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저출산의 늪, 출구는 없다
지독한 저출산의 늪, 출구는 없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9.05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계출생률 1.187명···"저출산대책 재정 투입, 늘려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인구 위기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3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1.187명으로 지난해 1.297명보다 더 떨어졌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합계출생율은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0.968명으로 나타났다. 여자 1명이 평생 동안 아이 1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3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1.3명 이상으로 높아진 적이 없는 등 현재 한국사회는 저출산의 덫보다 더 지독한 늪에 빠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초저출산현상의 출구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개최한 2014년도 제5차 인구포럼 ‘한·일 저출산·고령사회정책 비교 국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우려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명 수준으로 높았으나 급격하게 낮아져 1983년에 인구대체수준에 도달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간 합계출산율은 1.5~1.8명 수준을 유지하는 듯 했으나, 1997년 이후 다시 급감해 1998년 처음 1.5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2005년 1.076명까지 낮아졌다. 이후 합계출산율은 1.3미만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이 연구정책연구본부장은 “최근의 저출산, 저사망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총인구는 2030년 5200만 명까지 증가한 후 감소세로 전환해 2060년 44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구규모는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경험한 1990년대 초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2014년도 제5차 인구포럼 ‘한·일 저출산·고령사회정책 비교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2014년도 제5차 인구포럼 ‘한·일 저출산·고령사회정책 비교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인구의 감소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더욱 위기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는 2016년 3700만 명까지 증가한 후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 2060년 219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사회와 경제적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에 따른 현상은 가까운 일본보다도 심각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출산율 감소가 26년 늦게 시작됐지만 최근 한국의 출산율 수준은 일본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변천 속도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5년 저출산대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한 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통해 보육 중심의 정책을 전개했다. 이후 2011년부터는 보육 확대 및 일·가정양립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의 주요 대책은 ▲일·가정 양립 일상화: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등 ▲결혼·출산·양육부담 경감: 보육비, 양육수당 지원, 임신·출산비 지원 등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 등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저출산대책은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연구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의 저출산대책에 대한 재정 투입정도는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데다가 투입 재정마저 보육에 집중돼 있어 나머지 정책들 대부분은 대상의 한정, 급여수준의 비현실성 등으로 인해 효과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족친화적 고용문화의 부재 등 일·가정 양립 사회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현실은 저출산문제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는 출산한 여성의 퇴직과 출산 후 노동시장 재진입의 어려움 등 여성의 지속적인 경력 단절을 야기한다. 가사와 양육을 여성의 역할로만 치부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잔재하는 것도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연구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의 출산율 회복은 OECD 어느 국가들보다 불리한 여건에 있음에도 한국의 저출산대책 수준은 일본을 포함한 OECD 어느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여론은 지난 10년 간 예산 증가에 대해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 저출산대책에 대한 재정 투입 정도는 미래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번영, 개인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정도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저출산대책으로의 소득보전정책은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지원, 보육·유아교육비 지원 등 일부 용도에 국한돼 생애주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충분하게 완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자녀양육 비용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연구정책연구본부장은 “지금까지 수행된 저출산대책들을 통해 출산율을 어느 정도 높여야 할 것인가의 목표에 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를 기초로 정책 투입 대비 인구학적인 변화 간의 연관성을 보다 명료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투입이 필요한 정책, 새롭게 도입해야 할 정책 등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대책의 방향은 정부와 사회가 생산가능인구의 증대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토론자로 나선 윤홍식 인하대학교 행정학과·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문제는 국내 시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말 정부와 대기업이 한국 내에서의 노동력 증대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의 저출산대책의 성공여부는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성장 등이 수출지향적인지, 아니면 내수지향적으로 전환할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내수지향적으로 정책 전환을 했을 때, 저출산문제를 정부의 핵심적 아젠다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인 우선적인 동의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의 부분을 얘기해야 한다”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접근하지 않고 육아, 보육, 주택 정책만을 펴는 건 코끼리 한 쪽 다리만 만지고 코끼리가 뭐냐고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안정적 고용을 보장해야 노후문제도 해결되고 아이 낳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적 고용을 얼마나 확대할지가 중요하다”며 “공적지출을 대규모로 증가시키지 않고 저출산문제를 해결한 사회는 없다. 공적지출의 증가 없이 국민의 애국문제, 국가 존립 문제를 강조하면서 출산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문제 있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아토 마코토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명예소장은 “일본의 경우 남성의 40%, 여성의 30%가 가족이 없고 의지 없는 고령자로 전략해 가족의존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 패턴으로 간다면 언젠가 일본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웨딩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