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가족이 지켜야 할 덕목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이 지켜야 할 덕목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6.09.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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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연휴를 지낸 워킹맘의 생각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갓 명절연휴를 지나고 나서인지 여기저기서 시댁, 남편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자주 가는 맘커뮤니티에서도 명절을지내며 느낀 서운함과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 워킹맘인 경우 '똑같이 일하는데 왜 남자들은 명절 때 손하나 까딱 안 하냐', '시어머니는 왜 일하는 며느리를 하녀처럼 부리고, 자기 딸은 손에 물 한 방울 안묻히게 하냐' 등등.

우연히 지나가다 들리는 동네주민들의 목소리에도 불만의 기운이 한 가득이다. 아내, 며느리에 대한 불만은 물론 시댁을 넘어 친정에 대한 불만까지터져 나온다. 나 역시 친정 아버지와 명절에 절대 피해야 할 정치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성을 높일 뻔 했다.

아무리 친정 아버지와 딸 이라지만 성향과 세대가 다른 부녀가 명절에 건전한 정치토론을 하기란 무리였나 보다. 시댁,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험담이 아니라 친정아빠와 딸도 명절에 난상토론으로 서로를 비난했다. 어차피 정리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나 싶었다. 결국 불편하게 인사 드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명절을 포함해 민감할 수 있는 가족간의 이슈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현대를 살아가는가족들이 서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우리는 급격한 시대와 사회 변화를 경험해오면서도 유독 그 속에서의 가족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고정관념만큼은 변화시키지 못 해왔다. 더 이상 여자들이 집안 일을 하고, 남자가 바깥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절의 부엌일은 여자들의 몫으로 남기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면 집안을 무시하거나 전통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산다. 더 이상 가장의 역할이 남자에게만 국한 되지않는 것처럼 부엌일도 여자에게 국한되지 않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만 같다.

기타 인식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도 며느리가 친정에 일찍 가려는 것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착한 며느리, 현명한 어머니, 순종적인 아내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은연 중에 드러난다.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대와 상황이 바뀌고 역할도 바뀌었지만 이에 대한 인식만은 바꾸기 거부한 채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고 불만을 쏟아 놓는데 급급하고 억울하다며 검은 감정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해야할까. 특히 워킹맘이 많아 지는 요즘 시대에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이심전심’이라며 넘겨짚어 생각하기 보다는, 명확히 의사를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해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지켜야 할 덕목 4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첫째, ‘꼭 말을 해야 알아? 당연히 말을 안 해도아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마음부터 버리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를 관찰하고 마음까지 꿰뚫어 보기에는 너무나 퍽퍽한 삶을 살아간다. 워킹맘들은 시간부족, 에너지부족인 것도 모자라 과중한 업무로 인해 이미 넉다운이 된지 오래. 녹초가 된 몸과 마음으로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이심전심’할 기력까지 탑재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꼭 말로 정확히 표현을 해야 한다.

가족끼리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며느리니까 명절이니 언제까지 오겠지, 아내니까 말을 안 해도 알겠거니, 남편이니까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 주겠거니의 생각은 이제 버리는 것이 좋겠다. 정확히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정확히표현하는 것이 좋다.

자식이든, 남편이든, 아내이든, 형제든, 부모든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는 전통사회를 살아오던 조상들의 방식으로 현 상황을 착각하기 쉽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과 나를 동일인인 것처럼 오해하기도 하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다. 다들 살기 바쁘다보니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생각이나 감정은 모두 다르다. 말을 해도 모를 수도 있는데 말을 안 하면 당연히 모르는 것이다.

둘째,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봐주기 심리는 이제 버리는 것이 좋겠다. 한국의 고부갈등, 장서갈등, 부부갈등 등의 주요 가족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가족인데'로 시작한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쉬울 때는 '가족인데'하면서,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가족이라도'로 바뀌기 쉽다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괜찮겠지', '봐주겠지'와 같은 생각은 나이가 지나 성인이 되고, 결혼 후 독립해야 할 상황에도 계속 유지되며 '가족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가족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냐?'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가족이니까,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특히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셋째, '독립'과 '불효'를 구별해야한다. 고부/장서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독립해야 할 두 성인이 분리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다 큰 아들/딸이 성인으로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점을 인정하지 못 하는 시어머니와(또는 친정엄마) 성인이자 한 배우자의 파트너로서 독립된 가정을 꾸린 후에도 여전히 독립하지 못 하는 자식. 자식인데, 어머니인데 하며 독립적으로 해야 하는 의사결정, 사리분별을 아직도 배우자의 파트너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한다. 그러다보니 '독립'을 이야기하면 '불효'로 착각하는 것이다.

넷째,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은 그만 버리는 것이 좋겠다. 어른들은 여전히 말씀하신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그러나 착하게 사는 것의 정의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기대는 더 이상 적용되지않는 세상이다.(오히려 '혼자만 착하게 살면 '암'에 걸릴 수 있다'가 맞는 말을 수 있겠다)

합리적으로 사는 것이 서로를위하는 길이다. 가족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 누구 한쪽이 착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합리적이고 서로 폐를 끼치지 않고, 혹시 어느 한쪽이 도움을 주더라도 이에 대한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리를 해서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안하느니만 못하다. 합리적으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사는 것이 가족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올해 서른 여덟의, 14년 차 직장인이자 네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하여 치열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이다. 최근에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저글링 스토리 '워킹맘의 딸'이라는 책을 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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