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떠나려는 사람 많아진 것은 우리나라에 희망 없기 때문"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을 벗어나고 싶어 이민을 고려해본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는 지난 1월 21일부터 1월 27일까지 전국 만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민’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9%가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9일 밝혔다.
◇ 10명 중 6명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삶의 여유 원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1%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57.9%)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전체 10명 중 6명 정도가 이 땅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20~30대 젊은 층(20대 66.8%, 30대 67.2%, 40대 62%, 50대 48.4%)과 진보 및 중도 성향 응답자(진보 76.3%, 중도 60.7%, 보수 39.6%)의 부정적인 태도가 뚜렷했다. 다만 성별(남성 60%, 여성 62.2%) 시각차이는 없었다.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데는 삶의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77.4%, 중복응답)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68.1%)과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65.6%)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전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 국민으로 살아보고 싶고(15.2%), 훨씬 부유한 나라에서 살고 싶으며(14.2%), 새로운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어서(12.3%)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대륙은 오세아니아(89.4%, 중복응답)와 북아메리카(86.7%), 유럽(86.3%)이었으며, 다시 태어나고 싶은 국가는 호주(50.1%, 중복응답), 뉴질랜드(49.8%), 캐나다(48.8%), 미국(38.1%), 스위스(35.5%) 순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이유로는 내 가족과 조상들이 살아온 나라이자(47.5%, 중복응답), 대한민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44.5%)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뚜렷한 4계절과 자연환경(42.3%),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선호(36.2%),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32.1%) 때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76.9% “이민 고려해본 적 있다”…여유로운 삶 기대 & 소득 불평등 때문
다시 태어나고 싶은지의 여부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민’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76.9%가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 7.7%, 한 번쯤 생각해봤다 69.2%)한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이 땅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로, 지난해 같은 조사(76.4%)와는 차이가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한번쯤 이민을 생각해본 경우는 젊은 층일수록 많았으며(20대 73.6%, 30대 70.4%, 40대 68.8%, 50대 64%), 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한 응답자는 40대(10.8%)에서 가장 많은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이민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응답은 전체 23.1%로 적은 수준에 그쳤다.
이민을 고려하거나, 떠올리는 배경 속에는 복지정책이 더 잘 갖춰진 국가에서 살고 싶고(35%, 중복응답), 팍팍하지 않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는(34.6%) 마음이 크게 담겨 있었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및 소득 불평등 문제(34.1%)와 지나치게 과열된 한국사회의 경쟁구조(33.7%)가 이민을 생각해보게 된 중요한 계기였으며, 국가가 국민들을 위한다거나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33.7%)는 점도 큰 이유였다.
이민을 가고 싶은 대륙은 오세아니아(84.9%, 중복응답)와 북아메리카(84.8%), 유럽(76.6%), 이민을 가고 싶은 국가는 호주(57.5%, 중복응답)와 캐나다(57.1%), 뉴질랜드(52.1%), 미국(43.3%)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대륙 및 국가와 비슷했다.
다만 향후 이민계획의 수립여부에 대해서는 이민 고려자의 2%만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41.4%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한 상태라고 응답하였으며, 56.7%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민을 고민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57.6%, 중복응답)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언어문제나 음식문제로 고생할 것이 뻔하고(48.5%), 다른 나라도 사는 것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43.3%) 의견이 많았으며, 미우나 고우나 결국 내 나라이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37.2%)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10명 중 7명 “이민 떠나려는 사람 많아진 것은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기 때문”
이민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에서도 이민을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면에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전체 10명 중 7명(69.1%)은 이민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 비해 더욱 증가한(2015년 61.7%→2016년 69.1%) 결과로, 그만큼 한국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연령에 비해 30대 동의율이 가장 높은(20대 66.4%, 30대 78.4%, 40대 66.4%, 50대 65.2%)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더 이상 한국 사회의 장밋빛 비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고(2015년 50%→2016년 59.2%),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2015년 52.2%→2016년 57.2%)는 목소리가 커진 것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역시 30대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고(68.8%),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데(65.6%) 보다 많이 공감했다. 전체 76%는 내 자녀가 대한민국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살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 66.5% “좋은 기회 있다면 언제든지 이민 갈 의향 있다”
응답자의 66.5%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외국으로 이민을 갈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만 닿으면 이민을 가고 싶다는 바람은 젊은 층일수록(20대 72.8%, 30대 73.6%, 40대 64.4%, 50대 55.2%) 보다 뚜렷했다.
또한 대부분(77.3%)이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을 못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에도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치성향이 진보적일수록(진보 89%, 중도 78.3%, 보수 56.1%) 정부의 소통부재에 대한 우려가 컸다.
반면,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좋다거나(23.9%), 어차피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굳이 다른 나라에 가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다(23.2%)는 생각은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50대가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좋고(37.6%), 굳이 다른 나라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38%)는 생각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64%는 국가적, 사회적 문제보다는 ‘개인의 삶’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이런 의견은 증가한 것으로(2015년 58.7%→2016년 64%),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민을 갈 수도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절반 정도(45%)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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