원체계가 없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자립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경제적 자립이 우선시됐다. 가급적 빨리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자립이 심리적, 사회적 측면의 자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돈을 벌어도 관리를 못 하거나 사기를 당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이 없어서 외로움과 막막함을 경험하고, 우울감이나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술이나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 몰입하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자립 과정에서 경험했던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은 단순하지 않고, 일시적인 교육이나 상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자립준비청년 진우(가명)는 “그냥 저를 알고 싶었어요. 왜냐면 그때 저는 진짜 엉망진창이었거든요.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의 나의 모습과 조금 더 엉망진창이라고 알고 있는 나의 모습 중 뭐가 진실일까 이런 것들을 알고 싶었어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성장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거나, 불안‧우울 같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은 자립준비 청년들이 다양한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을 기회가 조금씩이라도 늘고 있다. 때로는 심리상담 지원을 통해서, 때로는 주거지원통합서비스의 사례관리를 통해서, 혹은 당사자들간의 연대 혹은 자조 모임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다.

“저는 사례관리를 받고 있어요. 처음에는 좀 귀찮긴 했는데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아주 친해졌어요. 얘기도 많이 하고 정말 실질적으로 저한테 장학금 형식으로 돈이 들어와서 좋은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계속 저를 점검해주고 뭔가 어려운 게 있으면 같이 의논하고, 해결하는 활동을 해서 좋아요.”

“이제 성인이 됐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니까 어려운 것들을 좀 숨기면서 생활하거든요. 혼자 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마음속에 응어리 같은 것들이 쌓이는데 그런 것들이 쉽게 안 풀리는 거예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청:하(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가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을 해소해주는 모임인 것 같아요. 이런 자조 모임이 좀 더 많이 생기고 보호종료아동끼리 모일 기회들이 더 많아지면 서로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과정에서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심리‧정서적 자립은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지지체계 역시 필수적 요인이다. 자립준비청년의 우울‧불안은 자립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삶의 어려움 예컨대 주거나 취업, 빈곤 등에 직면하면서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서 심리‧정서적 개입의 필요성이 높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울‧불안이 높은 이들은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는데 소극적이거나 무기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개입 노력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데, 특히 장기적인 호흡과 높은 접근성을 갖춘 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보호종료아동들의 모임인 청:하와 같은 자조 모임을 여러 가지 형태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자조 모임은 유사한 어려움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서로 돕고 배우며 지지하는 상호원조체계로 구성원의 욕구에 기초를 두면서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립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진정한 자립이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이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주체적인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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