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산 함소아한의원 윤종현 대표원장
더위의 끝이라는 말복이지만 폭염의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니 체력이 떨어지고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쐐 부작용으로 냉방병이나 여름감기가 걸리기 쉽다. 특히 아이들은 더운 곳에서 오래 놀면 체력은 떨어지고 몸에 열이 쌓여 더위를 먹기 일쑤다. 꼭 일사병이나 열사병이 아니더라도 땀이 유난히 많이 나고 찬물만 찾거나, 식욕을 잃으며 짜증이 는다면 더위 먹은 증상일 수 있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서병’이라고 한다.
서병은 겉으로 봤을 때 더위에 짜증을 부리는 것으로 오해해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서병이 가을까지 지속되면 두통이 잘 생기고 밥을 먹다가 헛구역질을 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복서’라고 한다. 더위를 먹은 상태에서 아이의 몸은 자동차가 정지해 있어도 엔진을 계속 가동하는 것과 같다. 에너지소모가 지나치게 많아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잔병치레가 잦아지는 것. 특히 가을과 겨울 찬바람에 가래가 목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캑캑거리는 기침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병이나 복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침을 꼭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존내 사물가간(精氣存內 邪不可干)’이란 말이 있다. 체력이 있으면 나쁜 기운이 몸을 침범하지 못한다는 말로, 더위 역시 마찬가지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로 더워지는 낮을 맞이하면 체력이 떨어진 몸속으로 더운 기운이 침범하기 쉽다. 따라서 더울수록 간단한 식단이라도 아침 식사를 꼭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열을 풀어주는 제철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대표적으로는 수박이나 참외가 있는데 수분이 많고 성질이 차갑다는 특징이 있다. 멜론이나 자몽, 망고 등도 좋다. 특히 수박은 위와 장의 열을 식혀주고 소변 배출을 도와 속열을 풀어준다. 유달리 피부가 뜨끈뜨끈한 아이들은 수박의 흰 부분을 섭취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냥 먹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채반에 받쳐 비닐을 씌워 냉장고에 2~3시간 정도 두면 물기가 빠지는데, 이 상태에서 오이 무치듯 무쳐 나물로 먹으면 된다.
덥다고 너무 실내에만 있기보다 해가 떨어진 후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몸속에 물기운이 쌓이기 쉬운데 속열이 물기운과 합쳐지면 습열이 생겨 열을 식히기 어렵게 된다. 물이 담긴 주전자보다 담기지 않은 주전자가 더 빨리 식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녁시간에 1시간 정도 운동을 해 몸속에 물기운이 쌓이지 않고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 노는 등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더위가 얄미운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의 숙면. 여름이면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자다가 깨서 우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깊은 잠에 들려면 체온이 0.5도 정도 떨어지고 심장박동수도 1분에 5~10회 덜 뛰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의 속열이 많으면 체온도 잘 떨어지지 않고 심장박동도 그대로 유지돼 깊은 잠에 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잠자리에서 유독 예민해진다. 또한 자다가 자주 깨서 칭얼대고 잠투정을 심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4일 이상, 한 달간 지속되면 야제증을 의심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심장의 열을 풀어주는 자리에 침 치료를 하고 증상과 체질에 따라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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