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은 잘 모르는 열린어린이집 선정과정 뒷이야기
부모님들은 잘 모르는 열린어린이집 선정과정 뒷이야기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3.10.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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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열린어린이집의 형식주의가 인정하지 않은 장애아동 개별화회의, 부모상담이 맞습니다

최근 열린어린이집 재심사를 받았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신규 신청을 했고, 그 '형식주의'에 치를 떨었음에도, '열린'이라는 단어가 주는 마케팅적 효과를 내심 기대하며, 다시 재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되었냐구요? 떨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몹시 부끄러운 일이지만 부모님들은 모르는 '열린어린이집'의 뒷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교사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서류에 묻혀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서류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었을때 가장 놀란 것은 매일매일의 일과를 일과가 끝난 후 한 시간이 넘도록 쓰고 가는 '일일보육일지'였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왜 일기장에 기록남기듯 남겨야만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주간교육계획안이 나가고, 그 계획안대로 교육이 시행된것이 당연했기에, 혹여나 활동상 소소한 변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식선에서 이해가능한 활동으로의 변경이었기에 일일히 결제를 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교육기관이든 일과는 몹시 바쁘게 흘러갑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교실정리를 하며 내일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아간 다음에는 은행원이 셔터 내린 다음이 더 바쁘다는 말을 공감할 정도로 교무실에 내려와 여러가지 밀린 공문처리며, 이어지는 회의와 연수를 참석하느라 정작 내 아이들을 위한 수업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 아쉬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류에 묻혀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해왔습니다. 

일지가 주어지면 어떻게 해서든 간소화해서 교사들에게 제공하려고 애를 썼고, 열린어린이집이나 평가제 역시 서류를 위한 업무는 못하게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서류에 남아야하고, 그 서류로 통과를 못한다면 제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원은 개원당시 부터 공동육아를 표방할 만큼 부모참여가 많았고, 형식상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열려 있었습니다. 

식단이 궁금한 부모가 있으면 와서 식사를 하시고 가기도 했고, 교실이 궁금한 부모를 위해 정기적으로 '자체 모니터링'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부터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별도의 조직을 꾸려 부모님들끼리 양식을 만들고, 정보를 모아가며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초반의 교사 반발은 엄청 났습니다. 어린이집에 들어와 냉장고를 수시로 열어볼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예의'의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부모님들이 자체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살림을 뒤져보는 시어머니 같은 느낌이었나봅니다.  

부모님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궁금했을 뿐인데 교사들은 '감시'받는 느낌이 불편할수 있으니 '우리는 한팀'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지적사항 말고 '선생님 어디어디가 지저분해서 저희가 치워드렸어요'라고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물티슈 하나를 손에 쥐어주며 선생님을 도와준다라고 느낄 수 있게, 지적하지 말고 협력 해달라고 제3의 눈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잦은 방문은 긴장을 늦추고, 한 팀으로 인식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부모님들이 오셔서 냉장고의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하는 음식을 손수 표기해 먼저 사용하라고 붙여 놓는 포스트잇 하나에, 정수기 입구에 묻은 커피자국을 먼저 닦아 놓는 세심함에 부모와 교사간의 날이선 대립은 서서히 무너진듯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부모님들에게는 함께 손을 걷어 붙여도 흉보지 않는 신뢰가 생긴듯 합니다. 우리는 '열린어린이집'에 선정되지 않았어도 이미 '열린어린이집'이었습니다. 

이번 열린어린이집 심사에서 떨어진 이유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의 낙방이 합리적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형식에 갇혀버린 열린어린이집이라면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운영을 표방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작년의 일부터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작년 신규 선정 때도 논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장애통합반의 '개별화교육회의'로 부모상담을 갈음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아반 아이들은 부모상담을 안한 것으로 감점 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일이 너무나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 왜 개별화교육회의가 부모상담이 아닌지 따져 물었습니다. 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1. 부모 외의 전문가가 참여해서. 2. 부모의 의견란이 없어서. 3. 제목이 부모상담이 아니라서.

사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장애아이들이 하는 개별화교육회의는 상담 중에 상담이라고 늘 자부해왔기 때문입니다. 개별화교육회의는 부부상담이나 개인상담과는 질이 전혀 다릅니다. 아이들의 양육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팀을 만듭니다. 아이를 둘러싼 치료사들이 시간을 할애해 참여하고 원장이 참여하고, 부모 모두가 함께 합니다. 통합반 교사와 장애아반 교사도 당연히 참여합니다. 이 시간이 '부모상담'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육아상담에 왜 전문가가 함께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선례가 없다. 사례가 없다'는 이유 외에 납득할만한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부모의견'이라고 명시된 란은 없었지만, '가정에서의 요구사항'이라는 란이나 '어려운행동 중재계획'란에 가정에서의 협조사항 등을 쓰는 것이 있었으니 '부모의견'이라고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부모상담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 코로나 기간 줌으로 실시한 개별화교육회의 전시간을 녹화한 영상자료를 추가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그런 영상자료의 요구는 '심사서류'에 없다고 거절 당했습니다. 부모가 분명히 참여했고 가장 적극적으로 아이를 위해 고민한 시간이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부모상담'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다양한 양육자가 존재하는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부모'만 상담을 해야 하느냐, 차라리 명칭을 '양육상담'이라든지 '교육상담'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이미 그들에게 저는 보육계의 '도른자'에 가까운 듯했습니다. 아는 관계자는 그냥 개별화교육회의를 계속하고 제목만 '부모상담'으로 바꾸라는 웃지 못할 조언까지 해주기에 이릅니다.

열린어린이집의 선정 기준은 과연 올바를까? ⓒ베이비뉴스
열린어린이집의 선정 기준은 과연 올바를까? ⓒ베이비뉴스

이게 열린어린이집 선정의 현실입니다. 극악의 문서주의 형식주의라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도 저도 말이 통하지 않는 원장이라 그랬는지 관계자는 경기도권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자문을 얻었지만 모두 다 장애아반의 '개별화교육회의'는 '부모상담'이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육아정보센터의 센터장과 통화를 해서 왜 '개별화교육회의'가 '부모상담'이 아닌 것인가 질문을 했고, 그들이 이야기한 다섯군데의 기관중 세군데 기관에서 '개별화교육회의는 부모교육으로 갈음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듣게 됩니다. 

특수교육과 교수님에게도 자문을 구했습니다. 개별화교육회의는 '심도있는 부모상담'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 준비했으면 전투적으로 칼럼을 쓰거나, 열린어린이집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어야 했겠지만, 이렇게 백방으로 알아보는동안, 우리는 신규 선정에 덜컥 합격해버리고 맙니다. 한 마디로 급 전투력을 상실해버리고 만겁니다. 그래서 문서편의주의의 결정판인 열린어린이집에 대한 비판을 시리즈로 써보리라 생각했던 칼럼은 단, 1편으로 막을 내리고 맙니다. 작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몇 주 전 열린어린이집 재심사가 있었고, 우리는 같은 항목에 감점을 당하고 맙니다. 작년에는 갈음이 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끄떡없는 문서양식의 네모난 틀에 끼워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실 이번 열린어린이집 재선정은 사전에 준비하지 못하고 늘 '우리는 열린보다 더 열었지'라고 자부하고 변경된 선정규정을 숙지 하지 못한 우리의 탓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지고 완고해진 열린어린이집의 형식주의는 씁쓸하기만합니다. 

감점이 그것하나 뿐은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우리원은 교사들마다 자율적인 스터디를 실시합니다. 우리끼리 하기 아까운 시간들이라 외부에 알리고, 스터디 멤버를 모읍니다. 교육부 소속의 교사로 있다가 어린이집으로 오니, 늘 아쉬운 것이 교사 연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에 9시간씩 일하고 하루에 한시간씩 일지를 쓰면서 도대체 자기계발, 전문성 계발은 언제 할 수 있는 것인지 복지부의 인력관리 시스템은 놀랍기만합니다. 대학원에서 논문 작업을 할때 교수님이 늘 말씀하셨던 '마른오징어도 죽을만큼 쥐어짜면 진액이 나온다'더니 보육교사를 두고 하는 말인듯합니다. 우리는 그 피같은 마른오징어의 진액을 쥐어짜가면서 12회기 이상 교사스터디를 실시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10명 남짓한 인원수였습니다. 하지만 열린어린이집 선정기준 3번 다양성 항목 '어린이집간의 연계 및 협력운영' 항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1점도 얻지 못했습니다. 스터디 때 사용한 ppt자료와, 교사 명단과, 줌 동영상이 있었음에도 어린이집간 연계 및 협력 운영의 항목에 있는 '서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참 의아합니다. 3번째 선정기준의 이름은 심지어 '다양성'이었습니다. 무엇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인지 그 항목조차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 외의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걸 우리나라에서는 '다양성'이라고 지칭하는지 열린어린이집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개방성 항목에는 '온라인 소통창구'를 운영하고 양방향 소통의 기록을 확인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뿔사 우리어린이집은 작년 8월 자료를 업데이트했으나 부모가 댓글을 달지 않아서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월1회 이상(정기운영위원회는 격월로 실시, 긴급운영위원회는 수시로 함)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서도 남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 온라인공간에도 댓글 좀 많이 달아달라고 읍소하듯 운영위원회에서 말씀드렸던 일이기도 합니다. 댓글과 양방향 소통에 대한 어린이집의 압박이 거세지자, 부모님들은 도대체 열린어린이집은 '샤이학부모'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냐며 반문합니다. 

사실 글을 쓰면서도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와 어린이집운영상 문서간소화 사이에 이렇다 할 절충안, 대안이 없음에 답답합니다. 정확한 규정이 없으면 '선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경쟁자가 많다면 더 당연하겠지요. 어떻게 진짜열린어린이집과 가짜열린어린이집을 구별할지 저도 구체적인 대안을 뚜렷히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유아교육과 어린이집의 운영에 대해 잘 모르는 공무원이 열린어린이집의 심사기준의 잣대로 어린이집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재단하려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린이집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세계 유수의 훌륭한 보육프로그램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장담합니다. 

열린어린이집 따위 떨어진 김에 한 번 외쳐보고 털어보렵니다. 장애아이들이 학기별로 실시하는 '개별화교육회의'는 체계적이고 잘 계획된 '부모상담'이 맞습니다. 공문서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등'이라는 문구를 아실 겁니다. '등'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대상이나 사실을 나열한 뒤, 예(例)가 그와 같은 대상이나 사실을 포함하여 그 외에도 더 있거나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 '등' 안에 여러 열린 생각들을 담아내는 융통성과 합리성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할 뿐입니다. 그래야, 형식적 서류에 지치지 않고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진실로 열린' 어린이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과 보육의 업무가 서류에 가려 정작 눈을 맞추고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불상사 만은 막을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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