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나은공주에게 레인코트를 입히고 장화를 신긴 다음 우산을 씌웠습니다. 그리고 목욕탕에 들어가서 샤워기 아래에 세운 다음 물을 틀었습니다. '쏴아'하면서 우산 위로 물이 빗물처럼 쏟아집니다. 신이 난 나은공주가 장화로 첨벙첨벙하고 놉니다.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가득합니다. 옆에 있는 엄마 아빠는 옷에 물이 잔뜩 튀지만 딸의 즐거운 모습에 같이 웃습니다.
어제 읽은 동화책에서 아이가 비오는 날 빗속에서 우산을 쓴 채 첨벙첨벙하며 노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걸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진짜 비가 올 때는 혹시나 찬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서, 대신 목욕탕을 이용했습니다.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책에서 본 장면을 현실로 옮겨서 아이와 함께 해보세요. 아이는 보고 만지며 느낍니다. 마치 자신이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습니다.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오감으로 느낄 때 아이의 상상력은 훨씬 풍부해집니다.
책을 다 읽은 다음, 스케치북을 꺼내어 그림으로 대화해 보세요.
"나은이는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어? 여기에 나은이가 생각나는대로 그려 볼래?"
아이 혼자서 어려우면 함께 그려도 됩니다. 동화의 한 장면을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옮겨볼 수도 있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그림을 그리다보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더 재미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책에서 추억의 팔랑개비를 보았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팔랑개비를 많이 만들어 가지고 놀았는데 지금은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색종이를 접은 다음 나무 젓가락 앞머리에다 핀으로 꼽았습니다. '후'하고 부니까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나은아, 이게 책에서 나오는 팔랑개비라는 거야."
책으로만 읽었을 때는 아이는 이게 뭔지 와닿지 않지만 직접 만들어 보면 배움은 두 배가 됩니다.
주말에는 야외로 나가서 책에서 보았던 산과 예쁜 꽃, 나무, 멋진 호수의 장관을 보여줍니다. 공원의 연못이나 생태체험장에 가서 개구리와 메뚜기, 거북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 책에서 이거 봤지?"
뱀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기겁을 했던 나은공주가 몇 번 보더니 목에 뱀을 감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래도 긴장의 표정은 늦추지 않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평소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주나요? 단순히 아이 옆에 앉아서 책을 하루에 백 권, 이 백권 읽어준다고 해서 독서 효과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맹목적인 주입일 뿐, 진정한 독서가 아닙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정치가이자 작가였던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씹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은 뒤, 일상이나 자연으로 나가 오감으로 체험할 기회를 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책에서 배운 내용을 비로소 내것으로 만들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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