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여, 신생아 육아에 도전하라
아빠들이여, 신생아 육아에 도전하라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3.12.10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유수유 빼놓고 모든 영역에 참여할 수 있어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와 그렇지 않은 아빠. 둘의 차이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신생아를 잘 돌보던 아빠가 아이들이 좀 컸다고 무관심해지거나, 이와는 반대로 신생아를 안 돌보던 아빠가 어느 순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육아는 아빠의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자녀와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어떤 아빠들은 자신의 자녀가 ‘유치원(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면’, ‘여유가 생기면’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단서 붙은 다짐은 다짐으로 끝나기 쉽다. 아빠가 갑작스럽게 친한 척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어색해하고 당황해 하면서 아빠를 피하게 될 것이다. 아빠 역시 갑작스럽게 습관과 행동패턴을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신생아 때부터 아이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를 만드는 것이다.

 

신생아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모유수유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 만약 모유수유를 안하고 분유를 먹인다면, 아빠의 육아가 엄마보다 적거나 못할 이유는 사라진다. 구체적으로 보면 목욕시키기, 옷 갈아입히기, 기저귀 갈기, 재우기, 달래기, 마사지하기, 분유 먹이기(밤중 수유) 등이다. 왜 안 되겠는가? 당연히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남자에게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은 하나도 없다.

 

신생아를 돌보는 일, 예를 들면 목욕을 시키거나 안고 업어서 재우고 달래는 것은 육체적인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몸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산모보다는 오히려 몇 달 힘쓸 일이 없던 아빠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아기의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엄마보다는 아빠의 힘이 더 필요해진다.

 

만약 산모가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 한다면 아빠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진다. 산후 우울증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중의 한 가지가 심리적인 것이다. 육아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의 상실과 정체성의 혼란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이때 남편이 육아에 주도적으로 임하면서 아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도록 돕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항우울제가 있을까! 꼭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많은 산모들이 출산 전후로 갑상선 기능저하와 항진을 경험한다. 이때의 신체 상태는 심각한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할 때와 매우 비슷해서 산모가 아기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에, 아빠의 적극적 육아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신생아 육아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아빠가 양육자로서 부족하거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산후조리 과정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란 산모의 회복과 함께 양육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때 육아훈련을 산모만 받는 경우가 많아 산후조리 기간이 끝나면 신생아 육아는 자연스럽게 아내가 주도한다. 집에서 전문 산후조리사를 불러서 하든, 장모님이 오셔서 하든,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서 하든 비슷하다.

 

초반에 아내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이 속성으로 전수받은 아기 돌봄의 기술을 남편에게 가르쳐 주려고 한다. 그러나 ‘부사수’ 경험을 불과 한 달 남짓밖에 안 해 본 아내, 그래서 자신도 여전히 어색하고 자신이 없는데 ‘사수’의 입장에서 ‘부사수’를 가르치려니 속이 오죽 터지겠는가? 게다가 밤중수유로 인한 수면 부족과 우울과 불안의 문제까지 더해지면, 산모에게 차분함은 온데간데없고 예민함만 남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남자는 아무 짝에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을 쫓아버린다. 자연스레 남편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생각에 산모가 신생아를 붙잡고 온갖 씨름을 할 때 한 걸음 물러나서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육아에서 방관자로 남지 않으려는 아빠는 아이가 신생아일 때부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만약 산후조리 과정에서 배제되었다면, 이후에 아내의 타박을 듣더라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기에게 최상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도록 하자. 아내 역시 남편이 훌륭한 육아꾼이 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기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산모 자신의 빠른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