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오곡가루와 생채소즙은 금물
아기에게 오곡가루와 생채소즙은 금물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3.04.1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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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이 모자르다고 절대 먹여서는 안돼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젖이 모자라면 아기에게 오곡가루와 생채소즙을 먹이는 것이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젖이 부족할 때 4개월 이전의 아기에게 어른 음식(이유식, 또는 고형식이라고도 부릅니다)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젖이 정말 부족하다면, 모유 은행에서 기증 모유를 구할 수 있는지 우선 알아보아 기증 모유로 보충하는 것이 좋고, 기증 모유를 구할 수 없을 때 분유로 보충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전쟁이나 재난 상황처럼 분유도 구할 수 없다면 ‘몽실 언니’의 난남이처럼 미음을 먹여야겠지만 그럴 때조차 최소한 익혀 먹이기는 해야 합니다!)

 

‘자칭 자연의학’의 신봉자들은 모유수유를 권장하며(이것은 옳은 방향입니다) 신생아를 포함한 영아에게 오곡가루와 생채소즙을 먹이기도 합니다(이것은 그른 방향입니다). 아예 거짓말만 있으면 속지 않을 텐데 참말과 거짓말이 섞여 있으니 현혹되기 쉽습니다. 그들은 분유는 인공적인 것이니 좋지 않고 오곡가루와 생채소즙은 자연적인 것이니 아기에게 좋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자연적인 것이 다 좋을까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에게 포도, 양파, 마늘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개에게 초콜릿은 치명적이지요. 포도, 양파, 마늘, 카카오도 모두 자연에서 나온 것이지만 개에게는 해롭습니다. 뱀독, 독버섯도 자연에서 나왔지만 사람에게 해롭습니다. 이렇듯 자연에서 나왔다고 해서 항상 안전하고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먹여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죠.

 

신생아의 소화기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벽은 불완전하고 흡수력이 크기 때문에 외부 물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아기의 장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입니다. 엄마젖은 아기 장벽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유해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 주고 소화기관이 성숙되는 것을 돕습니다. 반면 엄마젖이 아닌 어른 음식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 먹이는 것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아기의 장에 쏟아 붓는 셈입니다.

 

4~6개월이 되어 이유식을 시작할 때에도 단백질 함량이 낮아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은 쌀 한 가지로만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심지어 신생아에게 심지어 다섯 가지의 곡물 가루를 한꺼번에 먹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오곡가루 중 밀은 글루텐이 들어있어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곡물이고, 보리와 밤도 이유식 후반기에 시도해볼 수 있는 음식인데, 이것을 죄다 섞어서 신생아 때 먹이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이유식에서도 초반에는 채소와 과일을 익혀서 먹여야 하는데 어린 영아에게 생채소즙을 먹이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한 '자칭 자연주의' 베스트셀러 육아서적의 저자는 자기 아이가 2개월 때부터 시금치와 당근을 먹였다고 썼더군요. 너무 심하게 이른 시기에 어른 음식을 준 것일뿐더러, 첫 채소로 하필 시금치와 당근이라니…. 시금치와 당근은 빈혈을 일으킬 수도 있어 6개월 이전에는 주의해서 먹여야 하는 채소인데 말입니다.

 

젖이 부족하다고 오곡가루미음과 생채소즙을 먹여서는 안 됩니다. 일단 젖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정말 부족한지 확인부터 하세요.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면 아기가 젖을 자주 찾더라도 젖이 부족한 것은 아니랍니다. 아기는 꼭 배고파서가 아니라도 엄마젖을 물고 싶어하는 때가 많습니다. 정말로 아기의 성장속도가 느리다면 아기가 젖빨기 전후의 몸무게를 정밀히 측정해서 젖을 얼마나 먹는지 체크해보세요. 젖이 모자라면 우선 젖먹이는 사이사이 유축을 많이 하여 젖양을 늘리도록 시도하는 것이 우선 할 일입니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모자라는 양은 되도록이면 기증모유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정 모자라면 분유를 먹이는 것이 그 다음 순서입니다. 분유 보충은 모유 먹인 후에 이어서 하세요.

 

예를 들어 하루에 120ml만큼 보충수유를 해야 한다면 한 번에 분유를 120ml 먹이는 것이 아니라 매번 수유마다 모자란 양을 추가로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8회 수유한다면 한 번 수유시에 15ml씩 분유를 보충하고, 6회 수유한다면 한 번 수유시 20ml씩 보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분유가 모유에 뒤진다 해도 오곡가루미음보다는 당연히 낫습니다. 분유는 적어도 아기를 위해 조제되었으니까요. 또한 생애 초기일수록 모유만 먹이는 것이 이롭습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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