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왜 고추를 만질까요?
우리 아이가 왜 고추를 만질까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11.2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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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외로움을 풀기 위한 행동일 뿐"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5살 아들을 키우는 A씨는 아이의 행동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TV를 보던 아이가 팬티 속에 손을 넣어 고추를 만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A씨는 ‘저 아이가 뭘 안다고 고추를 만질까’ 싶어 못 본 척 할까 하다가도 잘못된 행동인 것 같아 “만지지마!”라고 버럭 화를 내버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뿐.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팬티 안에 손을 넣어 고추를 주물럭거린다. A씨는 “그냥 만지는 건지, 느끼는 건지···그런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A씨와 같은 경험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아이의 자위행위를 가만히 지켜봐야 할지, 야단쳐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아직 어린 아이가 괜히 잘못된 성 인식을 갖게 될까 싶어 걱정만 쌓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의 자위행위가 아니다. 아이가 왜 자위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권명희 여성사회교육원 교육이사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성기를 만지는 건 성적인 욕구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성적행동으로 아이가 가진 다른 욕구를 해소하는 게 걱정이다. 아이들이 자위행위를 왜 하는지, 언제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고추를 만지는 아이 모습에 많은 부모들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아이들은 외로움을, 긴장감을 덜 느끼기 위해 성기를 만진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성기를 만지는 건 성적인 욕구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위행위를 한다면 왜 하는지,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살펴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
자신의 고추를 만지는 아이 모습에 많은 부모들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아이들은 외로움을, 긴장감을 덜 느끼기 위해 성기를 만진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성기를 만지는 건 성적인 욕구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아이가 자위행위를 한다면 왜 하는지,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살펴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

 

이권 교육이사는 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3층 가족비전홀에서 진행된 ‘굿맘이 되기위한 코칭리더교육’의 강사로 참석해 ‘우리 아이 성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미취학 자녀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오는 12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이권 교육이사는 “아이들이 왜 성기를 만지는 걸까? 이는 두려움, 외로움, 무서움, 긴장을 풀기 위한다거나 에너지가 남아서 그럴 수 있다. 외로울 때마다 성기를 만져 외로움을 덜 느끼려 하고, 에너지가 남는데 잠을 자야 할 경우 성기를 만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권 교육이사는 “우리가 어릴 때는 몸놀이하고 치고 박고 싸우면서 욕구를 해소했기 때문에 자위행위에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어딘가에 다 가둬두고 있고 긴장감, 무료함, 불편함이 계속 있으니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영상물을 틀어주는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무료해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이 아이들로 하여금 자꾸 몸을 만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이가 처한 환경이나 아이가 갖고 있는 욕구 불만이 자위행위를 하는 등 성적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아이가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지 잘 살펴보라는 신호로 생각해야 한다.

 

이권 교육이사는 “성기를 만진다고 부모가 당황하거나 그 상황을 갑작스레 환기시키려고 하면 아이도 당황스럽다. 자연스럽게 기다려줬다가 다른 상황으로 환기시켜주는 게 좋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선 ‘엄마는 골똘히 생각할 때 습관처럼 머리를 만진다. 너는 그런 습관 없니?’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해주고 알려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권 교육이사는 “잠자기 전에 에너지가 남아서 그런 거라면 30분 정도 몸놀이를 실컷해주면 바로 쓰러져 잘 것”이라며 “아이들의 행동을 성적으로 볼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먼저 봐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한 몸놀이를 방해한다면 계속 성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할까? 이권 교육이사는 “성 심리발달은 영유아기 때 다 발달된다. 때문에 성교육은 이후에 할 게 아니라 이미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유아기 발달단계에 따른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권 교육이사에 따르면 성범죄 가해 아이들의 특성을 보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거나 행동에 대한 책임성 및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정서적인 결핍을 나타낸다. 즉 어린 시절의 욕구나 관계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고 이뤄지지 않은 부분들이 추후 성적 욕구와 관련한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권 교육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만 생각하지만, 가해자도 우리의 아이들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가해자로 길러지지 않도록 어떻게 돕는냐는 부모의 역할”이라며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끼쳤구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먼저 이권 교육이사는 발달 첫 단계인 구강기까지는 아이가 물고 빠는 등의 욕구 충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권 교육이사는 “1.5세까지인 구강기는 성본능이 입에 집중된 시기이자 성적으로 감각훈련을 하는 시기다. 아이들은 빨고 씹는 구강활동으로 기쁨과 충족을 얻는데, 이때는 아이의 욕구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해주고 성적 감각기능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물고 빠는 것을 가능하게 하면서 아이들의 욕구를 해소하게 해야 하지만, 요즘은 환경호르몬 등으로 이것저것 물고 빨 수 없는 환경들 때문에 좌절을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염려했다.

 

또한 이권 교육이사는 “성적 감각기능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가 종이기저귀다. 천기저귀는 내보내면 바로 느낌이 와서 반응하지만 종이기저귀는 내보내도 반응이나 감각이 안와, 성적 감각기능을 방해하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결핍이 발생하면 흡연, 언어폭력, 수동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문기인 1.5~3세에는 자율성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시기다. 배뇨와 배변은 성본능을 만족시키는 주된 통로이자 이 시기 아이들은 자발적인 배변훈련을 하게 된다. 이권 교육이사는 “이때 아이들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모든 게 다 소중한 시기인데, 엄마가 빨리 배변훈련을 하려고 하면 심리적 갈등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은 자율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며 “이때는 배변훈련을 빨리 시키지 말고 자율성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권 교육이사는 “남근기인 3~6세에는 주도성이 발달되는 시기로 이성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시기다. 이때 부모가 얼마나 좋은 관계맺기를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한부모 가정이라면 아이에게 건전한 성인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곳에 데려가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권 교육이사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등 어린 아이들이 또래 친구로부터 성관련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발생한 것과 관련,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탐색하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권 교육이사는 “(몸에 대한) 탐색과정이 성인과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또래끼리만 모아놓으니 어떤 욕구들을 어떤 방식으로 건전하게 해소할 지를 볼 기회도, 해소할 길도 없다. 단순히 호기심에서 하는 것이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친구도 그런가’를 탐색하는 것일 뿐”이라며 “아이의 행위만 가지고 문제 삼지 말고 아이가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 그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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