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가족돌봄에 관심을, 지역사회 협력 통해 발굴·지원해야"
"아동의 가족돌봄에 관심을, 지역사회 협력 통해 발굴·지원해야"
  • 기고=곽희은
  • 승인 2023.11.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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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6. 곽희은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과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곽희은 과장. ⓒ초록우산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곽희은 과장. ⓒ초록우산

필자는 복지사업 담당자로 여러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보호받을 시기에 보호자가 된 아동들을 접한 경험이 있다. 질병이나 장애를 앓는 부모 등 보호자를 대신해 생계에 나서거나 가족들을 돌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이른바 ‘가족돌봄아동·청소년’으로 불리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대중들이나 매체에서 흔히 어려운 형편에 있지만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꿋꿋하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대견한 아이로 그려진다. 효행, 선행을 중시하는 사회적 배경 아래 모범이 되는 칭찬받을 만한 아동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TV 프로그램 ‘KBS 동행’을 통해 사연이 알려진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이 있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남겨질 어린 동생을 걱정하는 유일한 보호자인 A군, 타지로 일하러 간 아버지 대신 동생과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귀가하는 B양. 이 아동들은 돌봄을 받아야 함에도 가족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많은 분들이 이들의 삶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도움을 주었지만, 정작 아이가 가족을 돌보는 일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특하게 여기고 칭찬하는 것을 보았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효자, 효녀로 대하는 인식도 문제이지만 사실 방송을 통해 사연이 알려지고 도움이 손길이 닿은 아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알려지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서 가족돌봄의 일상을 사는 아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족돌봄을 칭찬받을 일로 여기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리고 아동을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제도의 한계로 인해 지금도 주체적인 관심과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과거보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관련 제도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올 3월 가족돌봄청년지원 조례안을 공포했고, 이를 근거로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가족돌봄아동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역 현황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족돌봄아동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이처럼 지역에서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가족돌봄의 삶을 사는 아이들에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이 아직 많다. 먼저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 사례발굴 강화 상담과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가정 내 아동을 중심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서류 작성 및 접수 등 행정 절차를 돕기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 체계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나이가 어리더라도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별로 각기 다른 가족돌봄아동·청소년 대상 연령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주변의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을 찾고 사회적 지지와 돌봄 속에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일은 이 아이들에게 ‘삶은 변화할 수 있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A군은 많은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동생을 챙기면서 자립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B양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가족돌봄의 짐을 덜어주면서 이들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새롭게 보고 자기주도적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동은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필자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난 가족돌봄의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문제를 아동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모든 아동이 행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아이들은 지역 공동체를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기면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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