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맞벌이 부부가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 먹거리 챙기기가 아닐까 합니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유치원 버스에서 아이를 받아 저녁 준비하기 급급합니다. 부모님이 가까이 사셔서 반찬이라도 챙겨주신다면 몰라도 식탁에는 늘 먹는 반찬이고 아니면 밖에 나가 대충 때우기 일쑤입니다. 주말에라도 챙겨줘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서도 막상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식단 불균형으로 비만이 되거나 심지어 아토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나은공주도 평소 꽤나 편식이 심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은 잘 먹지만 낯선 음식이나 채소는 입에도 안 댑니다. "나는 먹고 싶은 것만 먹을꺼야"랍니다. 평소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아내의 고충이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빠표 채소 요리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혀끝의 감각이 워낙 민감하다보니 조금만 수상해도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고 입에 안 댄다고 하죠. 따라서 최대한 잘게 다져서 있는 듯 하면서 없는 것같고 없는 것같으면서 있는 듯 숨겨야 합니다. 얼마 전에 모처럼 호박전을 만들어 줬더니 입에도 안 대길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무기로 간신히 몇개 먹이고는 한계. "아빠는 이것만 자꾸자꾸 먹으라고 해"라며 눈물을 뚝뚝 흘려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평소 좋아하는 음식에 채소를 눈에 띄지 않도록 살짝 섞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고수 엄마들의 어드바이스.
아빠의 주말 도전 요리는 참치 채소 동그랑땡. 금요일 퇴근길에 애호박과 당근, 참치캔을 샀습니다. 참치캔을 따서 기름을 들어낸 다음 그릇에 붓고 호박과 당근을 조금 잘라서 최대한 잘게 다졌습니다. 그리고 함께 부은 다음 튀김 가루를 살짝 살짝 뿌리며 섞습니다. 다른 그릇에 계란을 풀어 계란옷을 입힌 다음 프라이팬에 올리면 동그랑땡 끝.
고수 엄마들의 눈에는 대수롭지 않은 요리이지만 동그랑땡 만들기에 난생 처음 도전한 요리 잼병 아빠는 애꿋은 계란을 몇개나 날려 먹기도 했습니다.
어서 먹어 보게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마지못해 입에 넣어 보는데
썩소를 날리는군요.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겠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박도 아니고 대방~~이라고 합니다. 즉, "아빠 다시 봤어"라는 의미.
딸이 맛있게 먹어주니 뿌듯할 따름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먹여볼까 생각 중.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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