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3.11.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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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거나 개인주의가 만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잘못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요즘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정책과 관련한 수업을 듣고 있다. 과목은 '사회복지 정책론'이라는 수업인데, 주로 미국의 사회복지의 역사와 정책결정 과정, 진행상황, 철학의 변화 등을 배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재미있는 것은 교과서의 내용보다는,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는 토론이다. 7명이 수업을 듣는데, 우리나라 사회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 토의 등을 진행한다. 다른 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고, 나와 다른 이들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어서 즐겁다.

 

지난주에는 가족과 관련한 주제였다. 책의 내용 중에 흥미로운 것은,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나라들의 저출산이었다. 북서유럽은 복지국가의 유토피아라고 불리우는데, 가족 복지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임신하면 막대한 수당을 비롯해서, 다양한 혜택을 준다. 예를 들어 병원비 지원, 간병인 지원, 생활비 지원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사회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자.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임산부 혹은 양육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 지원이 확대가 되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여전히 많이 미흡하지만, 출산휴가를 확대 지원하거나, 양육수당을 주거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출산하지 않거나, 적게 출산한다.

 

다시 유럽의 경우를 돌아보자. 유럽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은 1990년대부터 겪어 왔다. 그 결과 시행되고 있는 것이 다양한 양육수당, 아동수당, 가족수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률이 증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현재, (상당히 많이 미흡하지만) 우리나라가 하려고 하는 정책들 역시 출산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이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하여 이와 관련해서 주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모두 생각들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자아의 성공'이라는 부분이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사회와의 단절을 가장 두려워 하였다. 자기가 대학을 나와서 해왔던 많은 일들을 아이의 출산과 함께 중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육아를 하고 회사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전보다 더 잘할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의 부재.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짐. 뭐 이런 것들이었다.

 

즉 육아는 자신의 인생에서 쉼표가 아닌 마침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침표 다음에는 새로운 문장의 시작이다. 아이를 낳고, 기른 다음에 새로운 뭔가를 하는 것이 힘들고 두려운 세상을 마주하는 젋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기꺼이 2세를 희생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정부에서 저출산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4시간 전담 어린이집 확대,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 출산휴가 지원 등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로 저출산이 해결될까? 그리고 아이를 부모의 품이 아닌, 시설에서 무작정 오랜 시간동안 맡아 놓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정책일까? 이런 정부의 정책들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정책들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서 낳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낳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낳지 않은 것이다. 자기 집을 마련하기 위해, 험악한 사회생활이라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지금의 젊은 세대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체계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것을 상기하면 좋을 듯 하다. 즉 내가 살기 퍽퍽하고, 각박한 세상인데 또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무책임하거나 개인주의가 만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한번 넘어지면 더 이상 손을 잡아주지 않은 우리 사회의 구조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넘어져서 낙오가 되는 것은 나 하나면 족하다. 저출산은 나의 후세에게 이런 세상을 물러주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능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를,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준다면 충분해 아이를 낳아도 행복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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