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버지 정말 바람직할까?
친구 같은 아버지 정말 바람직할까?
  • 칼럼니스트 소인환
  • 승인 2013.10.2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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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적합한 아버지의 역할, 혼란스러워요

[연재] 두 아이 아빠 소인환의 육아토크

 

아빠학교 첫날입니다. 서른 명 정도 되는 아빠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바르게 성장했으나 아버지와 특별히 살가운 기억은 없습니다. 저 또한 제 자식 잘되기를 바라나 요즘 들어 점점 가족과 대화가 잘 안됩니다. 노력해도 결과는 좋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두 처음 만나는 분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시작과 끝이 똑같을 수가 있을까요. 저도 나름 다르게 소개해봤지만 결론은 똑같았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구청에서 진행하는 아빠학교 전단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료에 선착순이라 냉큼 등록을 하고 출석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과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쑥스러운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호기심에 그냥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이거든요. 다른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아내에게 등 떠밀려 온 분도 많았습니다.

 

아저씨들은 어색함에 주저하면서도 이런저런 수다를 피우다보니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습니다. 나는 어떤 아빠인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권위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랐는데, 지금 세상은 친구 같은 자상한 아버지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긴 하지만 익숙하지가 않고 방법을 잘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정말 바람직한 모습일까?’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아버지의 역할은 대를 이어서 내려온 것일 텐데, 그렇다면 엄했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버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라면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아버지의 역할이란 어떤 것인지…….’

 

답답합니다.

 

‘아버지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정체성 혼란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빠만세! ⓒ소인환
아빠만세! ⓒ소인환

 

아이가 어릴 때는 회사 일하랴 집안 일하랴 육아 도우랴 아빠 역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아버지들에게도 사회적 책임감이 커지면서 아빠역할에 대해 관심가질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육아 이야기를 쓰다 보니 ‘아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딸아이와 노는 이야기는 제게는 참 소중한 기억이지만 성찰이 부족하고, 지난 이야기만 쓸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도 쓰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아빠가 되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육아도 같이 해야 하고, 육아보다는 아이가 재밌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 가지게 되고 제 자신도 재미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노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 이후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민입니다.

 

저는 현재 어떤 아빠이고, 앞으로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요. 아이가 행복하면서 아빠도 즐겁고 사회와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육아는 어떤 것일까요?

 

고민을 하다 보니 확실한 것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아이가 자라더라도 저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아빠일 겁니다. 아빠로서의 고민과 반성은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홀가분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두 딸 하은·하정이의 아빠임을 계속 즐기는 것으로 결론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소인환은 영어교육 전문기업 능률교육의 유아영어 브랜드 '엔이키즈'팀(http://blog.naver.com/nekids) 차장이다. 미생물공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두 딸과 주말에 북한산에 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교육 전문지 기자, 교육기업 홍보, 직원채용 및 교육 담당자를 거쳐 현재는 건강한 유아영어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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