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친구에 대한 편견 깨기
다문화 친구에 대한 편견 깨기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4.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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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나은공주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외국인 아이들이 많습니다. 무슨 국제 학교같은 것이 아니라, 울산 동구의 특성상 현대중공업이 있다보니 아빠 따라 한국으로 온 아이들이죠. 가끔 시간 날 때 들려보거나 유치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마치 작은 지구촌같은 느낌입니다. 인형처럼 생긴 귀여운 영국 소녀, 눈 파랗고 머리 노란 프랑스 소년, 곱슬머리에 갈색 피부의 케냐 소년도 있습니다. 영어에 프랑스어에 스페인어까지 난무하면 정말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만 보면 일단 '울렁증'부터 오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별천지. 요근래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길거리를 지나가다 마주치는 외국인을 보면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으로만 보입니다. 이성적으로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도 똑같은 인간이고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워낙 오랫동안 우물안 개구리마냥 살아온 덕분에 마음으로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네요.

 

다섯살난 나은공주도 그런가 봅니다. 어린 아이는 어른이 가지는 편견이나 거부감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엊그제 이렇게 말하더군요. "빅터와 일리아스는 괴물이야!" 그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빅터는 금발의 백인 소년, 알리아스는 흑인 소년입니다. 나은공주의 눈에는 우리와는 다른 머리색과 피부색이 마치 괴물처럼 보였나 봅니다.

 

나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외국 아이들이 많다. ⓒ권성욱
나은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외국 아이들이 많다. ⓒ권성욱

저는 호되게 야단쳤습니다. "친구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 일리아스가 나은이한테 괴물이라고 하면 좋겠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합니다. "아니..." 마트에서 뽀로로 과자를 사서 나은공주의 가방에 넣어 주었습니다. "이건 내일 친구들과 나눠 먹어야 해. 빅터한테도 주고 일리아스한테도 줘" 다음날 물어보니 다른 친구들은 주면서 두 친구는 안 줬다네요.

 

다시 타일렀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주면서 빅터랑 일리아스만 안주면 슬퍼겠어? 안 슬프겠어? 빅터나 일리아스가 다른 친구들한테는 다 주고 나은이만 안 주면 슬프겠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며칠 뒤에 다시 가방에 뽀로로 과자를 넣어주고 친구들과 나눠먹고 꼭 빅터와 일리아스에게도 하나씩 주라고 당부했습니다.

"빅터랑 일리아스한테 줬어?" "응" "주니까 뭐래?" "땡큐 했어" "친구랑 같이 나눠먹으니까 기분 좋지?" "응"

 

스스로 생각해도 으쓱한지 밝게 대답합니다. 유치원에 입학한지도 이제 두달인데, 이런 식으로 조금씩이나마 외국 친구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가지 않을까 합니다. 뭐 제가 이렇게 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익숙해지겠지만 아직까지 한국 친구들끼리만 노는 모습을 보면 "나와 다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나 봅니다. 그걸 보면 저 멀리서 이곳까지 온 그 아이들로서도 한국 적응이 쉽지만은 않을 듯합니다. 다문화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주변의 여러 유치원 중에서 이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는 영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아무리 외국 아이들 속에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3년 동안 영어를 얼마나 배우겠습니까. 그보다는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그들의 문화나 정서, 생각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 파랗고 머리가 노랗고 피부가 검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스스름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나중에 남자 친구라면서 외국 아이를 소개시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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