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요리, 일상의 행복
아이와 함께하는 요리, 일상의 행복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3.02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섯살 딸과 함께 주먹밥 만들면서 느낀 것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은공주는 야채는 무지하게 싫어합니다. 장난감으로 음식 놀이를 할 때에도 핫도그나 소세지는 냠냠하면서 당근은 "안 먹어 퉤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는 먹고 싶은거만 먹을꺼야!" 이럴 때만 똑부러지는군요. 코코몽을 미끼로 어르고 달래 보기도 하고 억지로 먹여 보기도 하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지는 쪽은 늘 아빠.


그래서 나은공주에게 거부감 없이 야채를 먹일 방법을 찾다보니 문득 주먹밥이 눈에 띄이네요. 재료 준비도 간단한데다 만들기도 쉽고 무엇보다 아이와 같이 만들 수 있다는 점. 퇴근길에 집 근처 마트에 들려 고기와 당근, 감자, 양파를 샀습니다.

집사람의 지도 아래, 일요일 오후 주먹밥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야채를 깨끗이 씻은 후 잘게 채썰기를 했습니다. 나은공주에게 야채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말이죠. 만약 들통나면 먹으면서 불순물로 간주하여 죄다 골라냅니다. 다음으로 돼지 고기를 볶고 밥과 야채를 부어서 소금과 후추, 버터를 살짝 곁들인 후 다시 볶습니다. 그럼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거실에 있는 탁자 위에 완성된 볶음밥과 주먹밥 만들기 틀을 준비합니다. 나은공주의 손에 위생 비닐 장갑을 씌웠더니 재미있어 합니다. 저도 비닐 장갑을 낍니다. 주먹밥 틀 위에 볶음밥을 조금씩 얹어 꾹꾹 누르게 합니다. 그리고 틀을 뒤집으면 별 모양, 삼각 모양, 하트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의 주먹밥이 완성됩니다. 한번 방법을 가르쳐 주니 "아빠 하지마! 내가 할꺼야"하면서 부지런히 주먹밥을 만듭니다.

 

주먹을 만드는 나은 공주. ⓒ권성욱
주먹을 만드는 나은 공주. ⓒ권성욱

 

엄마에게 한입 먹여주는 나은 공주. ⓒ권성욱
엄마에게 한입 먹여주는 나은 공주. ⓒ권성욱


입안에 하나 넣어줬더니 "맛있쪄~~" 감탄사를 날립니다. "엄마에게도 드세요, 라고 해야지" 하니까 하나 들고 "엄마 드세요"랍니다. 집사람도 맛있다며 앞으로 종종 부려 먹어야겠답니다. 개눈 감추듯 먹는 두 사람을 보니 왠지 뿌듯합니다.


결혼 전만 해도 부모님 슬하에 살면서 자취 한번 해본적이 없다보니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할 때에는 내 아이에게 맛있는 것, 영양 많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서툰 솜씨에 요리책 뒤져가며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다른 집안일은 다 해도 요리만큼은 못해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조금씩 실력이 늘더군요.


복직 후에는 두 사람 모두 직장 생활에 바쁜데다 퇴근 후에도 집안일 하느랴 저녁에는 인스턴트 스파게티를 먹이거나 햇반과 고기, 생선 구워서 적당히 때우는 것이 일상입니다. 주말이나마 집사람을 대신해 간단하면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아빠표 요리를 해봅니다. 그것이 저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