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육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육아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2.12.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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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멘토레오의 실존육아] 실존육아 칼럼을 갈무리하며...  
육아휴직 2년에 대한 보답이라면서 아내는 나의 생일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선물했다.
육아휴직 2년에 대한 보답이라면서 아내는 나의 생일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선물했다. ⓒ문선종

2022년 12월 31일은 2년간의 육아휴직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첫째가 만 9세가 되기 전 과감히 육아휴직을 썼고, 연달아 둘째의 몫까지 사용했다. 주변의 우려스러운 눈빛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했다.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육아를 필두로 가정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물러설 수 없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여정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카타르 월드컵은 우리의 이야기처럼 짜릿했다.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칼럼은 육아휴직과 함께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다. 2015년부터 베이비뉴스에 연재해 왔고, 지금까지 90편의 칼럼을 썼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도중에 재난을 겪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글을 썼다. 모자란 글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독자들과 베이비뉴스에 감사드린다. 마지막 글은 2년 동안의 육아휴직을 짧게 정리해 봤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 실존육아의 탄생

곧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첫째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치밀한 시나리오를 계획해야 한다. ⓒ문선종
곧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첫째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치밀한 시나리오를 계획해야 한다. ⓒ문선종

24살 때까지 꿈이 없었다. 전역하고 무작정 공무원이나 되자고 9급 수험서를 펼쳤었다. 제대로 된 꿈 한 번 가져보지 못한 나에게 무심코 찾아와 준 실존주의철학은 내 삶의 ‘불꽃’이었다. 실존주의심리치료를 가르쳐주던 교수님은 죽음과 소외, 무의미와 자유를 깨닫는다면 실존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그의 가르침대로 죽음이 있는 곳을 전전하며 시들어가는 삶을 목도하기도 했다. 뚜렷한 답은 구하지 못한 채 세월은 마냥 흘렀다. 사회복지사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누군가의 아빠가 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삶의 애매성에 철퇴를 내릴 나만의 육아철학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실존주의와 육아를 합친 ‘실존육아’이다. 나의 딸들이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실존육아철학의 핵심이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글들을 써 내려갔다.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를 아이들은 똑똑히 봤을 것이다. ‘아빠’라는 단어 속에 밤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은 아빠이기 전에 남자, 남자 그 이전에 ‘사람’을 만났다고 확신한다. 본인들도 자신의 존재를 뛰어넘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 사람이면서 여자인 아내

육아휴직 중 가장 괄목할 성과를 들자면 단연 아내다. 육아휴직 전 아내의 사회진출을 위해 임용고시를 뒷바라지했다. 굳은 각오를 했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내는 준비한 시간이 헛되었다며 괜한 가족들 고생만 시켰다고 미안해했다. 그 후 아내는 훌훌 털고 일어나 생각을 다르게 먹었다. 유아교육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줄줄 읊을 수 있는 수준의 지식과 유치원 교사 경험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내는 교육사업에 눈을 돌렸고, 가장 적합한 교육브랜드를 찾아 운영했다. 운영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전국 460여 개 교육원 중 최고의 교육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내는 아내이기 전 여자이고, 여자이기 전 사람이다. 육아휴직 2년 동안 그 사람을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쁜 시간이었다. 그 사람은 나보다 탁월하고 성공의 강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이런 말을 한다. “안녕! 비밀인데. 아주 간단한 거야. 우리는 마음으로만 제대로 볼 수 있어. 본질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거야.”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머무르면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육아휴직 동안 마음으로 한 사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육아

이제 7살이 되는 둘째는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터득하고 있다. ⓒ문선종
이제 7살이 되는 둘째는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터득하고 있다. ⓒ문선종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2년 만의 16강 진출 쾌거를 만든 카타르 월드컵이다. 선수들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골의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1승 1무의 상황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2대 1로 꺾으며 드라마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9%라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인생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다녀갔다. 태극기에 써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줬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그것이 단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길로 가면 된다. 지금까지 써온 글들은 스스로 지은 육아철학이자 마음이다. 누군가가 이를 따라주길 바라지 않는다. 하나의 작은 바람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무언가 되고자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나아가야 한다. 그게 바라는 전부다.     

벤투감독에게도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있었다. ‘공격이던 수비던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체질을 뜯어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다수의 사람들은 벤투의 빌드업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이었다. 월드컵 본선을 목전에 두고 치러진 한일전 참패로 오만, 독선, 무능이라는 지탄까지 받았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게 일에 대한 것이든 육아에 대한 것이든 마찬가지다. 그 뒤에는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 실존육아 이후의 방향

문득 인간의 삶을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 생각하며 실존을 찾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우리의 실존성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경우 인간의 존엄을 부르짖었다. 작금의 시대는 그렇지 않다. 어느 순간 우리의 몸은 스마트폰과 동기화되며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어떤 체제 속에 공모자로 참여하고 있고, 교묘하고 부드럽게 동기화되고 있다. 강요와 억압은 사라진 교묘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달콤하기까지 하다. 가스라이팅, 글루밍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어버렸다. 원론적인 이야기로는 변화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문학에서 답을 찾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육아휴직 동안 시간을 쪼개 한겨레아동문학교실(70기)에 등록했다. 문학적 사유가 인간의 실존 경향성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동기들과 죽어라 습작하고 합평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끈질김 하나로 살아온 만큼 꼭 이루고 말겠다고 지면을 빌려 다짐해 본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원석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베이비뉴스의 문을 다시 두드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정말 고맙습니다. 칼럼을 연재하면서 저의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메일로 상담을 요청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베이비뉴스 보도의 파급효과로 교육청과 공공기관, 교육지에서 원고청탁도 있었습니다. 칼럼을 하나씩 지을 때마다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글처럼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얻으시는 2023년 새해가 되길 두 손 모아 기원드려봅니다. 

*강점멘토 레오(본명 문선종)은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시절 비영리민간단체(NPO)를 시작으로 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이르기까지 아동상담 및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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