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도 밥도 먹을 수가 없어요!
모유도 밥도 먹을 수가 없어요!
  • 이경동 기자
  • 승인 2011.08.01 19:44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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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살아가는 페닐케토뇨증 환자들

전북 전주시 박주연(36) 씨는 4년 전,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가 희귀난치성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중 하나인 페닐케토뇨증(PKU) 의심 증상을 보였다. 검진 결과 출산한지 한 달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페닐케토뇨증이란 단백질에 포함된 ‘페닐 알라닌’이라는 성분을 체내에서 분해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이 성분이 든 음식을 먹으면 단백질이 소화되지 않고 몸 안에 그대로 축적돼 지적장애와 성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평생 특수 분유와 저단백 햇반 먹고 살아야

 

모유와 일반 분유에도 페닐 알라닌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모유와 분유를 먹을 수도 없다. 육류는 물론 밀가루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심지어 밥도 먹을 수 없다. 평생 주식으로 특수 조제분유를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박 씨의 가족은 식사시간마다 전쟁을 치른다. 특수 조제분유와 야채 위주로 먹어야 하는 식단에 이제는 적응됐으련만 세 살 터울의 누나가 먹는 맛있는 반찬을 먹으려고 하면 떼를 쓰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집 밖에서가 더 문제다.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과 달리 따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간식 시간에는 친구들이 간식을 먹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 박 씨는 “아들이 친구들이 먹는 간식을 먹을라치면 선생님이 자제시켜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는 PKU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면 아이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PKU는 신생아 6만 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 박 씨의 아들처럼 PKU를 앓고 있는 환자는 국내에 200여 명뿐이다. 하지만 PKU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적어 가족들은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충남 아산시 파라다이스 호텔 도고에서는 박 씨의 가족처럼 사회적 소수자인 PKU 환아 가족들을 위한 ‘PKU 가족캠프’가 열렸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고 매일유업과 CJ제일제당이 후원한 이번 캠프는 환아 가족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열렸다.

 

이번 캠프에서 순천향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동환 교수는 ‘새로운 주 1회 주사요법’에 대해 강의했고, 에이치큐브 이홍균(선천성대사이상검사 정도관리위원장) 원장은 PKU 가족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환아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 순천향대학병원 홍용희 전문의는 환아들에 대한 정기검사(페니알라닌)를 지원했고, 이봉미 영양사는 환아를 위한 음식 만드는 방법과 영양 정보를 전했다.

 

또 이번 캠프에서는 PKU 가족 간 상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스파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학습시간도 진행됐다.

 

매일유업, 10년 전부터 특수 분유 8종 생산…CJ제일제당, 지난해 특수 저단백 햇반 개발

 

이번 행사를 후원한 매일유업은 11년간 매년 필요한 행사경비와 운행 차량, PKU 환아용 식품 등을 지원함으로써 사회공헌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PKU 환아들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매일유업과 CJ제일제당 두 곳 뿐이다. 매일유업은 10년 전부터 PKU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이 지난해부터 특수식이(저단백 햇반)를 개발했다.

 

매일유업은 평생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 PKU 환아들의 절박한 사정을 접하고, 1999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PKU 환자들을 위해 특수분유 8종을 개발했다. 덕분에 이전까지 한 캔에 6만 원이 넘는 수입 특수 분유를 사먹어야 했던 PKU 환아들이 일반분유와 비슷한 값(2~3만 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PKU 분유는 수요량이 많지 않아 생산된 제품의 80~90%는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어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제품이다.

 

매일유업 최형식 홍보이사는 “PKU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시기에 먹지 못하고 간식거리를 사주고 싶은데 사주지 못하는 환아 부모들을 봤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선진 외국은 PKU 환아를 위한 저단백 쿠키, 저단백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간식거리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PKU 환아를 위한 기업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991년부터 선천성대사이상검사 사업을 추진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기존에 지원해 왔던 특수분유와 함께 환아들이 필수적으로 먹어야 되는 전단백밥(햇반)을 추가 지원하는 등 가족건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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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yon**** 2011-08-15 12:21:00
아이를 낳은 부모로서 맘이 넘 아파요
정부에서 이런 아이들을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셨으

ol_**** 2011-08-04 23:54:00
아휴..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가장 먹고싶을 나이

movie**** 2011-08-04 23:04:00
정말 맘이 아프네요.
얼마나 많은 희귀병들이 있는건지 ㅠ,ㅠ

movielov**** 2011-08-03 15:01:00
엄마도 아이도 너무 힘들겠어요..
이런 병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어린 아이가 먹고싶은데 얼마나 많을까요..
평생을 이렇게 산다

b**** 2011-08-03 13:54:00
맘아파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어요~
그냥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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