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도장이 없으면 동그라미 치세요!"
투표하러 기표소에 들어간 이들이 투표에 사용할 도장이 없다고 외치자,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민간어린이집의 원장들의 모임인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의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는 자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선거관리위원들과 대의원들이 강당 앞뒤에서 한데 뒤엉켜 고성을 지르면서 다투면서 선거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민련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대강당에서 2016년 정기총회를 열고 제7대 임원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서울지역의 한 대의원 후보가 입후보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를 제기한 A 씨는 자신이 후보가 되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A 씨는 "자신이 평가인증 자격 문제로 입후보하지 못했는데,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요지로 말을 이어나갔다.
A 씨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자 선거관리위원장이 A 씨의 발언을 중지하려고 했다. 그때부터 자리에 앉아 있던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발언을 중지하지 말라며, 일부는 발언을 그만하라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이후에 상황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몇몇 의원이 자리에서 소리를 치던 수준에서 벗어나 강당 앞으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마이크를 서로 뺏으려는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한 대의원은 단독 입후보한 장진환 회장을 향해 "장진환 회장이 현재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를 왜 못하게 하느냐"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 대의원은 취재하는 기자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취재를 방해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책을 던져 취재를 방해하는가 하면 목에 건 방문증을 당기며 "어디에서 왔느냐"고 따졌다. "이런 모습을 왜 취재하느냐"는 것이었다.
기자가 정당한 취재라고 설명했으나 대의원들은 협회 사무국장이 와서 진정시킬 때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사진과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 19일 이번 정기총회 개최에 대한 보도자료를 공식 배포하고, 본지 측에 취재를 요청한 바 있다.
싸움이 계속되면서 상당수 대의원이 빠져나갔다. 일부 후보들도 선거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그럼에도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를 진행했다. 그는 "감사하실 분, 손 드세요! 지금 입후보하면 당선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대의원들이 대부분 빠져나갔고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전 재석 인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시행되지 않았다. 보육대란, 누리과정 예산 논란 등 급히 해결해야 할 어린이집 정책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정작 어린이집 원장들은 집안 싸움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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