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집사람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부서 회식이라서 늦는답니다. 부장 교사에다 담임을 맡고 있는 집사람은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회의다, 상담이다, 회식이다 해서 특히 바쁩니다. 퇴근길에 미술학원에 가서 나은공주를 데리고 오면서 오늘 저녁은 뭐로 할까 고민합니다.
김밥집을 들려 김밥과 우동을 사올까 하다가 문득 꼬마 김밥을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과 계란은 있을 테니 마트에 가서 당근과 햄을 샀습니다. 야채를 아주 싫어하는 나은공주이지만 당근을 잘게 썰어 넣으면 먹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집에 와서 재료를 준비합니다. 김이 3장밖에 없네요. 어차피 꼬마김밥이니까 4등분으로 잘라서 12장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두 사람 먹을 정도는 되겠네요. 냉장고에 나은공주가 좋아하는 치즈도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햄과 치즈, 당근, 계란이 들어간 꼬마 김밥입니다.
우선 쌀을 씻고 불에 밥솥을 올립니다. 그리고 후라이팬을 꺼내어 계란말이를 만듭니다. 햄과 당근을 가늘게 썬 다음 후라이팬 위에 살짝 익힙니다. 간단한 듯해도 김밥이란 것이 생각보다 시간과 손이 꽤나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밥도 그냥 하면 맛이 없기에 소금과 참기름을 살짝 넣어서 간을 맞춰줘야 합니다.
상 위에 준비한 재료를 올려놓습니다. 김밥말이를 꺼내 김을 올려놓고 밥을 적당히 얹습니다. 옆에서 나은공주가 자기도 하겠다고 난리입니다. 밥 위에 재료를 얹는 것은 나은공주의 몫입니다. 재료를 하나를 올리면서 자기 입에도 넣습니다. 하지만 당근은 절대 싫다네요. 애써 준비한 당근인데 안 볼 때 살짝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김밥말이로 둘둘 쌉니다. 나은공주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이건 함께 합니다.
이렇게 해서 꼬마 김밥 완성입니다. 나은공주가 시식합니다. 냠냠 맛있게 먹다가 당근이 있다고 난리입니다. 어르고 달래어 보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립니다. 다음에는 중간에 살짝 넣어 봅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속아본지라 먹으면서 의심에 찬 눈으로 계속 확인을 하면서 당근을 발견하면 그것만 쏙 빼내고 먹습니다. 결국 당근 먹이기는 실패입니다. 이 편식만큼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군요.
비록 변변찮은 저녁이지만 아빠와 다섯 살 딸이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 피자를 시켜먹거나 가게에서 사오는 것보다 백배 낫지 않을까 합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온 집사람에게 “오늘 꼬마김밥을 만들었어”라고 하니 “당신 요남자(요리하는 남자)가 다 되었네”랍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라면 이외에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는데 아빠가 되니 요남자가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저녁 이렇게 해먹고 싶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쉽지 않습니다. 가끔이라도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데 만족할 따름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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