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 왜 젊은 사람들은 관심 없을까?
출산장려? 왜 젊은 사람들은 관심 없을까?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4.1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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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만 야기하는 졸속 정책 그만해야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얼마전 구청에서 장난감 도서관을 새로 개관했다고 해서 딸을 데리고 다녀왔습니다.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과연 얼마나 멋질까 꽤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실망이 컸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시각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공간은 좁고 장난감은 몇가지 없었습니다.

 

2살에서 5살 사이의 아이들은 굉장히 활동적입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장난감 역시 구색용으로 몇 가지 갖다놓기보다는 아이의 연령대 별로 구분해 배치해야 합니다. 2살짜리 장난감을 5살이나 6살이 가지고 놀 리 없고 반대로 5살, 6살짜리 장난감을 2살짜리가 가지고 놀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죠.

 

사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부의 복지시설이 가진 현실의 하나의 예입니다. 장난감 도서관을 만든 담당자들은 그것을 이용하는 아이의 눈높이가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에서 생각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취지는 좋아도 그걸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불만이 생겨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예가 얼마나 많을까요.

 

요 사이에 와서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 졌지만, 사실 겨우 십 수 년 전만 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외쳤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가서 정관수술 받으면 그 날 훈련을 면제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이 제도가 없어진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출산율에 비상이 걸리자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출산과 보육정책이 되었습니다. 언제는 "애 낳지 말라"고 하더니만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아이를 낳아라"라고 하는 걸까요. 백년대계는커녕, 고작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의 진지한 반성부터 앞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는
언제는 "애 낳지 말라"고 하더니만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아이를 낳아라"라고 하는 걸까요. ⓒ권성욱

 

출산과 보육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선거 때만 되면 정치가들의 온갖 공약이 난무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본다면 진지한 고민은 없고 근시안적이며 주먹구구식입니다. 선거부터 이겨야 하니 뭐든 간에 내걸고 보자는 느낌마저 듭니다.지자체도 경쟁적으로 출산 장려금을 내걸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둘째 아이에 5만원, 셋째 아이는 100만원을 줍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본 부모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출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교한다면 그런 돈은 ‘껌 값’도 되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예산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찮은 지출이고,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생색내기, 치적성 정책입니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함에도 왜 젊은 부모들은 시큰둥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출산 장려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당사자들에게 별로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들 중에서 자기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워본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궁금할 따름입니다.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에는 당사자들 입장에서 고민했는지, 아니면 단지 당리당략과 탁상공론으로 접근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정책 하나에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출산을 왜 기피하는가, 대다수 일반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최대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원인부터 정확히 알고 고민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까 합니다.

첫 번째 걸림돌은 경제적인 부담입니다. 이는 아이를 임신하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각종 검사비용부터 아기에 대한 예방접종비, 집에서 조리할 입장이 되지 못하는 산모들을 위한 산후조리원 비용... 대부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여기다 만약 아기가 미숙아라거나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면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뛰게 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아기들은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합니다. 여기에 비한다면 일부에서 말하는 소위 ‘사교육비 부담’ 따위는 어차피 한참 먼 미래의 얘기에 불과합니다.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아이를 임신한 시점부터 이미 경제적 압박이 시작되니까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출산과 관련된 의료보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가령 산후조리원의 경우, 통상 1주일에 70만 원 정도인데 의료보험을 일부 적용시켜 자기 부담률을 절반으로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는 장난감 도서관도 좋은 예가 됩니다. 마트에 가면 아이들 장난감이 몇 만 원에서 몇 십 만 원에 달합니다. 유모차는 40만원이면 꽤 저렴한 축에 속할 정도입니다. 유아용품만큼 바가지가 심하고 남는 장사가 없다고 합니다. 장난감 도서관을 활성화시키고 아이들 눈높이와 연령을 고려한 장난감을 지속적으로 구비한다면 가정의 부담을 경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벼룩시장의 활성화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지요. 저희의 경우에는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다시 되팔기도 합니다.

 

두 번째 걸림돌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가정의 절반이 맞벌이라고 하는데, 둘 다 직장에 나가면 아이는 어디에 맡길까요? 1950년대, 60년대에는 대가족 시대라 부모, 형제들이 한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고 서로 아이를 봐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셋이고 넷이고 낳을 수 있었습니다. 출산율 저하에는 이런 대가족의 해체도 일정부분 원인일 것입니다.

 

따라서 주로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친인척에게 아이를 맡기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하는 가정은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립 어린이집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 일정 자격만 된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지자체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부족으로 형식적입니다. 설령 단속되어도 솜방망이 처벌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기에 종종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터져도 제대로 처벌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건 당사자는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버젓이 장사를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마음 놓고 내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있을까요? 또한, 종업원 몇 명 이상의 기업에는 반드시 보육시설을 갖추도록 법을 제정하고도 기업의 부담을 우려해 여전히 권고사항에 머물러 있다 보니 실제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정치가들은 아이를 낳으면 돈 몇푼 더 주겠다, 같은 포퓰리즘적 공약보다 바로 이런 부분을 개선할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차라리 그 돈을 기업이 보육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사용하면 어떨까요?

 

우리 사회에서 출산장려 정책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치가, 관료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또한 그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의견 수렴도, 정책의 결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도 없습니다. 일단 하고보자는 식으로 졸속적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되레 심한 사회적 갈등만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바라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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