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학교 가서 배우면 늦을까? "초1 10명 중 6명 한글 선행"
한글 학교 가서 배우면 늦을까? "초1 10명 중 6명 한글 선행"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4.02.2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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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정치하는엄마들 "취학 전 한글선행 당연히 여기는 사회적 풍토 개선돼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선행학습을 한 아동이 10명 중 7명에 가까웠다. ⓒ베이비뉴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선행학습을 한 아동이 10명 중 7명에 가까웠다. ⓒ베이비뉴스

한글은 학교 가서 배우는 걸까, 학교 가기 전에 어느정도 해 놓고 가야 하는걸까? 원칙적으론 학교에서 차근차근 배우는 게 맞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 입학 전 한글 선행을 서두른다. '다른 애들 다 아는데 우리 애만 몰라선 안 된다'는 비교와 경쟁, '수학이나 영어 등 다른 공부도 하려면 한글을 알아야 한다'는 조급함, 그리고 '학교에서 초1 아동들이 한글을 다 알고 있다는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관행이 만들어낸 결과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정치하는엄마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정책으로 2017년부터 초등학교에 ‘한글책임교육’ 정책이 실시되었지만 여전히 초등 입학 전 한글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육부가 2017년도에 발표한 '한글책임교육'은 한글교육시간을 27시간에서 68시간으로 확대하고, 1학년 1학기 한글교육시간 51차시 집중배치한다. 무리한 받아쓰기와 알림장, 일기쓰기는 지양하고, 1학년 1학기 수학 새교과서에는 긴 이야기를 읽고 푸는 문제를 없앤다. 수학 새교과서는 그림과 기호 중심으로 발문은 선생님이 읽어주며 '한글 또박또박'으로 아동 성장 결과를 가정에 전달한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2016년 발표한 '안성맞춤 교육과정'에서는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한글 및 수학교육 활동,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숙제 없는 학교 추진, 학습 부담 감소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하는 교육, 학습자의 흥미 및 지속적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는 놀이중심 교육활동 등을 강조했다. 

2024년은 초 1~2학년의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사용이 종료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새롭게 교과서에 적용되는 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등1~2학년 시기에 중요하게 반영되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정책인 ‘한글책임교육’을 성과를 들여다보고, 정책의 성과를 넘어서서 여전히 초등 입학 전 한글/수학 선행이 필수처럼 여겨지는 현재의 생태계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1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전국 초1 학부모 209명에게 한글 선행 실태, 한글책임교육 학부모 인식을 조사했고 21일 그 결과를 밝혔다.

◇ 누리과정에 없는 '한글학습'... 영유아기관이 과도한 한글선행 안하도록 국가 관리 필요 

우선 취학 전 한글을 미리 배우고 입학하는 학생이 전체의 64.8%를 차지했다. 이유로는 ‘학교에서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서’가 61.2%의 비율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한글을 아니까(32.1%)’,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적인 수단이어서(32.1%)’가 동률로 나타났다.

취학 전에 미리 한글을 배운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한글을 어떻게 배웠는지 물었더니(복수응답), 보호자가 직접 지도했다는 응답이 65.9%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방문교사 학습지나 과외가 27.4%, 유치원에서가 24.4%, 어린이집에서가 22.2%의 비율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미리 배웠다는 학생도 46.6%나 된다는 점"이라며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공통으로 채택하고 있는 누리과정에서는 한글에 대한 자모를 배우고 읽게 한다든지 하는 활동이 없다"고 말했다. 한글에 대한 체계적인 배움은 초등학교 입학 후에 이루어지도록 현 교육과정은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대다수의 유아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것이 자명한 현실이기에 준공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특별활동, 특성화프로그램, 정규과정의 특색프로그램이라는 명목을 달고 한글 선행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에게 취학전에 한글떼기를 완성하고 진학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위 학교급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경쟁적 입시문화가 초등교육과정과 미취학 아동의 한글선행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어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총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초1 수학교과서와 수학익힘책에서 기술된 단어나 문장 구성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55% 이상 나왔다. ‘수학교과서’와 ‘수학익힘책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구성이 한글을 아직 배우지 않은 초등 1학년에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가 절반 이상인 55.7%(매우 그렇다 22.4%, 그렇다 33.3%)로 나타났으며, ‘아니다’는 44.3%(전혀 아니다 12.9%, 아니다 31.4%)로 나타났다.

초1 국어교과서에서는 ㄱ,ㄴ,ㄷ 배우는데 수학교과서에선 길고 어려운 문장을 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실제로 수학교과서 첫 부분에는 “친구들의 얼굴을 색칠해 봅시다.”, “친구들의 소개를 들어볼까요?”, “알맞은 그림자를 찾아 이어 봅시다.”,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세요.”와 같은 문장이 마구 나오는데, 같은 시기의 한글교육은 이제 ㄱ, ㄴ, ㄷ, ㄹ이나 ㅏ, ㅑ, ㅓ, ㅕ 등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있어 그 괴리감이 매우 크다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교과서가 한글 기초해득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차근차근, 충분하게 한글교육을 하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필요없다는 한글책임교육 정책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글책임교육'은 취학 전 한글 선행은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53.3%가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학교생활 전반에서 한글 선행을 당연히 여기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은 68.5%였다.

◇ "한글선행학습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 개선돼야"

‘한글책임교육 정책을 실시해도 미리 선행교육 할 사람들은 다하므로’ 67.6%, ‘여전히 국어, 수학교과서가 어렵기 때문에’ 40.5%,  ‘정책과 무관하게 선생님이 교과진도를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27.0% 응답도 함께 제출됐다. "한글선행이 당연한 학교교육 관행과 초등에서까지도 사교육이 만연한 이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정책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분석했다.

이어 "‘한글책임교육’ 정책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한글해득시수 증대, 받아쓰기, 알림장쓰기, 일기쓰기 금지, 수학교과서 개선’ 뿐만 아니라 한글 선행학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취학 전 한글 선행을 줄이기 위해선 '공교육 전반의 책임교육이 실현돼야 하며(65.2%), '초등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및대입까지 경쟁적 교육체제를 해결해야 한다(61.4%)'는 의견이 이어졌다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누리과정 취지에 벗어난 조기문자교육을 정규 및 방과 후 과정에서 운영하지 않도록 국가가 특별히 관리할 것 ▲초1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춰 수학교과서 내 한글 수준의 난도와 복잡성을 낮추고 한글선행을 하지 않아도 수학 학습에 어려움이 없게 교과서의 질적 변화를 도모할 것 ▲배움에서 소외되는 학생 없고 국민이 만족할만한 교육의 질 끌어올리는 방안 도출할 것 등을 제안하며 "고교입시 및 대학입시 경쟁적 교육체제를 해결해야 취학 전 한글/수학 선행학습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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