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낳으면 나라가 다 키워준다고?”
“아이 셋 낳으면 나라가 다 키워준다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7.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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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났다] 세 아이 키우는 다둥이 엄마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 졸업까지 드는 양육비가 3억 896만 4000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부모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의 지속은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시대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둘, 셋 이상의 자녀를 낳는 일명 다둥이 엄마, 아빠는 ‘애국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다둥이 가족들은 우리 사회에서 애국자다운(?) 마땅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가 다둥이 가족 정책 개발에 나름 힘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수준이 아직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다둥이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그래도 우리 시대 다둥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5살과 4살, 2살 세 아이를 키우는 이선영(가명·34·인천시 연수구) 씨도 그런 다둥이 엄마다. 지난 17일 이 씨를 만나 다둥이 엄마의 고충을 들어봤다.

 

◇ “아이는 많을 수록 좋은 것 같아요”

 

세 아이 엄마 이선영(가명) 씨는 키즈카페를 자주 찾는다. 그나마 키즈카페가 아이 셋을 데리고 놀기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 아이 엄마 이선영(가명) 씨는 키즈카페를 자주 찾는다. 그나마 키즈카페가 아이 셋을 데리고 놀기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막내 김민영(2·가명) 군을 안은 이 씨와 김수영(5·가명), 김나영(4·가명) 양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오늘은 어린이집에 안가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손님의 방문이 반가운 듯 했다. 아이들과 함께 부랴부랴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온 이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배고픈지 징징대는 막내에게 젖을 물렸다. 이 씨는 수유 중에도 첫째, 둘째의 옷에 수박이 묻었는지를 챙겼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 정신이 없어요”라며 웃는 이 씨, 그나마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면 다행이지만 셋이 모두 집에 있는 날에는 잠깐 바닥에 엉덩이 붙일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 씨는 2009년 결혼과 동시에 첫 아이를 임신했고 출산 후 바로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가 둘째 아이까지 연달아 낳게 된 것. 그렇게 연년생 자매를 키우다 막내 민영이까지 낳았다.

 

이 씨에게 임신과 출산은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임신중독증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셋째 아이 때는 조산기 때문에 수시로 병원을 찾았다. 결혼 당시 50kg이던 몸무게는 임신중독증 때문에 100kg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임신중독증을 딛고 출산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쓸개에 담석이 있어 수술을 하기도 했다. 임신중독증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던 날을 생각하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은 아이들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생각지도 않게 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지만 서로를 위하는 아이들을 보면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한 이 씨다.

 

“하나만 낳았으면 한 명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했었죠.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셋째는 셋째대로 다 안쓰러워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 셋이니까 외롭지 않고 서로 더 의지할 수 있겠다 싶어요.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서로 위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 “아이 많으면 다 무상이잖아?” 답답한 시선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 씨지만 다둥이엄마로서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답답할 때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카시트와 같은 육아용품에서부터 아이들 보험비, 우유, 치즈, 분유 등의 식재료비용까지, 아이들 양육비로만 한 달에 100만 원 가량이 든다. 다른 집보다 기본 2배에서 3배 가까이 더 들다보니 남편 월급만으로는 적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또한 한 아이가 아프면 연달아 같이 아프기도 해 이중, 삼중으로 고생을 겪을 때가 많다.

 

이 씨는 “저번에는 첫째가 수족구병에 걸렸는데 첫째부터 셋째까지 번갈아가면서 감염이 됐다. 또 세 아이가 장염에 걸리다 나까지 걸리게 돼 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은 적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런 고충을 사람들은 모른다”고 답답해했다. “아이들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은 ‘다둥이 엄마가 돈 드는 게 뭐가 있어? 다 무상이잖아’라며 좋겠다고 할 때가 많아요. 제 심정은 아이 셋을 키워본 사람만 알거에요.”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특별활동비 등을 이유로 첫째, 둘째 모두 어린이집에 십 만원씩을 더 낸다. 내년에는 둘 다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유치원은 나가는 비용이 더 많다고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예방접종도 필수예방접종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지원해주지만, 선택예방접종은 지원해주지 않으니,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필수 이외에는 선택해서 접종하라는데 안 맞출 수 없잖아요. 안 맞췄다가 큰일이라도 날까봐 비싼 돈 주고 맞힐 수밖에 없죠. 보육, 예방접종 등 결국 말로만 무상이고 무료지, 아이들을 위한 완전한 무상정책은 없는 거잖아요.”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이 씨는 “예를 들어 고운맘카드 금액이 오르면 그만큼 물가가 오르고, 남편 월급이 오르면 또 물가가 오른다”며 “물가나 현실을 생각해서 그에 맞는 정책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양육수당 바우처화 얘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엄마들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살 수 있도록 현금으로 주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컴퓨터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찾아서 하고 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새벽,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벤트체험단이나 육아체험단에 응모하고, 라디오나 방송사에 다둥이 엄마로서의 사연을 보내 상품을 받기도 한다. 지역 박람회의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경제적인 부분만 조금 해결된다면 아이는 많이 낳으면 좋을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이 끈을 놓고 싶다가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음 놓고 모유 수유할 곳도 없는 세상

 

다둥이 엄마 이선영(가명) 씨의 세 자녀가 키즈카페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다둥이 엄마 이선영(가명) 씨의 세 자녀가 키즈카페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무엇보다 이 씨는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빨리 만들어 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버스를 타면 아이들 한 명씩 올려줘야 하잖아요. 그러면 ‘빨리 앉아라’는 핀잔을 듣게 되죠. 택시를 타면 아이들이 가만히 안 있으니 차 더럽힌다고 욕을 먹어요. 전에는 ‘재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죠.”

 

그렇다 보니 이 씨는 아이 셋을 데리고 놀기 편한 키즈카페를 자주 찾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식당을 이용해도 다둥이 가족은 찬밥신세다. 식당에 가도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까봐 늘 노심초사. 특히 모유 수유할 곳이 없을 때는 출산을 장려하는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그다.

 

이 씨는 “지하철에 있는 몇몇 모유수유실을 찾았더니 역무원에게 키를 받아가야만 한다고 하더라. 물건이 없어질까 봐 잠가놓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느 누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느냐”며 “어쩔 때는 큰 옷을 입고 옷 속에 아이를 넣어 모유수유를 하기도 한다. 배고프다는 아이를 위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아이들 자체가 행복이다. 그 행복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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