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랑 살면서 뭐가 가장 감동이었어?
당신은 나랑 살면서 뭐가 가장 감동이었어?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05.22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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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서로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이해와 존중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지난 주말이 결혼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눈깜짝할 사이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30대 중후반의 노총각 노처녀가 만나서 전광석화처럼 결혼했는데 신혼은 커녕 임신이다, 출산이다, 육아다, 일이다 하면서 쉼표 한번 찍을 여유 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보니 여지껏 둘만의 로맨틱한 데이트 한번 즐기지 못했네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새로 생긴 괜찮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집사람에게 얘기했더니 눈이 동그레져서 묻습니다. "뭐? 내일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었어?" 요사이 학교 행사에 중간고사에 이사 준비에 딸래미까지 아프다보니 결혼 기념일도 까먹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레스토랑 한켠에 셋이서 자리잡고 스테이크에 파스타, 맥주 두잔도 시켰습니다. 나은공주가 먹을 고기를 썰고 그릇에 파스타를 담아준 후 다같이 맛있게 먹으면서 연애할 때 얘기, 신혼시절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하고 살면서 뭐가 가장 감동이었어?" "많지. 나 힘들다고 비싼 마사지 끊어준 것, 생일때마다 꼭꼭 챙겨서 꽃이랑 케이크 보내준 것, 자기 전에 발하고 발바닥 주물러주는 것, 내가 학교에서 늦게 오면 알아서 애 챙겨서 밥 먹이고 씻겨주는 것... 나한테는 다 감동이고 감사한 일이야."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일 큰 감동은 당신이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훨씬 힘들었을 것이고 대학원 가는건 엄두도 못 냈을 걸."


이런 말을 들으니 으쓱하기보다 오히려 부끄럽고 미안하더군요. 평소에 내가 집안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던가. 아내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었던가. 퇴근 후 쇼파에 누워 손가락 까닥 안하는 사람들보다야 낫겠지만 집사람과 비교한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절반은 커녕 1/5도 안될 것같습니다. 말로는 같이 버는데 가사일과 육아도 똑같이 해야한다고 입버릇마냥 말하지만, 막상 행동은 그렇지 못합니다. 집사람이 수학여행을 가거나 늦게 올 때에는 제 손으로 다 하지만 집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해 주겠지"하는 얄팍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집사람에게 퇴근은 제2의 출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잠시도 쉬지 않고 분주하게 일을 합니다. 저녁 준비에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걷습니다. 아이가 토했거나 설사를 한 빨래를 일일이 손으로 빱니다. 아이가 아플 때에는 밤새 잠 한숨 못자고 간호를 합니다. 주말에는 10장이나 되는 제 셔츠를 일일이 다려줍니다. 한창 나이에 벌써부터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면서 파스 붙이고 사는 모습이 안쓰럽고, 집사람은 부지런히 일하는데 옆에서 게으름 부린 것이 부끄러워 자격지심에 어깨와 발을 주물러 주는 것이지만 그것도 고마운 모양입니다.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짐도 무겁다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 연약한 어깨에 놓인 짐은 그 몇배입니다. 돈도 벌어와야 하고 가사일도 해야하고 육아도 해야 합니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 끝없이 희생하고 배려해 주고 인내하고 포기합니다. 만약 서로 성별이 바뀌어서 내가 남편이 아닌 아내였다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집사람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남편이 그런 사실을 알아주는 것이 가장 고마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 주는 집사람에게 감동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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