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쓰는 아이, 이렇게 달래요"
"떼 쓰는 아이, 이렇게 달래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6.10.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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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지 말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효과적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마트에 갔다가 예쁜 드레스에 눈이 꽂힌 나은공주.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인지 그 앞에 선 채 도무지 가려고 하지 않더군요.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입어보면 안 돼요?" 랍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원래 7만 5000원인데 세일해서 4만 9000원이라는군요.

화사한 핑크빛 드레스라 아빠인 제가 봐도 너무 예뻐서 사주고 싶더군요. 하지만 마트는 레인 부츠를 사러온 것이고 옷을 살 계획은 없었습니다. 아내는 차마 그 자리에서 "안 돼!"라고 잘라 말하지는 못하고 "이건 면이 아니라서 나은이가 입으면 가려울텐데 그래도 좋아?"라고 슬쩍 떠보지만 이미 드레스에 마음이 완전히 꽂힌 여섯 살 짜리에게 '면'이 무엇이며 입으면 가렵다는 말이 와 닿을 리가 없죠.

아내는 사고 싶어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면서 사줄까, 말까 망설입니다. 저는 "나은이가 그거 입고 싶구나. 아빠가 이번 크리스마스 때 사줄께. 그런데 아까는 크리스마스 때 반짝이 목걸이 사달라고 했는데 나은이는 이거 사고 싶어? 목걸이 사고 싶어?"라고 묻자 "이거! 목걸이는 집에 많이 있잖아"라네요. 아까는 목걸이가 그렇게 사고 싶다고 하더니 어느새 잊어버렸나 봅니다. 아내도 재빨리 눈치를 채고 옆에서 거듭니다. "나은이는 좋겠구나. 아빠는 사준다고 하면 약속은 반드시 지키잖아"

조금 전만 해도 드레스 안 사준다고 입이 삐죽삐죽 하던 나은공주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더 이상 떼를 부리지 않고 신나게 걸어가더군요. 사실 저도 순간적으로 사줄까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계속 떼를 썼다면 마음 약한 저로서는 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주지 않는 것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절제'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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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난감이건 선물이건 왠만해서는 잘 안 사주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돈이란 귀한 것이며 누구나 다 가지고 싶지만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죠. 물론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않습니다. 인간은 욕구의 동물이니까요. 따라서 어릴 때부터 돈의 소중함과 자기 절제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풍요로운 시대에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라면 너무 쉽게 얻다보니 돈의 귀함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떼 쓰는 아이를 무작정 윽박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큰 어른이라도 절제가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자기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이 갖고 싶은 걸 갖고 싶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아이가 사달라고 한다고 "너는 맨날 입만 열면 뭐 사달라고 하냐", "집에 옷이 적냐" 따위로 나무래거나 "다음에 사줄께"라고 뻔한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오늘 말고 생일 때나 크리스마스 등 선물을 주는 날을 정해 "그날 네가 사고 싶은 것을 고르면 아빠가 꼭 사줄께"라는 선택권을 주면서 구체적인 약속을 하는 것이 아이를 설득하기 쉽습니다. 물론 한번 한 약속은 그게 언제가 되건 반드시 지켜야겠죠. 부모와 아이와의 신뢰관계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인 양육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나은공주는 여지껏 무리하게 떼를 부리는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제 생각으로는 타고난 얌전한 기질 탓도 있지만 이런 양육 방법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주변 아빠들 중에는 육아와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빠들은 눈에 보이는 뭔가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서 과중한 부담을 느끼거나 바쁜 직장 생활로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빠 육아라는 것이 별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아이의 자존심과 인격을 존중해주면서 사리분별을 가르치는 것.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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