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대화할 때, ‘접속사’ 이렇게 사용하면 대화 분위기가 달라져요
아이와 대화할 때, ‘접속사’ 이렇게 사용하면 대화 분위기가 달라져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3.10.16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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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와 대화할 때, 접속사 올바르게 선택하기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화는 말이 아닌 어감이 결정한다. 접속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진다. ⓒ베이비뉴스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화는 말이 아닌 어감이 결정한다. 접속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진다. ⓒ베이비뉴스

접속사는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의미를 담은 ‘내용어(content words)’가 아닌 문장을 지원해주는 ‘기능어(function words)’에 해당한다. 기능어는 내용어보다 의미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대화할 때 전달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뿐, 접속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접속사는 문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더라도 문장과 문장 사이의 뉘앙스를 결정하는 어엿한 품사다. 그런 점에서 아이와 대화할 때 접속사를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접속사는 적절하게 사용하되, 남용하지 않는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이 반대되는 관계를 나타내는 ‘역접 접속사’는 신중히 선택한다. 역접 접속사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순차적으로 연결하는 ‘순접 접속사’로 대체했을 때, 더 부드러운 표현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부모가 아이에게 ‘실패해도 돼. 하지만, 다시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해’라고 말했다. 뭔가 단호하고 냉정한 느낌이다. 역접 접속사 ‘하지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을 삭제하면 어떻게 될까. ‘실패해도 되지만 다시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해’가 된다. 뭔가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하지만’을 순접 접속사인 ‘그리고’로 바꿔봤다. ‘실패해도 돼. 그리고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 있으면 어렵지 않아’가 된다. 뭔가 이전보다 온기가 느껴진다. 이제는 접속사를 아예 지워봤다. 그럼 ‘실패해도 돼.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 있으면 어렵지 않아’가 된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의 관계를 암시하는 접속사를 뺏더니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개입하지 않은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접속사는 내용 흐름에 문제가 없다면 삭제해도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아이에게 ‘그건 그래, 그런데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듯하지만, ‘그런데’를 사용하면서 마치 변명하는 듯한 말투가 됐다. 역접 접속사가 주는 묘한 어감 때문이다. ‘그런데’를 ‘그리고’로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그건 그래, 그리고 엄마도 힘들었어’가 된다. ‘그리고’를 사용했더니 뒤에 따라오는 내용도 변경됐다. 말의 뉘앙스도 잘못을 안정하면서,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부탁의 느낌이 있다.

칭찬할 때는 역접 접속사 사용을 자제한다. ‘참 잘했어. 그런데 이건 별로야’를 보자. 앞 문장은 칭찬하는 말이고, 뒤 문장은 지적하는 말이다. ‘그런데’를 사용하면서 뒤 문장이 앞 문장보다 더 강조된다. 그래서 칭찬보다 지적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반면, 순접 접속사인 ‘그리고’를 사용하면 ‘참 잘했어. 그리고 이건 별로야’가 된다. 이는 칭찬과 지적이 양립하는 형태이다. 칭찬하면서 부족한 부분도 깨닫게 하는 느낌이다. 순접 접속사 뒤에 ‘이건 별로야’처럼 부정어가 아닌 긍정어를 덧붙이면 어떻게 될까. ‘참 잘했어. 그리고 이건 더 보완하는 건 어때?’가 되면서 보다 긍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람은 사실이 아니라 단어에 영향을 받는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이반 파블로프가 한 말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단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단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특정 느낌이나 감정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화는 말이 아닌 어감이 결정한다. 접속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아이와 대화할 때 접속사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의사소통 관련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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