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첫 대면식, 첫째의 충격 줄이기 프로젝트
동생과의 첫 대면식, 첫째의 충격 줄이기 프로젝트
  • 칼럼니스트 추주형
  • 승인 2015.11.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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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하던 애정을 스스로 나누도록 첫째아이 마음 살피기

[연재] 추주형의 명랑가족 창조기

 

지난 편 예고대로 이번 편은 둘째 아이와의 첫 대면식을 소개합니다. 첫째 아이의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엄마아빠의 노력을 담습니다.

 

◇ 첫째 아이가 맞았다는 얘기보다 때렸다는 얘기가 두려워질 때 쯤, 둘째 아이가 태어났어요

 

낳고 보니 또 아들. 아들만 둘인 집은 메달로 따지면 ‘목메달’(목을 매달고 싶어지는 메달)이라던데, 둘째가 아직 신생아라 그런지 실감이 나진 않습니다.


첫째 아이는 ‘미운 네 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맞았다거나 다쳤다는 얘기를 듣게 될까 두려웠는데, 어느새 때렸다는 얘기를 들을까 두렵기 시작한 때입니다. 아무리 친동생이라고 해도 신생아를 옆에 둘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요. 게다가, 엄마아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라고는 본인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다른 아이를 안고 온 엄마아빠 모습에 첫째아이의 스트레스는 엄마아빠의 긴장감보다 클 겁니다.


이런 두려움과 걱정들이 커질 때 쯤 둘째 연걸이가 태어났습니다. 두 형제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합니다. 갈피를 잡고자 ‘목을 매달고 싶을만한 것들’을 목록화 할까 합니다. 예상되는 두려움들을 꼽되, 해결책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했고요.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첫 번째로 고려한 사항은 ‘첫 대면식’입니다.


2015년 9월 24일 사진. 연재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습입니다. 엄마아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라고는 본인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다른 아이를 안고 온 엄마아빠 모습에 첫째 아이의 스트레스는 엄마아빠의 긴장감보다 클 겁니다. 그래서 동생 연걸이를 안고 들어오던 첫 날, ‘대면식’을 준비했습니다. 연걸이가 직접 고른 것이라며 형님 연재에게 선물도 주었죠. 연재가 그간 갖고 싶어 하던 걸 아빠가 미리 사두었는데, 다른 장난감으로 취향이 바뀌는 바람에 그 마음 돌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추주형
2015년 9월 24일 사진. 연재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습입니다. 엄마아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라고는 본인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다른 아이를 안고 온 엄마아빠 모습에 첫째 아이의 스트레스는 엄마아빠의 긴장감보다 클 겁니다. 그래서 동생 연걸이를 안고 들어오던 첫 날, ‘대면식’을 준비했습니다. 연걸이가 직접 고른 것이라며 형님 연재에게 선물도 주었죠. 연재가 그간 갖고 싶어 하던 걸 아빠가 미리 사두었는데, 다른 장난감으로 취향이 바뀌는 바람에 그 마음 돌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추주형

 

◇ 첫 대면식, 이벤트 주인공은 둘째가 아닌 첫째아이

 

‘첫 대면식’은 둘째 아이가 출생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벤트 주인공은 둘째가 아닌 첫째 아이로 결정했습니다. 46개월차인 첫째 연재의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거든요. 그간 독식해 온 애정을 앞으로는 나누고 양보해야 할 형님 연재에게, 동생 연걸이가 주는 선물인 셈이죠.


대면식 장소는 집입니다. 일단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그 짧은 순간, 짧은 길목의 동선을 따져봤습니다. 그리고 둘째아이를 엄마아빠 중 누가 안고 들어갈지, 엄마아빠가 같이 들어갈지 따로 들어갈지, 들어갈 때 누가 누구에게 무엇이라고 인사해야 할지, 인사 순서는 어떻게 할지, 옷은 어떻게 입을지, ……, 그렇게 별 걸 다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엄마 의견을 적극 반영했고요.
 
계획은 이랬습니다. 첫째 연재가 어린이집에 있을 시간에 둘째 연걸이를 먼저 집에 데려오고, 형형색색의 풍선들로 집안을 꾸며 놓기로 했죠. 집에 새로 들어오는 동생 연걸이가 형님께 예를 갖추는 의미로요. 둘째를 출산하기 전부터 첫째 연재가 점찍어두었던 장난감도 미리 구입해 두면 준비 완료. 어린이집에서 형님 연재와 함께 집으로 출발하면서 ‘동생 연걸이가 직접 선물도 준비해 두었는데 분명히 그동안 갖고 싶어 하던 것일 거’라고 귀띔도 하고요. 대문을 여는 순간, 환희에 찬 첫째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디테일에도 신경 쓰기로 했죠.


2015년 9월 24일 사진. 연재 연걸, 두 형제의 낮잠입니다. 형님 연재는 동생 연걸이에게 받은 장난감을 품에 꼭 안고 잠들었습니다. 불편해 보여서 살짝 빼려고 해도 놓지를 않더군요. 맘에 들어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아빠는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추주형
2015년 9월 24일 사진. 연재 연걸, 두 형제의 낮잠입니다. 형님 연재는 동생 연걸이에게 받은 장난감을 품에 꼭 안고 잠들었습니다. 불편해 보여서 살짝 빼려고 해도 놓지를 않더군요. 맘에 들어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아빠는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추주형

 

◇ 내 맘 같지 않은 현실, 간소화된 이벤트

 

하지만 현실은 내 맘 같지 않더군요. 병원 다니랴 회사 다니랴 다른 가족친지들 챙기랴, 이벤트 관련 동선과 시간을 맞추기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두 가지만 주의하기로 했죠.
 
‘첫 번째 주의점은, 아빠엄마가 같이 들어가되, 아빠가 동생 연걸이를 안고, 엄마는 들어가자마자 연재를 안는다. 그 뒤 아빠는 연걸이가 직접 준비했다며 형님 연재에게 선물을 건넨다. 두 번째 주의점은, 형님 연재가 집에서 동생 연걸이를 맞아주는 것이므로 간단한 인사 뒤 연재가 들어오라고 허락해야 들어간다.’
 
그럭저럭 ‘첫 대면식’을 끝낸 지금, 형님 연재의 행동은 이벤트가 성공적이었음을 방증합니다. 삐치고 짜증내고 화내며 자신보다 동생을 먼저 챙기는 엄마아빠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동생 연걸이에 대한 형님 연재의 배려와 양보의 마음씀씀이가 무던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연걸이가 울면 여러 가지 대처를 해주는데, 더워 보이면 ‘다다다’ 달려가 부채를 들고 오고, 졸려 보이면 부정확한 발음으로나마 자장가도 들려주고, 기저귀 쪽 냄새를 맡고는 똥오줌을 쌌는지 엄마아빠에게 보고도 해주거든요. 때론 동생 앞에서 춤도 추고 재롱도 부리며 함께 놉니다. 특히, 동생 연걸이가 사준 장난감이라며 한동안 품에 낀 채 잠드는 걸 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선물 받은 자동차 장난감을 닦고 또 닦는 모습에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세차요”라는 대답도 돌아옵니다.


사실, 본인이 고른 장난감이어서 미리 사두었는데 ‘첫 대면식’ 며칠 전에 다른 장난감이 더 좋다고 바뀐 마음을 고백하는 바람에 아빠가 그 마음 돌리느라 엔간히 속이 탔습니다. 그때 아빠 마음은 마치 적벽대전 준비하러 강남으로 향한 제갈량이었습니다. 연재 마음은 언제든 거절할 수 있는 주유나 손권이었겠죠. 결전의 날인 ‘첫 대면식’ 날짜는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말이에요.


2015년 9월 24일 사진. 낮잠을 자고 일어난 형님 연재는 동생 연걸이에게 받은 장난감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뭐 하는 거냐는 물음에, “세차요”라는 대답이네요. ⓒ추주형
2015년 9월 24일 사진. 낮잠을 자고 일어난 형님 연재는 동생 연걸이에게 받은 장난감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뭐 하는 거냐는 물음에, “세차요”라는 대답이네요. ⓒ추주형


◇ 명분은 전달됐으니, 성공적

 

첫째 연재와 둘째 연걸이가 같은 집에 사는 물리적 결합에, ‘형님이 양보해라’라는 제안은 앞으로 두고두고 나올 잔소리일 겁니다. 첫째 아이가 스스로 우러나와 배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물음표에 엄마아빠는 작은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별 걸 다 고려하고 디테일까지 고민한 엄마아빠의 계획에 비해서도 별 것 아닌 이벤트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첫 대면식’을 준비할 때 세운 명분이 첫째 아이에게 잘 전달됐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잘한 후속작업들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도 ‘첫 대면식’ 이벤트가 첫째 아이의 마음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리라, 자평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형제의 화학적 결합도 가능할까요? 좀 더 명랑하게 살아보겠다고, 이런 당연하지만 이루긴 어려운 질문의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2015년 9월 25일 사진. ‘첫 대면식’ 이튿날이자 추석연휴 전날, 형님 연재가 동생 연걸이를 안았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입니다. 첫째 연재와 둘째 연걸이가 같은 집에 사는 물리적 결합만큼, 화학적 결합도 가능할까요? 좀 더 명랑하게 살아보겠다고, 이런 당연하지만 이루긴 어려운 질문의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추주형
2015년 9월 25일 사진. ‘첫 대면식’ 이튿날이자 추석연휴 전날, 형님 연재가 동생 연걸이를 안았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입니다. 첫째 연재와 둘째 연걸이가 같은 집에 사는 물리적 결합만큼, 화학적 결합도 가능할까요? 좀 더 명랑하게 살아보겠다고, 이런 당연하지만 이루긴 어려운 질문의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추주형

 

*다음 편에서는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동생 연걸이의 정착 과정을 형님 연재의 시각과 노력을 중심으로 담습니다.


*칼럼니스트 추주형은 한때 기자였다. 기자를 글쟁이가 아닌 정보쟁이라고 말한다. 학부 및 석사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행정 조직으로 이직했다. 사회복지 관련 입법지원 및 홍보기획을 주요 업무로 오래 다뤘다. 언론과 사회복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이자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점이 공통분모라고 말한다. 지금은 용기를 내 육아휴직 중이다. 부부 사회복지사로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베이비뉴스 칼럼 연재를 통해 고민하며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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