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빠들도 하고 싶은 말 많아요”
“일하는 아빠들도 하고 싶은 말 많아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4.14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탐방] 한국일가정양립재단 ‘2014 파더링파티’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평소 늦다가 뜻하지 않게 집에 일찍 왔는데 TV보고 게임하느라 아빠한테 시선 한 번 안 돌리는 아이들 모습 보면 많이 서운하죠.”

 

40대의 아빠 조태형 씨의 말이다. 조 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는 한 아빠도 배우자나 자녀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불만사항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진용훈(47·원주) 씨는 “아빠는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빠가 아프다 해도 잘 안 믿는 경향이 있다. 또 아이들에게만 아침밥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조금 마음이 그렇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진 씨가 평상시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8시이고 20분 후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충분히 아침밥을 차려줄 수 있는 시간일 텐데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쏟는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이 든다고.

 

이외에도 아빠들은 “빨래를 하지 않아 입을 옷이 없을 때 등 집안일에 신경 안 쓸 때”, “아내가 자신의 훈육방식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아이와 아내가 같이 자고 나만 따로 잘 때”, “자녀에게만 관심이 집중됐을 때” 등에서 서운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산수련원에서 열린 ‘파더링파티’(아빠 100인 토론회)에서는 그간 일하는 아빠로서 느낀 고충을 속풀이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빠들은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가장 버겁다고 답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산수련원에서 열린 ‘파더링파티’(아빠 100인 토론회)에서는 그간 일하는 아빠로서 느낀 고충을 속풀이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빠들은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가장 버겁다고 답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산수련원에서 열린 ‘파더링파티’(아빠 100인 토론회)에 참가한 100여 명의 아빠는 저마다 일하는 아빠의 고충과 설움을 쏟아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이었지만 이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일가정양립재단(이사장 송미란)가 마련한 ‘2014 해피파더페스티벌’ 2부 행사로, 일과 가정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아빠들이 속풀이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지난해 해피파더페스티벌이 소년에서 아빠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면 올해는 세상에 공론화되지 못한 아빠의 목소리를 전파하는 데 주목적을 뒀다. 남성육아 담론을 확대시켜 아빠들이 일·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마련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은 전국 5개 지역에서 릴레이로 진행되는 올해 행사 중 가장 첫 번째로 진행된 행사답게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전날 자녀와 1박의 시간을 보낸 웃는아빠캠프 참가자를 비롯해 자녀양육에 관심있는 30~40대 남성들이 대거 참석해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원탁회의는 참가자가 각 주제에 맞게 의견을 내면 테이블마다 배치된 테이블퍼실리테이터가 의견을 작성해 중앙 컴퓨터로 보내게 된다. 그러면 테마퍼실리테이터에 의해 분석이 이뤄지고 실시간으로 참가자의 의견이 모든 참가자에게 공유된다.

 

공개된 의견 중 먼저 해결돼야 하는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참가자들끼리 상호토론하고 마지막으로 무선 전자투표기를 이용해 현장투표를 하게 된다. 일·가정 양립 문제를 여성가족부, 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협업해 해결하는 것처럼 어떤 한 그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함께 참여해서 의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빠로 살면서 ‘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버겁다고 토로했다. 가정이 유지될 만큼 돈을 벌면서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런데 아이들이 고마운 줄 모르고 바라기만 하거나 아내가 자녀에게만 관심을 쏟는 등 가족들이 가장의 책임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가장 큰 불만이라고.

 

심복윤(가명·43·화성) 씨는 “직업 특성상 야근이 잦아 주말에 간신히 쉬는 정도인데 평상시 인사도 제대로 안 하던 아이들이 주말만 되면 놀러 가자고 한다. 아빠를 운전수 역할로 취급하는 거 같아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아빠는 자녀양육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과중한 업무’를 꼽았다. 교대·근·주말 근무 등 장시간 회사 일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 앞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불가능할 때가 많다는 것.

 

심원(40·수원) 씨는 “회사 문화 자체가 사생활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 하면 ‘누군 애 안 아파봤어?’ 이런 식”이라며 “강제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이미 지친 터라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토론은 IT기기 등을 이용한 원탁회의로 진행됐다. 한 사람씩 안건을 제시하면 앞 화면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안건이 공개된다. 본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사회자가 토론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이날 토론은 IT기기 등을 이용한 원탁회의로 진행됐다. 한 사람씩 안건을 제시하면 앞 화면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안건이 공개된다. 본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사회자가 토론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산수련원에서 열린 ‘파더링파티’(아빠 100인 토론회)에서 아빠들은 일·가정 양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과 기업이 아닌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산수련원에서 열린 ‘파더링파티’(아빠 100인 토론회)에서 아빠들은 일·가정 양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과 기업이 아닌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일가정양립재단

 

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의 경우 국립가족수당금고(CNAF)를 통해 자녀 출산 및 양육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재원의 60%는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한다. 현재 여가부에서 시행하는 ‘가족친화제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를 두고 백진호(36·김천) 씨는 “국가에서 경영진에게 가정 관련 교육을 의무화해 이들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필요한 건 경영리더십과 골프가 아니라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아빠는 “남성에게 육아휴직을 강제로 부여하고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회사에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기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자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옆에 앉은 고용부 관계자는 “회사가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라면서 “육아휴직이 선택이 아닌 강제사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급여 상하한액이 있다보니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반면 중소기업은 하한액(50만 원) 수준을 받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점인 80~90만 원대로 정액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아휴직은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성기(41·광명) 씨는 “육아휴직을 쓰게끔 돼 있으나 영세기업에서는 법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육아휴직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국가에서 감시할 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및 다자녀 양육비, 교육비 등 국가에서 책임지는 보육·양육의 지원을 강화하고, 자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주 한국일가정양립재단 상임이사는 “아버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황금같은 시간이었다”며 “갑자기 변화할 순 없겠지만 우리 생활에 질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기업, 국가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더링파티는 이날을 시작으로 ▲5월 11일 국립천안청소년 수련관 ▲6월 15일 경주켄싱턴리조트 ▲9월 28일 국립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 ▲10월 26일 장소 미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 문의 및 참가 신청은 2014 해피파더페스티벌 홈페이지(www.smiledad.com)를 참조하면 된다.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