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뽀뽀도 못하게 만드는 '헤르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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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2.06 11: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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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페스 감염 10세 이하 어린이 환자 2년새 27% 증가 감염됐다면 뽀뽀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어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이민영(36) 씨는 최근 여섯 살배기 아들인 성민이의 입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술 주변 전체가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흉하게 물집까지 생겼던 것. 이 씨는 아들이 어린이집 등을 다니며 피곤해서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쉬면 괜찮겠지’라며 잠을 푹 재웠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결과, 면역력 저하로 인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 헤르페스 바이러스, 10세 이하 환자 증가

 

입술 주변이나 구강, 생식기 등에 물집(수포)가 생겼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어, 면역력 강화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입술 주변이나 구강, 생식기 등에 물집(수포)가 생겼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률이 증가하고 있어, 면역력 강화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피부점막이나 손상된 피부, 성관계로 우리 몸에 들어와 평생 감각신경에 잠복하다 자극을 받으면 재발한다.

 

최근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10세 이하 환자가 늘고 있다. 면역력 저하와 어릴 때부터 이어지는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는 것.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진단을 받은 전체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만 66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보다 9만 5106명, 16.6% 늘어난 수치다. 2009년에는 56만 9922명, 2010년에는 62만 7108명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39만 5523명, 남성이 26만 9505명으로 여성 환자가 12만 6018명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0~9세 어린이 환자가 14만 9660명(22.5%)으로 대다수였다. 40대가 10만 6110명(16%), 50대 9만 9899명(15%), 30대가 9만 8404명(14.8%)로 뒤를 이었다.
 
발병률은 0~9세가 높았지만 증가율은 50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는 2년 사이 환자수가 2만 2211명이 늘어 28.5% 증가했다. 0~9세와 70대 이상도 각각 27%, 20%로 환자수가 3만 1817명, 6583명 늘었다.

 

환자수가 증가하다 보니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의 질환 순위도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에 따르면 2009년 여성과 남성 질환에서 93위와 95위를 기록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2010년 84위와 91위로 훌쩍 뛰어올랐고, 2011년에는 82위와 89위로 90위권 내에 진입했다.

 

◇ 면역력 약화, 아토피 등이 원인

 

30~50대 환자수의 증가는 바쁘고 피곤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바쁜 생활로 인해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몸속에 숨어있던 바이러스를 자극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성인보다도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 어린이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열량 음식 섭취로 체격은 커졌지만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지 못해 과거 같은 연령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기온 차가 심한 겨울철에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워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또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 침투한 초기에 반응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이 병에 처음 걸린 10대 이하의 어린이에의 증상은 심각하다. 피부 면역이 저하된 아토피 피부염의 유병률 증가도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어린이 환자수 급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도 상기도 감염과 같은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월경 등도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입술, 생식기에 물집 잡힌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물집(수포)이다. 증상이 어느 곳에 나타났느냐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구분되는데, 물집이 구강 또는 입술 주변에 생겼다면 1형, 생식기 주변에 생겼다면 2형이다. 심하게는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항문 등에도 생긴다. 만약 물집이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진물이 나고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걷기 힘들 수도 있다.

 

증상 정도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경미하거나 통증이 심각하는 등 개인 편차가 심하다.

 

일반적으로 물집과 궤양은 2~3주면 없어지는데 한 달 가량 지속되는 사례도 있다. 증상이 없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하지만 보균자나 감염자가 사용한 변기와 목욕탕, 수건을 썼다고 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2형 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성에 대해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성관계가 아닌 단순 접촉만으로도 전염된다. 성관계에 의한 감염률은 여자가 80~90%, 남성이 50% 정도다. 만일 소아 환자에게서 2형 단순포진이 발생했다면 성추행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대상포진과 비슷하지만 달라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고 대표적인 증상이 물집이라는 점에서 대상포진과 비슷하다.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숨어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자극을 받으면 피부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도 같다. 심지어는 이름도 단순포진과 대상포진일 만큼 비슷하다.

 

그러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병하는 점이 다르다.

 

또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염되는 반면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린 병력이 있는 이들에게 나타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재발율이 70~80% 정도로 높고 대상포진은 10% 미만으로 드물다는 점도 다르다. 통증의 강도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대상포진보다 덜하다.

 

◇ 보송보송하게 유지하고, 물집 그대로 둬야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불가능하나 증상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환부는 미지근한 물로 닦고 자연 건조시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흉터가 생기고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다. 손에 묻은 균이 다른 부위에 닿아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물집은 그대로 둔다. 잘못된 국소 도포제 역시 병을 지속시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게 좋다.
 
무엇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대상포진과도 증상이 유사한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수두 발병 경험이나 물집이 생긴 위치 등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지만 필요에 따라 물집의 세포를 배양해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검사를 실시한다. 
 
◇ 임산부 감염 시 제왕절개술 권장···무엇보다 면역력 강화 중요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기간과 증상의 정도, 전염력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증상 발현 초기 때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특성상 물집이 생기기 전 통증과 발염감이 있기 전이나 발생 직후에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증상 악화를 막는 게 좋다.

 

2형의 경우에는 성관계를 금하며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아이들과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태아에게도 유전되기 때문에 임신 중이라면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알려 아이로의 전염을 막아야 한다. 2형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을 앓은 적이 있는 임산부에게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술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느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이 늘어난 데다 아토피 피부염,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상태가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1형 단순포진에 걸린 어른이 5세 이하의 아이에게 뽀뽀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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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2013-02-07 13:29:00
어머..
대상포진과 정말 비슷하게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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