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부하직원으로 대하지 마세요
자녀를 부하직원으로 대하지 마세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1.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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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자녀와의 대화법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중년의 아버지와 딸이 함께 캠핑을 가서 벌어지는 모습이 나오더군요. 아버지는 대략 40대 중후반은 되는 것같고 딸은 중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사춘기 딸과 가까워지려고 둘만의 시간을 가질 요량으로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1박2일 캠핑을 왔을 것입니다.

 

내용 중에서 숙소를 깨끗히 청소하고 다른 팀을 초청하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딸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딸을 졸졸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더군요. "빗질하는 자세봐라." "그 속도로 언제 끝내겠어." "여기는 왜 아직도 안 쓸었냐?" 딸의 기분은 어떨까요. 아버지와 다시는 어디든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송을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딸에게 계속 그렇게 행동했다면 모처럼의 캠핑을 완전히 망쳤을 게 틀림없겠죠.

일이 우선이었던 예전과 달리, ​아버지들도 자녀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가능하면 일찍 퇴근하고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젊은 아빠들보다 40대, 50대의 중년 아버지들일수록 가족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사실을 본인은 깨닫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40대 이상이 되면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 급입니다. 위로는 상사를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부하직원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실무를 주관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는 시기입니다. 부하 직원들을 닥달하여 실적을 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합니다. 흔히 샌드위치 신세라고 하죠. 이런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문화에 익숙해지다보니 직장에서 하는 행동을 나도 모르는 사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합니다.

아버지들은 직장에서 그렇듯, 자녀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강압적으로 말하며 자신의 눈높이에 충족하기를 요구합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그렇게 대합니다. 자신은 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존재'일 뿐입니다. 어느 방송에서는 거실에 설치한 CCTV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본 어떤 50대 아버지가 '내가 정말 저랬나?'라고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영상에는 고등학생 아들을 앞에 부동자세로 세워두고 성적이 나쁘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퍼붓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장난끼 넘치면서도 밝은 미소와
장난끼 넘치면서도 밝은 미소와 "사랑해요"라는 말을 달고 다니며 쫑알쫑알 애교만점의 나은공주. ⓒ권성욱

자녀는 부하직원이 아닙니다. 물론 때로는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도 주고, 때로는 잘못에 대해 눈물이 쏙 빠지게 엄하게 나무래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24시간 감시감독하듯 졸졸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직장이라도 그런 상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가족들과 대화할 때에는 먼저 말하는 대신 들어보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최대한 줄이고 가족들의 말을 최대한 듣는데 노력하세요. 그리고 절대로 중간에서 끊지 마세요. 일단 끝까지 들어주세요. 중간 중간에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쳐주고 공감해 주세요. 가족들은 아버지가 관심있게 듣고 있구나 생각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듣기가 잘 안되는 이유는 듣기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하려면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듯, 잘 들으려면 듣기 연습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말을 들을 때에는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말하기를 가르쳐 주는 곳은 있어도 듣기를 가르쳐 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늘 신경쓰고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을 바꿔야 합니다.


자녀​들의 행동이 내 눈높이에 차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라기 전에 우선 자녀의 말을 먼저 들어보세요. 그리고 나서 아버지의 생각을 얘기하세요.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자녀 스스로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럼 한결 대화하기 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간섭하고 지시한다면 자녀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뿐더러 도리어 반발심을 살 뿐입니다.

10대 자녀는 5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도 아닙니다.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서도 부모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체입니다. 부모에게 존중받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도 존중받고 부모에게 무시당하는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무시당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의 나이에 늦깎이로 결혼해 모처럼 신혼을 즐기려는 찰나 집사람의 임신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어차피 엎질러진 물에 책임감에 육아서적을 탐독하며 초보 아빠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집사람의 출산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지고 시한부 주부 아빠가 돼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현재는 직장에 복직해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네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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