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자립심을 키워주려면?
우리 아이 자립심을 키워주려면?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1.3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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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을 주고 그것을 존중해야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나은 공주는 평소 의사표현이 명확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고 엄마, 아빠와 어린이집 선생님, 친구들에게 자신의 기분과 요구사항을 또박또박 말합니다.

 

세상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자기 의사 표현은 사회성과 대인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관이 확실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이기에 주변의 신뢰를 받으며 자아존중감이 높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반대로 우물쭈물하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의 신뢰를 받지 못할 뿐더러 자아존중감이 낮고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나나 둘이다보니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뭐든 해주려고 하고 기대치 또한 높아 조기 교육에도 열심입니다. 그렇기에 제 어린 시절과 비교해도 지능이나 학습 능력에서 훨씬 ​똑똑합니다. 반면, 자립심이나 자아존중감은 오히려 낮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부모가 모든 것을 다해주기에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 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바쁜 경쟁 사회에서 아이가 뻔히 잘못된 선택으로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어디에 있냐며, 모든 것을 부모의 뜻대로 결정지어 버리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해라"고 지시하고 시키는대로 하면 "착한 아이", 고집대로 하면 "말 안 듣는 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아이를 부모의 마리오네트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헬리콥터마냥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끝없이 간섭하니 아이는 신체만 어른이 되었을 뿐 정신적으로는 전혀 성장할 수 없습니다. 흔히 "어린 시절에 즐기던 취향을 커서도 즐기는 어른"을 "키덜트(kidult)"라고 하지만, 정말로 정신연령이 아이에 머물러 있는 키덜트들도 많이 있습니다. 지적으로는 아무리 똑똑해도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도 못하고 자신감도 없다보니 제아무리 남들이 부러워 하는 명문대학을 나왔어도 막상 사회 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는 자립심도 길러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에는 전적으로 부모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보호보다는 점차 자립쪽에 우선을 두어야 합니다.

 

자립심이란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저희의 예를 들자면, 나은공주가 돌이 조금 지나 간단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때부터 이렇게 했습니다. 목욕을 하고 나서 옷을 두세가지 골라 앞에 펼쳐 놓고는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싶어?" 라고 물으면 나은공주는 잠깐 고민하다가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렇게 직접 고른 옷을 입고 외출하면 훨씬 즐거워 합니다. 이제는 직접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서 스스로 입지만요. "난 이거가 좋아!" 마트에 장을 보러가서 나은공주에게 먹일 간식 거리도 선택권을 줍니다. 물론 모든 것에 선택권을 줄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선택의 권리와 폭을 넓게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건 오히려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합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오냐, 오냐하며 상전으로 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안되는 것은 왜 안되는지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여 납득시켜 주세요. 가령 마트를 돌다가 "아빠 저 인형 사줘" "저 과자 먹고 싶어"라고 합니다. 저는 "나은이가 저 인형이 마음에 들었구나. 하지만 오늘은 안되고 나은이 생일때 아빠가 사줄께." "저 과자는 나은이가 좀 더 커야 먹을 수 있어. 나은이가 밥 많이 먹고 쑥쑥 크면 그때 먹자"라고 설명해 줍니다. 그럼 고개를 끄덕거리고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대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건 핀잔 대신 우선 존중해 주기에 나은공주도 엄마 아빠 말을 신뢰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이는 어른같은 판단력과 경험이 없기에 종종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이걸 먹겠다고 골라놓은 과자를 사주었더니 막상 집에 가서는 맛이 없다고 거들떠 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시행착오일 뿐입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는 성장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틀렸다"라며 처음부터 막아버리고 "이렇게 해야 하는거야"라고 모범답안만 제시한다면 아이는 영원히 아이로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옆에서 서포트하고 어드바이스를 주면서, 결정은 아이 스스로 하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때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 설령 그게 틀린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로 인해 때로는 호된 댓가를 치루기도 하지만, 아이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지요.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자립심"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첫걸음이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하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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