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등학생 드림이(가명)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문맹으로 금융‧공공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아버지 사망 관련 서류와 금융, 통신 관련 일들을 혼자 처리해야 했습니다. 이후, 만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아동은 한 달여를 (집에 홀로 남아) 혼자 잠자리에 들어야 했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굶어야 했습니다.
드림이는 그저 여태껏 그랬듯이 혼자서 겪어내고 버텨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그 상황을 알고 아동을 지원할 공적인 제도 신청을 도와주려 했으나, 미성년자인 아동이 성인 보호자 없이 복잡한 행정을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사례관리를 해오면서 만난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은 드림이처럼 조부모를 돌보는 경우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조와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보호자에게 정신적·신체적 건강문제가 있어 실질적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 미성년자인 첫째 아이가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아동이 돌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있음에도 가족돌봄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족을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그 나이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아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전수조사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조사를 진행하고, 상대적으로 가정생활 실태를 파악하기에 용이한 일선 담당자들이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는 수요조사를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아동·청소년들의 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돌봄아동·청소년들이 현실을 홀로 참고 견디다가 좌절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는 각자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실제 필자는 초록우산의‘가족돌봄아동청소년 사례 간담회’를 통해 여러 사례를 접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가족돌봄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앞으로 공공, 민간, 지역사회가 다양하고 구체적인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사례를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체계적인 지원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에서 가족돌봄 일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 부담을 내려놓고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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