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얼마전에는 집사람 생일이었습니다. “생일 선물로 뭐해줄까?”라고 물었지만 필요한 것이 없다네요. 모처럼 목걸이나 정장을 살까도 생각했지만 절대 사지 말라는 집사람의 말. 사실 저 역시 생일이랍시고 집사람이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다 필요 없고 그냥 현금으로 줘”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는 생일이 손꼽아 기다려졌는데 이제는 되려 귀찮게만 느껴지니 나이가 들기는 들었나 봅니다.
어떤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나름대로 이벤트를 준비하고 현관에 생일 축하 플래카드도 걸어서 감동의 물결을 연출한다지만, 그런 준비를 하겠다고 일찍 퇴근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나은공주와 뭔가 함께 하려면 앞으로 2,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다른 것을 준비했습니다. 매년 인터넷에서 케이크를 주문해 생일 축하 카드와 샴페인을 집사람 직장에 보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근처 빵집에 가니 맞춤형 케이크라는 것이 있더군요. 사이즈를 고를 수 있습니다. “교무실에 선생님들이 많으니까 제일 큰 특대형으로 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케이크 위에는 꽃으로 장식하고 가운데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크게 넣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3시쯤으로 예약했는데 3시 반쯤에 집사람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나 감동했쪄~ 사랑해~”
교무실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하고 푸짐하게 먹었답니다. 다들 이렇게 큰 케이크는 처음 봤다며 난리였다네요.
퇴근길 마트에 들렸습니다. 아이 챙기고 출근 준비하느라,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 한 그릇 못 먹은 집사람을 위해 저녁에 남편표 미역국을 끓여주려고 말이죠. 미역은 있는 것 같으니 소고기를 샀습니다. 그리고 모처럼 돼지양념불고기를 만들려고 돼지고기 목살과 양념장, 파를 샀습니다. 집에 와서 팔을 걷어붙이고 “오늘 저녁준비는 내가 할께”라고 하니 “오, 당신이 다 할꺼야? 기대할게”랍니다.
돼지고기를 양념하고 미역국을 끓이려고 하니 미역이 없네요. 요사이 미역국을 먹은 기억은 없는데 제 머리 속에 저장된 미역은 수개월 전이었나 봅니다. 부랴부랴 뛰어가서 미역을 사왔습니다.
육아휴직 할 때에는 미역국 참 많이 끓였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가물가물하네요. 미역은 물을 먹으면 수십 배로 부풀어 오르는 놈인데 적당히 넣었다는 게 막상 끓이고 보니 미역이 넘쳐 납니다. 그래도 그 시절처럼 맹물탕이 아니라 나름 간은 잘되었습니다. 돼지고기 불고기를 하고 나은공주가 먹을 가자미 한 마리를 구웠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을 꺼냅니다. 밥은 햇반입니다.
처음에는 미역국 따위 안 해도 된다고 말하던 집사람은 “역시 남편이 최고야”랍니다. 케이크는 따로 사지 않았지만 차린 밥상 앞에서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은공주가 “왜 케이크는 없쪄?”라고 합니다. 생일에는 당연히 케이크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하지만 케이크를 사도 먹을 사람이 없기에 냉장고에서 한 달 동안 썩기 일쑤입니다. “케이크는 없어도 돼. 그래도 오늘은 엄마 생일이니까 생일 축하 노래를 하는거야.” 하지만 생각해보니 작은 카스테라를 사서 초라도 꼽아 분위기는 낼 걸 그랬네요. 조금 반성입니다.
바쁜 직장생활에다 집에 오면 육아다, 가사다 늘 정신없는 워킹 부부다보니 자칫 서로에게 소홀해 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거창한 이벤트, 값비싼 선물보다 평소의 작은 관심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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