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 세대가 출포자 되는 이유
대한민국 2030 세대가 출포자 되는 이유
  • 심우리 기자
  • 승인 2016.02.1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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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아이 때문에 내 삶을 포기하라고?"

【베이비뉴스 심우리 기자】


“아이가 있어야 꼭 행복한건가요?”


결혼 7년차 백진희(36·가명) 씨는 10년 전 남편을 만나면서 화려했던 ‘독신’ 생활을 청산했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남편과 사진작가 일을 하던 백 씨는 직업 관계상 신혼 초부터 ‘아이 없는 인생’을 선택했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백 씨 부부는 아이보다는 자신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결혼한 지 7년이 됐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특별히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생활이 더 소중하고요. 저희는 출산은 하나의 선택일 뿐 아이를 낳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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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부담, 경력단절이 출포자 만들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백 씨 부부처럼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젊은 부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른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으로 불리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커플’로 정의된다. 


하지만 요즘 백 씨 부부처럼 자의에 의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부담돼 출산을 포기하는 ‘출포자’(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나중에는 아이 때문에, 그 뒤에는 정(情)으로 사는 게 부부라는 말은 요즘 젊음 부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인 부담과 아이를 잘 돌볼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두려움 등이 출산을 거부하고, 결국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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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에 결혼하는 이희준(34·가명), 권지영(31·가명) 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출포자'가 되는데 동의했다. 아이 부담 없이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도 결혼 자금 2억 2000만 원으로는 전셋집 하나 얻기도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평생 모으신 돈, 제가 일하면서 모은 돈을 탈탈 털었는데도 둘이 살 공간하나 구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키우겠어요. 쥐꼬리만 한 지원금만 보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게 말이 되나요? 아이가 클수록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대학등록금, 결혼 자금까지 대주어야 하는데…, 과연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결혼 2년차 원지혜(38·가명) 씨 역시 출포자를 자처하는 이들 중 하나다.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 보니 자연 임신도 쉽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도 키워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시댁과 친정 모두 지방이고, 양가 부모님들도 당신들 살기 바쁘다보니 육아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 또 대기업 홍보팀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고 육아를 선택할 자신도 없었다.


“아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지금껏 고생해서 내 자리를 지켜왔는데,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아이 키우면서 회사 생활 잘 해낼 자신도 없고요. 게다가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는데 젖먹이 아기를 어디에 맡기겠어요. 주변 친구들만 봐도 어린이집 구하려고 전전긍긍하던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결혼은 OK, 아이는 글쎄…


이 씨 부부나 원 씨와 같이 현실적인 문제로 출포자가 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 가족구조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가구 비중은 20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아이 없이 사는 2인 가구의 비중도 2배 가까이 늘어 59.5%에 이를 정도다. 


반드시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반드시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뿐만이 아니다.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급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산 및 양육의 사회·문화적 환경 분석’(박종서·변수정·조성호·기재량·박건, 2014) 자료에 따르면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 없다’고 답변한 비율이 1991년 8.5%에서 2012년 54.1%로 훨씬 높아졌을 만큼 출산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준비생 전시영(29·가명) 씨는 “저도 요즘 언론들이 말하는 삼포세대, N포세대지만 다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죠. 하지만 결혼은 해도 아이는 조금 생각해볼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 부모로 사는 건 정말 힘들잖아요.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내 시간, 내 돈, 내 삶 등 희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책들


한국 사회에서 출산에 대한 부담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출포자를 자처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육아=엄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보니 여성이 어렵게 직장을 얻어도 결혼과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면서 시나브로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즉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경력단절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경력단절 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으로 15~54세 기혼여성 942만 명 중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205만 3000명에 이른다. 전체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5명 중 1명은 결혼·임신·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한 셈이다. 그중 30대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37.5%, 20대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34.7%로 나타났다. 30대 경력단절 여성은 109만명으로 전체 경력단절 여성의 53.1%를 차지했다. 경력단절의 이유로는 결혼이 36.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육아 29.9%, 임신·출산 24.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유엔인구기금의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1인당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여성 평균의 2.5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여성 출산율이 낮은 곳은 마카오와 홍콩, 싱가포르 등 3개국에 불과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저출산국 대열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여성 평균의 2.5명의 절반에 불과한 초저출산 국가다. ⓒ베이비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여성 평균의 2.5명의 절반에 불과한 초저출산 국가다. ⓒ베이비뉴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청년 일자리 확충 ▲신혼부부의 주거 지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 ▲맞춤형 돌봄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들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수박 겉핥기식 계획들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건양대학교 대학원 보건복지학과 이영숙 교수(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는 “현대 사회는 가족보다는 개인의 삶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 이전에 비해 지위나 지적수준은 계속 높아지는데 이를 보완해줄 제도들은 부족한 편이다보니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좌절감,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지게 된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당근을 내밀기 보다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한 육아는 부모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또한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 저출산정책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무자녀 가족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정부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와 단체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므로 보다 안정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베이비뉴스는 ‘세상에 없던 임신 축하선물 해피박스’ 프로젝트(https://www.tumblbug.com/happybox)를 진행해왔습니다. 핀란드 임산부 지원 정책 ‘머터니티 패키지’를 참고해 기획한 이번 해피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이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정책이 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13일 자정 종료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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