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다른 아빠, 아내 흉내는 필요없다
엄마와 다른 아빠, 아내 흉내는 필요없다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9.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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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아빠가 채울 수 있어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요즘 잊을 만하면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기사 중 하나는 교원의 성비 불균형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1997년 여성 교사의 비율이 남성을 초월한 이후 2010년에는 75.1%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은 남성 교사가 1명 이하인 학교가 2009년까지는 전무했다가 2010년은 2곳, 2011년에는 8곳이라고 한다.

 

선생님의 성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학교는 교과 내용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사람(또래와 어른)을 대하는 방법,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여성의 특성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을 섬세하게 돌봐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은 규칙과 질서, 권위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인함이라는 남성적 특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성 교원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학부모 단체는 아이들의 정서와 사회성 함양 교육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학교보다 중요한 가정은 과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엄마가 아이의 모든 것을 다 챙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말이다. 물론 엄마는 훌륭한 양육자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아빠의 양육을 강조한다고 해서 엄마가 가진 양육자로서의 능력을 무시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하지만 엄마로서는 채울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바로 아빠가 가진 남성의 특성이다.

 

남성과 여성은 정말 차이가 있을까? 생물학적 특성 이외에 심리적으로 다를까?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본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성과 관련된 도식이나 고정관념의 영향으로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란다. 여자라면 어떠해야 하고, 남자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혹은 차별)이 우리에게 성 역할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아이 물건은 대체로 분홍색, 남자아이는 푸른색이다. 어른들은 여자아이에게는 인형을, 남자아이에게는 자동차를 사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타고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이나 양육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생후 24시간인 신생아 102명(남 44명, 여 5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된 상태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성별도 모르고 그에 적합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연구자들은 아기들에게 움직이는 모빌과 얼굴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느 것을 더 오래 응시하는지 조사했다. 오래 응시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더 좋아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남자 아기는 모빌을, 여자 아기는 얼굴사진을 더 오랫동안 응시했다.

 

남성과 여성은 분명히 다르다. 물론 남성중에도 여성성이 강한 사람이 있고,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노력을 통해서 어느 정도 따라 잡을 수 있는 특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남성과 여성에게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자녀 양육에서도 나타난다. 엄마는 언어, 아빠는 행동을 통해 주로 아이와 상호작용한다. 아빠가 자녀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관찰해 보라. 아빠들은 엄마와 달리 언어가 아니라 몸으로 뒹군다. 치고 때리고 안고 뽀뽀하고 들고 던지고 흔들고 간질인다.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좋아한다. 엄마들은 아빠의 이런 모습에 기겁을 하면서 왜 애를 잡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사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좋은 놀이 수단은 언어가 아닌 행동이다. 사실 언어를 통한 소통은 우리 성인도 어렵지 않던가.

 

남성과 여성의 또 다른 차이는 규칙을 적용할 때 드러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든 순간 중 하나는 행동을 통제할 때다.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 적절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알려주기 위해서 부모들은 규칙을 만든다.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든가, 부모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든가, 공공장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일단 규칙을 정하면 지키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부모들은 보상과 처벌을 사용한다.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규칙을 잘 따를 리 없다. 이는 한편으로 기억력이나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절제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규칙을 어기면 미리 약속한 대로 처벌을 하거나 다른 규제를 가하는데, 이 때 아빠와 엄마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아빠는 처벌, 엄마는 용서를 주장한다. 아빠의 논리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엄마의 논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번만 봐주자고 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 너무 고지식하게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너무 일관성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도 문제다. 상황에 따라 유연할 필요는 있지만,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엄마들은 자녀에게 약하다. 얼마나 약한지 자신이 세운 규칙을 스스로 허물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엄마들은 규칙을 세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엄마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아이들은 엄마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이는 단지 통제의 문제가 아니다. 버릇없이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다. 집에서는 봐주지만,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아빠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계획과 원칙을 넘어 외골수 성향까지 보이는 남성과 유연하다 못해 일관성까지 훼손하는 여성의 차이는 한편으로 감정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어떤 이들은 단순하게 남성은 이성적, 여성은 감성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해 살인이나 폭력 등 온갖 사고를 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성이니 이런 구분은 손쉬울지는 몰라도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감정에 둔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한국 남성들에게 두드러진다. 아내가 옆 집 아줌마 흉을 보면 공감은커녕 핀잔을 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남편은 과연 나뿐일까? 그렇지 않다. 분명하다. 아내 말에 공감을 잘 해주는 남편은 매우 드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내들은 남편의 이런 특성에 너무 화가 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싫겠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는 이런 특성이 도움이 된다. 감정이 상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공감만이 아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아빠의 방법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빠는 남자다. 너무 당연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분명 아빠는 남자다. 엄마가 흉내 낼 수 없는 특성이 있는 아빠는 자녀 양육에 꼭 필요하다. 그리고 아빠들은 아내를 흉내 내지 말고 자신의 성향을 잘 활용하면 된다. 이것이 진짜 아빠 양육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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