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블랙리스트 VS 불량교사 집단행동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VS 불량교사 집단행동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6.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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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 토론회서 의견 충돌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릴레이토론회 4번째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릴레이토론회 4번째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대구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을 거슬러보면 이렇다. 지난해 4월 26일 대구 달서구 소재 A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 5명이 어떠한 사전 공지도 없이 어린이집에 출근을 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보육교사들은 원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A어린이집 원장은 이들을 단체행동과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대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달서구지회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달서구지회장은 대구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이 볼 수 있도록 지난 2월 5일 원장들만 접근이 가능한 보육통합정보시스템 업무연락망에 소송에 연루된 보육교사 5명을 비롯해 추가로 달서구에서 주의를 요하는 교사 2명 등 총 7명 보육교사의 이름과 생년월일, 이력 등이 담긴 문건을 올렸다.

 

문서 말미에 대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타 구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있으면 올려달라며 게시 공유를 요청했다. 해당 글은 지난 3월 삭제됐지만, 이번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다.

 

국회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의 의미를 분석하면서 민간어린이집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남윤인순 의원을 비롯해 관련기관 전문가,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임원진과 어린이집 원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각계의 입장이 발표됐다. 특히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해당 어린이집인 대구 A어린이집 원장과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임원진과 소속 회원들도 이날 토론회 자리에 참석했다.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차는 확연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교사의 집단 무단결근과 퇴사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고, 보육 전문가들과 학부모 측은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그 자체와 불투명한 어린이집 운영 구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 “블랙리스트는 어린이집 운영자 권력의 폐해”

 

제갈현숙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최근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의미를 전하면서 어린이집 운영 구조의 투명성 강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제갈현숙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최근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의미를 전하면서 어린이집 운영 구조의 투명성 강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날 토론회 주제발제를 맡은 제갈현숙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보육교사의 고용관계가 민간어린이집 원장의 손에 달려있고, 원장들은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어긋나는 보육교사에 대해 해고뿐만 아니라 재취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해 보육현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제갈 연구실장은 “현장의 교사들은 원장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인 위치를 점유하기 어렵고, 이러한 관계의 특수성으로 보육현장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거나 제보하기 어렵다”며 “이런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위해 돌봄을 제공하기보다는 원장의 사리사욕에 맞춰 때로는 비리에 담합하거나 때로는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심선혜 공공운수노조연맹 보육협의회 의장은 “블랙리스트 문건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이전에도 블랙리스트는 이미 전화상으로 전파돼 왔고, 이 건이 터지고 나서 최근에는 휴대폰 메신저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보육교사들이 그동안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얼마나 움츠려져 있었는지 생각했을 때 이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토론회를 통해 뭔가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심 의장은 “블랙리스트 폭로 이후 여전히 그들은 연합회 모임에서 이 교사들을 매장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최초 블랙리스트를 흘린 사람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보육교사들은 모르는 번호나 발신 제한 번호로 걸려오는 위협적인 전화에 계속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정토론자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보육교사에 대한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부모 블랙리스트도 존재한다”며 “아이가 피해를 당해 어린이집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한 부모들의 명단을 원장들이 공유하면서 입소거부 및 퇴소를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은 문건으로 발견되진 않았지만 부모들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일”이라며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을 제기한 상당수 부모들은 원장들로부터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자영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 가정어린이집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보육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결국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원장들은 연합회를 조직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통해 독점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리스트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그러한 독점구조를 강화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부연구위원은 “직원 채용 시 평판조회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블랙리스트는 채용 시가 아니라 노동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협박용으로 사용이 된다는 게 문제”라며 “블랙리스트가 있든 없든,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처럼 말을 하면서 ‘당신이 잘못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원장님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건 본질은 불량교사의 무단결근과 집단퇴사”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이 대구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불량교사들의 집단 무단결근과 퇴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이 대구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불량교사들의 집단 무단결근과 퇴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반면, 어린이집 원장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블랙리스트가 아닌 ‘불량교사’들의 집단 무단결근과 퇴사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대표격으로 참석한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보육계 내부에 보육교사로서 최소한의 소양과 직업윤리를 가진 교사에 대한 취업제한용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단언한 뒤 “교사 채용 시 원장들끼리 전 근무지에서 근무태도와 인성에 대한 평판조회는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업종, 모든 고용주가 통상 그렇게 하는 것으로써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은 평가인증의 과중한 업무 회피를 위한 저항적 집단행동으로 중대비리의 내부고발과는 전혀 관계없는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보육교사들이 보육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대구 지역 A어린이집 B원장이 직접 사건개요를 설명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 B원장은 “57명의 아이들이 무방비로 방치된 사건으로 보육교사들이 갑자기 한 명도 출근을 하지 않아 수차례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넣어 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며 “도대체 왜 교사들이 오지 않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평상시 단 한마디의 불만도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더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B원장은 “퇴사한 교사 중 적어도 아이들에게조차 미안한 마음이 없는 교사가 있을 수도 있고, 한 교사는 이리저리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며 면접을 보다보니 그 곳에서 우리 원에 해당 교사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가 자꾸 왔었다”며 “그래서 (대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달서구지회) 회장님께 고소사건이니 원장님들에게 알려는 줘야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고, 회장님이 해당교사들 이름을 다 거론하지 말고 자막처리해서 올리겠다고 해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원장은 “보육교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들과 보육교사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던지 인격모독을 한 적은 결단코 없다. 너무 억울하다”며 “현재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기들, 부모님, 현 교사진들이 많이 불안해한다. 이번 일로 좋은 교사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의 방청객 대부분은 어린이집 원장들이었다. 이들은 보육교사 측 입장을 대변하는 한 토론자에게 야유를 보내는 등 자신들과 다른 의견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토론회가 끝난 후 몇몇 어린이집 원장들은 남윤인순 의원과 주제발표자를 찾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항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제갈현숙 연구실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의 팩트는 전화해서 이 사람 어떠냐고 묻는 수준이 아니라 블랙리스트 자체를 공유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장님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조차 해당 교사들이 얼마나 교사적 자질이 없느냐를 공론화 하는 것을 보니 ‘과연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싶어 너무나 처참하다”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블랙리스트가 과연 정당한지, 또 연합회는 어떤 자정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맨오른쪽)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연합회 집행부 임원과 김동희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부터 왼쪽으로).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맨오른쪽)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 박천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연합회 집행부 임원과 김동희 대구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부터 왼쪽으로).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국회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사진 왼쪽)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주최로 열린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김안태 국민권익위원회 공익보호지원과장(맨 오른쪽)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국회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사진 왼쪽)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주최로 열린 '어린이집 운영 투명성, 강화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김안태 국민권익위원회 공익보호지원과장(맨 오른쪽)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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