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책 속 세계에만 가두지 마세요
아이를 책 속 세계에만 가두지 마세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5.10.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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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친밀감으로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법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한 어머니가 랍비에게 자랑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하루종일 책만 보고 공부만 해요. 이제는 모르는 것이 없답니다.” 랍비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안타깝군요. 당신의 아이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화가 나서 따졌습니다. “이렇게 똑똑한데 왜 바보라는거죠?” 랍비가 대답했습니다. “지식을 얻는데만 집중하니 뭔가를 생각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바보가 될 수 밖에요.”


모든 아이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본능적으로 세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알고 싶다"는 열정을 가집니다. 부모 또한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합니다.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둥지에서 벗어나 험난한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날개짓을 가르치듯 말이죠.


아이의 손에 책을 쥐어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는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워 나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글자를 알게 되고 어휘력을 늘려가며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웁니다. 또한 나와 책 속 주인공을 일치시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 또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으며 책을 손에서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과연 독서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종종 의문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교육에 열성적인 많은 부모들이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책으로 태교를 하고 거실의 벽면을 고가의 전집으로 도배합니다. 독서 영재 신드롬이 불면서 하루에 최소 50권, 100권 정도는 읽어야 영재축에 낄 수 있다며 독서를 강요합니다.


정작 독서에 대한 패러다임은 부족합니다. 오직 성공을 위한 독서, 출세를 위한 독서에만 목적을 둡니다. 아이의 관심을 고려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권하기보다 학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책만 중요시합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두면 나중에 논술 시험에서 유리하며 또한 명문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강요된 방식은 반드시 부작용으로 이어집니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는데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 이겨야 한다는 부모의 조급증과 욕심만 앞세운다면 아이의 호기심과 학습 의욕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반대로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책 속 세계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책 속의 주인공이 되면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 속에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타쿠라는 말이 있는데 어떤 한가지에 몰입하여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은 세계를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처를 받을까봐 주변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나만의 세계에 더욱 몰입한다면 친구들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아도 사람은 지식만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천재들 중에는 불우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배려심, 도덕성과 같은 올바른 인성을 갖추어야 비로소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독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배우는 수많은 수단 중의 하나일 뿐, 독서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책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나게 노는 나은공주. 아이다운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권성욱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나게 노는 나은공주. 아이다운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권성욱


육아의 참된 목적은 아이를 영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키우는데 있습니다. 읽을 때에는 책에 몰입하되, 책을 내려놓았을 때에는 현실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주말에는 야외로 나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놀게 해주세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세요. 도마와 식재료를 가지고 온가족이 다같이 도시락 싸기에 도전해 보세요. 아이가 친구들보다 얼마나 똑똑한가를 비교하지 말고 친구들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경쟁만 앞세워 아이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또래 집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아이에게 "우리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있어"라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아이의 잠재력이란 어느 한가지 방법만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책 속 세계에 가두려고 하는 대신, 평소 부모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다양한 체험을 경험해 보며, 또한 함께 책을 읽으며 지식을 배울 때 비로소 아이의 잠재력은 120% 발현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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