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제도는 ‘위헌’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제도는 ‘위헌’
  • 기고=박우근 변호사
  • 승인 2023.09.18 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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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후지급금 볼모로 복직 유도...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5조 제4항 헌법소원심판 청구 중
육아휴직급여 150만 원 중 25%는 복직 후에 지급하는 현행 제도가 부모들을 부당하게 곤궁한 지경에 내몰고 있다. ⓒ베이비뉴스
육아휴직급여 150만 원 중 25%는 복직 후에 지급하는 현행 제도가 부모들을 부당하게 곤궁한 지경에 내몰고 있다. ⓒ베이비뉴스

'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다. 장자가 길을 가다가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서 간신히 살아서 펄떡거리는 붕어 한 마리를 보았다. 물 한 바가지만 달라고 애원하는 붕어에게 장자가 “나중에 멀리 있는 강물을 끌어와서 도와줄 테니 기다리라”고 하자, 붕어는 “나중이라면 차라리 건어물전에서 저를 찾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자성어로 ‘학철부어(涸轍鮒魚)’라고도 하는 이 우화는 당장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나중에 도와주겠다는 말은 소용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는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를 붕어 취급하는 제도가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5조 제4항에 규정된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제도가 그것이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육아휴직급여는 육아휴직자의 월 통상임금에 비례하여 달라지지만, 최대 월 150만 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액을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75%에 해당하는 최대 월 112만5000원까지만 지급받을 수 있고, 나머지 25%는 육아휴직 종료 후 동일 사업장에 복직하여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 한하여 사후지급금으로 받을 수 있다. 만약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하지 않거나, 복직 후 6개월 이내에 퇴사한 경우에는 비자발적 퇴사가 아닌 한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근로자가 육아휴직 종료 후 퇴사하지 않고 동일한 사업장에 복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사후지급금을 ‘볼모’로 잡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육아휴직급여의 취지와 목적에서 완전히 일탈한 제도다. 육아휴직급여의 목적은 근로자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근로소득 없이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육아휴직이 다 끝나고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돈을 ‘육아휴직급여’라고 부를 수 있는가?

최근 물가를 고려했을 때 월 150만 원도 아이를 양육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기에 결코 충분한 금액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사후지급제도는 거기서 25%를 떼고 육아휴직 기간 중에는 월 112만5000원까지만 주겠다는 제도다. 아이를 양육하려면 당장 돈이 필요한데, 돈은 나중에 줄 테니 일단 알아서 하라고 국가가 국민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실로 장자와 붕어의 우화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 현행 육아휴직급여 제도는 직업선택 자유·평등권 침해

사후지급제도를 규정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5조 제4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으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상태다. 위헌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위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 내지 직종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포함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할 것인지 혹은 퇴사할 것인지를 결정할 자유도 직업선택의 자유에 포함되는데, 사후지급제도는 동일한 사업장에 복직하지 않거나 복직 후 6개월 이내에 퇴사한 경우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둘째, 위 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한다. 육아휴직급여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본질적으로 같으며, 육아휴직 종료 후에 복직하거나 혹은 퇴사하고 육아에 전념하거나의 사정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후지급제도는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차별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함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사후지급제도는 그 목적이 근로자의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을 유도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므로 목적의 정당성부터 의심되며, 가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될 수 없다. 

사후지급제도는 근로자가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하지 않고 퇴사하는 것이 근로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발상에서, 퇴사한 근로자에게 사후지급금을 박탈하는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종료한 근로자가 퇴사하는 것은 스스로 원해서보다는 아직도 육아휴직자에 대하여 눈초리와 불이익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가 크다. 외부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근로자는 사후지급금을 포기해서라도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후지급제도는 목적 달성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사후지급제도는 근로자의 복직 유도라는 목적을 위하여 모든 육아휴직 근로자에게서 육아휴직급여의 25%나 되는 금액을 ‘볼모’로 잡아 놓는 제도로서, 이는 목적에 비해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며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부당하게 곤궁한 지경에 내모는 것이다.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될 수 없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하는 등 육아휴직 제도의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후지급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육아휴직 제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위헌적인 사후지급제도야말로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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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day**** 2023-09-26 08:38:43
이런 기사가 진짜 기사네요 촌철살인 같은 비유에 많은 것을 느낍니다. 좋은 글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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