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체계 개편 추진, 전업주부에 '불똥'
보육체계 개편 추진, 전업주부에 '불똥'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5.01.2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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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관 “전업주부 어린이집 이용수요 줄일 것” 부모들 “아동학대 책임, 전업주부에 돌리나” 반발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린이집에 맡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리가 부실한 어린이집이 난립했고 이로 인해 아동학대 사건을 막기 어려웠다며 보육 체계 개편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아동학대 사건 발생의 본질을 전업주부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라 반발이 예상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0세 아이는 가정 양육 비율이 70%에 달하는데 1세만 되면 가정 양육 비율이 확 떨어지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비율이 80%가 넘는다”며 “전업주부가 전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보육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은 “사실 지금도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12시간 내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한 시간에 잠깐 아이를 봐주는 시설인 만큼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고, 전일 보육은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맞벌이 부부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장관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2세 이하 어린이는 인지적·비인지적 발달 측면에서 가정 양육이 훨씬 좋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편 과정에서 반발이 심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복지부는 아이를 키울 때 받는 양육수당의 금액을 늘리는 대책도 마련해 보육료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전날 세종시에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도 “맞벌이 부부에 대해 지원대책을 강화하거나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보육시스템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아동학대 발생 어린이집 폐쇄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어린이집 평가인증 개편 등의 계획을 내세우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이런 과정에서 전업주부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나오게 된 것.

 

그러나 당장 전업주부들의 격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전업주부 자녀들이 어린이집 과열 경쟁과 보육의 질 저하에 대한 원인 제공자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엄마들이 자주 찾는 육아카페 등에는 복지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엄마는 “엄마들이 먼저 양육수당 달랬나요? 어린이집 지원해달랬나요? 출산율 저조하니 애 낳으라고 지원하겠단 거 아니었나요?”라며 “왜 지금 와서 워킹맘, 전업맘 구분지어 편 가르게 하나요?”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엄마도 “전업맘들은 이용시간 줄이고 맞벌이맘만 이용 늘려주면 다자녀 전업맘은 어찌되는 건지, 생각을 하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출산장려 하고 아이 넷 애국자면 뭐하냐”고 토로했다.

 

특히 엄마들은 국민들의 표심잡기용으로 무상보육 정책을 내세웠던 정치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 엄마는 “어린이집 수요가 늘면서 어린이집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건데, 왜 수요가 늘었는지 알긴 아느냐. 단계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표 때문에 정책을 내세우니 이 결과까지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엄마는 “지원비를 부모에게 줘서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그 돈으로 직접 키울 사람은 키우고 어린이집 보낼 사람은 보내게 해야지, 지원비를 어린이집에 줘 버리니 어린이집 안 보내는 사람은 혜택 안 받는 바보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한 엄마는 “애초에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같은 금액으로 줬다면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국가 지원을 덜 받는 모양새로 끌고 가니, 같은 엄마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안 보낼 사람이 누가 있느냐. 어린이집 배만 채워주니 이렇게 아동학대까지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만 0~5세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부모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유아학비)나 양육수당 중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애초 시작부터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지원금액이 많게는 19만 원 이상이 차이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현재 보육료는 만 0세아 39만4000원, 만 1세아 34만7000원, 만 2세아 28만 6000원, 만3~5세아 22만원이며, 양육수당은 12개월 미만 20만 원, 12개월~24개월 미만 15만 원, 24개월 이상부터 만 5세까지 10만 원이다.

 

인터넷에서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누리꾼 jiso****는 “어린이집 폭행사건에 대해 정부의 잘못은 없고 국민 탓만 한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도의 보완과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논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lala****는 “오늘의 워킹맘이 내일의 전업맘이기도 하고 오늘의 전업맘이 내일의 워킹맘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합니다.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야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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