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성분 들어간 분유, 문제 없을까?
초유성분 들어간 분유, 문제 없을까?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5.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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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해야" vs "검증된 것"…전문가도 의견 분분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시중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초유성분이 들어간 분유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정경쟁과 사회안전망포럼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한 ‘2014년 녹색식품안전 토론회’에서는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영유아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학자,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제분유에 초유성분을 첨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방안을 찾는 자리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종희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나 영유아에게 초유성분이 들어간 분유의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인 연구는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황종희 교수는 “포유동물의 초유는 출생 후 24~72시간 동안 분비되며 종마다 특이성을 갖는데 소, 돼지 같은 반추동물은 모체의 면역인자가 태반을 통해 전달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며 “첫 수시간 안에 초유를 통해서만 면역인자와 항체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면역글로블린 A는 인간의 초유에 더 많이 분포하고 면역글로블린 G는 젖소의 초유(20%)가 인간의 초유(2%)보다 풍부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황 교수는 “태아기에 이미 태반을 통해 엄마로부터 충분한 면역글로블린 G를 전달받기 때문에 얼마나 면역작용에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유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황 교수는 “송아지 분만 후 어미 소는 질병 감염의 위험성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고 초유는 높은 온도에서 젖산균, 대장균 등의 미생물에 의해 변패되기 쉽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한 초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면역글로블린이 변성될 수 있고 초유 함유 단백질 자체가 면역원으로 작용해 민감성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초유 농축제품의 유당은 영유아에게 위장관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황 교수의 생각이다.

 

황 교수는 “뉴질랜드, 유럽에서도 젖소 초유 농축물의 형태로 가공된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임상적인 적응증에 대한 명백한 규정은 없다”며 “임상적으로 초유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관한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란 녹색식품안전 토론회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녹색소비자연대와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관한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란 녹색식품안전 토론회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초유성분 들어가기만 하면 가격 껑충

 

현재 국내에서는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 등의 분유사에서 초유성분이 함유된 분유를 판매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유성분 분유의 가격은 초유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초유보다 약 두 배 이상 비쌌다.

 

1단계 분유(태어나서~백일까지)의 평균 가격을 비교하면 남양유업의 경우 초유단백분말 등이 들어간 ‘아이엠마더’(3만 1600원), 산양초유분말 등이 함유된 ‘산양분유 프리스티지’(3만 9077원)는 초유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아기사랑秀S’(1만 6165원)보다 1~2만 원 더 비쌌다.

 

일동후디스의 초유유청단백질농축이 함유된 ‘트루맘 프리미엄’의 가격은 평균 2만 7200원으로 초유분말 2.442%가 들어간 ‘트루맘 슈퍼프리미엄 퀸’(3만 6253원), ‘프리미엄 산양분유’(4만 9725원) 등 단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올라갔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초유가 함유된 분유를 판매하고 있지 않거나 엄격한 관리를 통해서만 유통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초유가 함유된 분유를 판매하지 않고 특정 성분이 강화된 분유는 약국에서만 판매한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6개월 미만의 영유아용 분유에는 초유를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초유급식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초유분유를 의약품으로 지정해 일반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초유가 들어간 제품은 약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2012년 9월 초유를 신생아용 분유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국장은 “현재 판매 중인 분유에서 초유가 얼마나 들어갔고 인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등 정확한 정보가 미흡하다”며 “기업에서는 초유를 넣은 제품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과도한 광고를 개선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초유성분 첨가 신중해야 vs 기술력 검증된 것

 

토론자로 나선 김혜경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초유가 주는 여러 가지 장점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초유성분을 분유에 첨가하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유즙은 가장 적은 양의 단백질과 무기질 양을 갖는데 이는 출생 직후 신장기능이 미숙한 아기에게는 오히려 좋다”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여러 성장인자가 풍부한 젖소의 초유성분이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지는 의심스럽다”고 언급했다.

 

또한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청소년, 성인에게는 초유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이용될 수 있지만 식품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기가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조제분유에 첨가하는 것은 초유 속 인자들의 장기적 부작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위험한 일로 보여진다”고 난색을 보였다.

 

한영신 삼성의료원 아토피환경보건센터 교수 역시 “영유아는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등 면역학적으로 미숙해서 성인과 똑같은 양을 먹어도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이러한 영유아 특징을 봤을 때 초유성분을 첨가한 조제분유가 과연 안전한지는 판단해 봐야 할 문제”라며 안전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박승용 한국유가공기술과학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카제인 단백의 함량과 유청 단백질의 함량을 줄여서 모유와 유사한 조성을 갖도록 조제분유 배합을 하고 있다”며 “국내 조제분유 기술과 제조공정 등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초유의 안전성 및 독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 웰링턴 의과대학의 연구진은 초유에 의한 독성학적 및 조직병원학적 이상은 없는 것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완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기준과 과장은 “현재 분유에 들어간 성분 중 필수성분만 관리하고 있으며 초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추적하는 위생안전관리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국가에서 필요한 관리방안이 있다면 전문가들과 함께 기준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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