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생선·소시지도 혹시 '일본산'?
내가 먹은 생선·소시지도 혹시 '일본산'?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11.2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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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제로 UP, 원산지 속인 업체 추적 끝에 포착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가 커짐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6일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산 수산물의 15%의 불과하며 85%의 일본산 수산물은 여전히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은 어디서 팔리고 있는 걸까? 지난 13일 오후 MBC ‘불만제로 UP' 51회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 등으로 둔갑해 소비자에게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현장을 포착했다.

 

◇ 일본산 생태 대부분 식당으로 판매

 

지난 13일 오후 MBC ‘불만제로 UP'에 따르면 일본산 생태 대부분은 생태전문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유명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식당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원산지를 캐나다, 러시아 등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 ⓒMBC
지난 13일 오후 MBC ‘불만제로 UP'에 따르면 일본산 생태 대부분은 생태전문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유명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식당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원산지를 캐나다, 러시아 등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 ⓒMBC

 

일본산 생태는 대부분 생태전문 식당으로 판매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원산지를 러시아산이나 캐나다산으로 허위 표시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 북창동 A식당에 원산지를 묻자 "러시아산이에요. 일본 거 못 들어와요. 일본에서 왜 한국이 물건을 안 사가느냐고 항의하고 야단이야“라고 오히려 하소연했다. 맛집으로 유명한 강남구 논현동 B식당도 원전 때문에 일본산이 못 들어오고 있다며 원산지가 캐나다산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에서 쓰인 생태는 모두 일본산이었다.

 

문제는 수산시장 상인들도 일본, 러시아, 캐나다에서 수입된 생태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그 사람(유통업자)들이 어디서 수입한 것이다 딱지를 붙여요. 그걸로 확인되지 우리가 육안으로는 어려워요.” 15년간 수산시장에서 일한 한 상인도 일본산 생태를 구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일본, 러시아, 캐나다 3개국 생태는 결국 같은 종이기 때문이다.

 

이윤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일본, 러시아, 캐나다 생태의) DNA 분석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한 종일 경우에 분포지역이 서로 연결돼 있으면 종간의 DNA 차이가 거의 없는 걸로 나온다“며 ”명태는 오호츠크해, 알래스카 연안해 등에 분포하는데 새끼일 때 해류를 타고 이동하므로 결국 같은 종“이라고 설명했다. 

 

◇ 어묵·소시지에도 일본산 생태가 쓰인다?

 

이외에도 불만제로는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찾는 어묵, 맛살, 소시지 등의 주재료인 ‘어육‘(생선살)이 어디에서 온 어떤 종류의 생선인지 살펴봤다. 이들 어육 가공품은 현재 ‘수입산’으로만 표기돼 있어 소비자가 식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불만제로는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CJ, 동원, 풀무원, 롯데햄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 10곳에 연육 원산국과 제조공정 공개를 요청했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찾는 어묵, 맛살, 소시지 등의 주재료인 ‘어육‘(생선살)은 주로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어묵공장에서는 일본산 생태를 어육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MBC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찾는 어묵, 맛살, 소시지 등의 주재료인 ‘어육‘(생선살)은 주로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어묵공장에서는 일본산 생태를 어육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MBC

 

CJ는 미국·파키스탄·베트남이라고 답했고, 사조기업은 중국·미국·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 금성은 파키스탄·베트남·중국·인도, 롯데햄은 미국·베트남이라고 원산지를 알려왔다. 하지만 한성기업은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이처럼 연육은 대부분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었다. 이는 저렴한 가격 때문. 우리나라에서 생선이 한 마리에 1000원이라면 베트남 생선은 단돈 5원이다. 1kg당 가격도 수입산 연육이 약 2000원, 국내산 풀치는 3400원으로 수입산이 좀 더 저렴하다. 

 

일본산 생태 1kg당 가격은 3만 원대로 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일부 어묵공장에서는 일본산 생태를 연육으로 사용한다는 데.

 

전 어묵공장 관계자는 "(일본 수산물이) 미리 들어온 것도 지금 안 팔리는데 시장에도 가면 안 팔리는 게 많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결론적으로 사료공장 아니면 그런 쪽(어묵공장)으로 간다는 거죠. 가공하면 모르잖아요. 속살은"이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렇다면 왜 수입 원산국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3개국 이상으로 원산국이 변동될 경우 예외적으로 '수입산'으로 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도 무용지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는 자신이 먹은 요리 등에 혹여 일본산 생태가 쓰인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근 방사능 측정을 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한 방송에서는 스시를 먹었다며 자신의 몸속에 방사능이 측정되는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몸에 갖다 댄 진행자도 있었다.

 

과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일본산 수산물을 피할 수 있을까. 불만제로는 세슘 137에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물과 쌀을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측정해봤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 측정기로는 아무런 수치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종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센터장은 “휴대용으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제품은 감마선(방사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센서가 충분히 크지 않아 수만 개가 들어온다 해도 그중에 하나를 측정할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는 정확한 방사능 측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햇수로 3년째. 아직도 일각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이 원산지를 교묘하게 바꾼 채 거래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건 정직하게 수산물을 어획하는 어부들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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