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오재원 교수의 '우리 아이 튼튼하게'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에게 선식이나 야채만 먹이게 하는 등의 식이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얼마 전 오후 아이 엄마가 두 살 된 아이를 업고 응급실에 내원했다. 요즘 아이가 자꾸 잠만 자려고 하고, 힘이 없이 늘어져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밤마다 기침이 심해지더니 급기야 열까지 나서 찾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를 살펴보니 꽤 오랫동안 앓아온 아이처럼 눈꺼풀도 처져 있었다. 피부도 탄력이 하나도 없이 건조하고 꺼칠했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으며 양측 폐에서는 폐렴소리가 들려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양측 폐에 폐렴소견이 나왔다. 그런데 이상했던 점은 50~60년대 시절에나 보였던 구루병과 같은 소견을 보여 아이가 영양실조가 심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생후 5개월 이후부터 피부가 건조하고 진물이 나기에 찾았던 어느 한의원에서 아토피가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아토피 약과 한의원에서 만든 연고를 바르고, 이유식도 고기나 단백질 성분은 빼고 선식으로만 치료해야 한다고 해서 지금껏 한 번도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채식동물처럼 키웠던 것.
그 이유에 대해 물으니 아토피피부염은 원인이 단백질이기 때문에 단백질을 피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 나이에 맞는 영양과 성장발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시기를 지나면 나중에 아무리 천만금을 주고 돌이키려 해도 불가능하다.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해 보니 집먼지 진드기에만 알레르기가 있고 식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결국 그 아이는 어느 음식이나 다 먹어도 괜찮았고, 환경만 잘 관리해도 훨씬 좋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아토피피부염이라고 해서 모든 단백질이 원인은 아니다. 대부분의 단백질이나 영양소는 섭취해도 된다. 단,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 뒤에 원인 물질을 피하고 평소에 보습을 잘 하면 많이 호전될 수 있다.
최근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많다 보니 어설픈 지식으로 무책임하게 환자를 현혹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아토피를 검색해 보면 무수한 아토피에 관한 사이트들이 난무하고 있고 저마다 아토피전문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그런 사이트에 접속해 내용을 보면 여기저기서 좋다는 글을 무차별적으로 퍼온 뒤에 짜깁기해 놓다 보니 본인도 잘 모르는 내용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걸 보고 잘못을 지적을 하면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그냥 간단히 삭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레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런 글을 보고 옳다고 생각해 찾았다가 엉터리 치료를 받으며 돈만 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건강과 삶이 엉망이 되는 참담한 심정을 느낄 수도 있다.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기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대책이 없어 무방비로 아이 환자나 그 보호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칼럼니스트 오재원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로서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해외 논문 50여편과 국내 논문 110여편 발표하였고, 저서로는 '꽃가루와 알레르기', '한국의 알레르기식물' 등 10여 권이 있다. 특히 소아알레르기 면역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학술, 교육, 총무, 국제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세계알레르기학회 기후변화위원회, 아시아태평양알레르기학회 화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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