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두고 엄마들이 왜 싸워야?
어린이집 두고 엄마들이 왜 싸워야?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09.1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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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상보육 축소, 국민들 갈등만 키워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정부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후, 지난 12일부터 보도되기 시작한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사 기사와 13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해명자료 등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전업주부의 자녀 만 0~2세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하루 7시간 안팎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경우에는 종일반(12H, 7:30~19:30), 시간연장보육(야간, 휴일보육)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맞춤반(일 6~8H)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즉, 전업주부의 경우 종일반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

 

정부의 이러한 정책 개선방안을 두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이들은 전업주부는 보육을 전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Ako*****는 “0~2세에는 애착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 아이들과 엄마가 얼마나 같이 있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애정이 달라진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서 어쩔 수 없이 0~2세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게 되었지만 사실상 아이들은 부모님과 같이 지내는 게 가장 좋다. 자택 근무하거나 전업주부인 분들이 어린이집에 종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인 Sce******는 “복지가 무슨 무한이라고 생각하는데 복지는 유한이다. 자원이 있어야 하고, 지원하는 계층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 아닌가? 어린이집이 가장 필요한 곳에 지원이 집중돼야 하지 않나?”하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전업주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는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dks**** 씨는 “아이는 절대 혼자 못 키운다. 엄마 혼자선 불가능한 일이다.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시절엔 아이 하나를 온 식구가 다 키웠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두 돌 되는 아기 엄마라고 밝힌 한 포털 사이트 이용자인 imag**** 씨는 “애 하루 종일 키워봤나? 아기 위해 직장 그만두고 이제껏 제 인생 없이 맘껏 씻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애 키웠다. 밥 한 번 제대로 먹는 것이, 잠 한 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다. 기본적 생리 욕구도 충족 못 하고 자기 생활 없이 항상 긴장 상태에 산다”며 하소연했다.

 

정부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제한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함께 집으로 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부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제한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많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함께 집으로 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이 세상 엄마는 전업맘과 워킹맘 둘로 나뉜다?


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전업주부와 직장맘 둘로 구분해 지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 tu55****는 “엄마가 학생일 수도, 부업을 뛸 수도 있다. (전업주부는) 어떻게 아이를 맡기고 무조건 노는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하며 답답해했고, 트위터 이용자 noma*****는 “집에서 다른 집 아기를 돌보는 일을 하거나 재직증명서 없는 임시직, 시간제 등의 일을 하는 공식적인 전업주부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면 결국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막힌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위터 이용자 sil*****는 “전업주부가 어린이집 혜택을 못 받으면 재교육이나 재취업의 기회는 영영 막힌다. 맞벌이는 그나마 금전 사정이 나아서 어린이집에 못 보내도 따로 유상보육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업주부는 순식간에 금전적, 사회적으로 고립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은 정부가 정책을 다루는 태도다. 정부가 어린이집 정책을 두고 여성을 둘로 나누어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정책이 발표된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업주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논다”는 식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전업주부와 그렇지 않은 이들 간의 날 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 딸기**는 “직장을 다니든, 집에서 육아하든 각자 집안 사정에 따라 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모든 국민이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편 가르고 차별하는 정책을 왜 해서 난리인가”라고 지적했고, 열정**은 “보육료를 어린이집으로 바로 주지 말고 각 가정에 주면서 어린이집에 내게 하고 맞벌이든 아니든 똑같이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전업주부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제한을 둘러썬 논란의 원인은 결국 정부의 무상보육 축소에 있다. 사진은 한 어린이집에서 수업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최근 불거진 전업주부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제한을 둘러썬 논란의 원인은 결국 정부의 무상보육 축소에 있다. 사진은 한 어린이집에서 수업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갈등의 원인은 ‘무상보육 축소’


어린이집 정책을 두고 불거진 논란의 시작점에는 ‘무상보육’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대선 당시 무상보육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고, 소득 계층에 따라 지급하던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2013년부터 전 계층에 지급했다. 양육수당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보육료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가정에 주는 돈이다.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 즉 맞춤형 보육의 강제 시행은 사실상 무상보육의 축소로 해석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13일 내놓은 보도설명자료를 보면 보육 예산의 부담이 맞춤형 보육을 제시한 배경임을 알 수 있다. 맞춤형 보육은 종일제반 외에 8시간, 6시간 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보육서비스를 말하며, 올해 7월부터 가평·김천·서귀포에서 시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설명자료에서 “보육료가 양육수당보다 많은 탓(0세 기준으로 58만 원 차이)에 많은 가정이 0~2세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고, 이로 인해 보육 예산을 증가하는데, 보육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정책은 부모들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지만 부모 대다수는 종일제를 원하고 있는 것. 정부가 맞춤형(반일제) 보육을 시범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세 곳 모두 이용자의 90%가 종일제 반을 택했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결과, 학부모가 사실상 반일제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무시하고 2015년부터 학부모의 선택권이 없는 강제적인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해 맞춤형 보육보다 시급한 것은 보육 환경 개선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인데, 정부는 보육의 질 개선을 명분으로 보육료 예산삭감을 위한 맞춤형 보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 절약에 방점을 두면서 정책에 신뢰를 잃을까 걱정스럽다”며 “육아 정책의 제1 목표는 엄마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재정 문제에 몰두하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책의 지원 대상을 나누고, 제한하기보다 보육의 질을 높여 모두가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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