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여행은 고행?
워킹맘에게 여행은 고행?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5.07.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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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질 때 몰입의 효과가 높아져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지난 주 네 식구가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저희 부부는 여행을 무척 즐겼는데요, 아이가 둘이 되면서부터는 어쩐지 몸을 사리게 되더군요. 스트레스 좀 날려보자고 떠난 ‘여행’이,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고행’으로 변모하기 몇 차례, 이후부터는 ‘그래, 역시 집이 최고’라며 매번 주저앉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진이도 다음 달이면 어엿한 세 돌이 됩니다. 남편은 ‘이제 진이도 워터파크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급하게 1박 2일 여행 계획을 잡았습니다. 목적지는 속초. 한창 북적거릴 7월의 주말이었지만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메르스 여파 때문인지 들르는 곳마다 한산하더군요.

 

사실 최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올 해 학부형이 되면서 신경을 쓴 탓인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진행이 욕심만큼 되지 않아서인지, 일과 아이들에 치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쁘고 피곤하게 사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우울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저처럼 일과 가사에 쫒기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 브리짓 슐트의 <타임푸어>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가의 시간을 잘 활용할 것’을 권하는데요, 여기에서 진정한 여가란 자신이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휴가랍시고 여행을 떠나서는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혼을 빼는 것은 진정한 여가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이런 연유로 이번에도 여행가는 것이 꺼려져 남편에게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이번 여행에서는 나 혼자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그저 차 보조석에 앉아서 편히 경치를 즐기면 된다고요. 숙소에 들러 저녁을 하는 것도, 치우는 것도,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봐주는 것도 모두 당신이 맡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워터파크에도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갈 테니, 저는 숙소에 남아서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쉬라고 했지요. 제게 ‘진정한 여가를 위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양떼들에게 먹이를 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김보영
양떼들에게 먹이를 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김보영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달리는 차의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으며 차창 밖의 녹음을 즐겼습니다.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따라 부르자니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남편은 약속대로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았습니다.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누이는 것도, 간식을 챙기는 것도 모두 손수 맡았지요. 참 편하긴 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나와 보니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숙소에 앉아 홀로 오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긴 것도 잠시, 저는 스마트폰으로 근처의 여행지를 검색해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인 갯배와 아바이 순대골목을 찾아냈습니다. 중앙시장에서 파는 닭강정과 씨앗호떡이 별미라는 정보를 알아내고 부산을 떨며 길게 줄을 서 맛보기도 했고요. 아이들에게 슬러시와 씨앗호떡을 하나씩 쥐어주고 보니, 어느새 진이 유모차 손잡이는 제 손에 잡혀있더군요. 유모차 손잡이를 잠시 놓을 때에는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빴고요. 물론 다음 날 아침 워터파크에도 동행했습니다. 두 아이의 수영복을 갈아입히고 샤워를 시키는 것도, 수영하기 싫다고 우는 진이를 어르고 달래 끝내 튜브에 태우는 것도 제 몫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대관령 양떼목장에 들러 양떼들에게 풀 먹이는 체험도 했습니다. 푸르고 넓은 초원위에 노니는 양떼의 모습에 아이들은 열광했습니다. 밝은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마음속 스트레스도 어느새 저만치 사라졌습니다.

 

아마 남편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진정한 여가를 위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준다 해도, 저는 결국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택하리라는 걸요. 설사 몸은 더 피곤하고 지친다 해도 말입니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 가시는 건 어떨까요? 그간 묵혔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교외 너른 논밭과 푸른 하늘에 몽땅 떨쳐버리고 오는 겁니다. 단, ‘진정한 여가는 스스로의 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졌다고 느낄 때 몰입의 효과가 크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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