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기한의원 인천점 임정빈 원장
아토피로 고생하는 4살 아이와 함께 부모님께서 내원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태열이 있었고, 태열이 나타난 이후 지금까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도 그런 아이를 케어하는 부모님도 많이 힘들고 지쳐 하신 상태였습니다.
이런 아토피 환아와 부모님을 뵐 때마다 항상 가슴이 아픕니다. 아토피는 부모님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의 잘못도 아니며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부족한 부모인 걸까’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아이는 아이대로 ‘내가 아파서 엄마아빠가 힘들고 화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주눅들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유아기 아동들은 특히나 이제 말을 시작해서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아직 이성보다는 본능이 더 강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가려우면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이 가서 계속 긁게 되고, 부모들은 아이의 피부에 상처가 나고 진물이 나는 것을 보며 속상한 마음에 아이들을 혼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화를 내는 부모님을 보고 본인이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아서 정서적으로 움츠러들게 되기 때문에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아토피는 증상 자체뿐만 아니라 아이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정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런 아이와 부모들이 함께 내원하실 때마다 항상 제가 말씀 드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긁지마!”라고 이야기 하지 마세요. 대신 “가려워서 힘들구나~ 연고 발라줄게”라고 이야기해주세요. 또는 “00이가 가려울 때 차갑게 해주면 괜찮았었는데, 냉찜질할까?”라고 말해주세요. 어느 순간 아이가 스스로 긁지 않고 가려울 때 “연고 발라주세요~”라고 말하면 칭찬해주세요.
유아기 아이들은 아직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나는 나쁜 아이’,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아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려워서 긁는 걸 본다고 하더라도 혼내지 마시고 가려워서 힘들어하고 있음을 공감해주고, 연고나 냉찜질 등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어느 순간 그 과정을 익혀 연고나 냉찜질을 요청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은 것에 대해 칭찬을 해주고 지지해주면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유아아토피를 가진 아이들 관리에 관한 말씀뿐 아니라, 부모님께도 꼭 말씀 드리는 것들이 있는데요, 바로 “아이가 아픈 것은 부모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꾸준하게 관리한다면 아이가 면역시스템이 잘 갖춰지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우울해하지 마시고 지금처럼만 잘해주세요”라고 말씀 드립니다.
요즘은 아토피에 대한 정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부모님들이 아토피에 대해서 잘 알고 관리도 정말 잘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인 제가 더 이상 첨언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부모님이 굳건하고 긍정적이어야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설사 부족한 것이 있다면 함께 채워나가면서 그렇게 관리하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주세요.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