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아이는 ‘라바’ 못 봐요?...시청연령에 둔감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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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는 ‘라바’ 못 봐요?...시청연령에 둔감한 부모들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7.12.06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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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설문] 어린이만화 시청등급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단 한 명이었다. 기자가 부모들에게 “자녀에게 TV 만화영화를 보여줄 때 시청연령등급을 신경 쓰면서 보여주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답변한 부모는 단 한 명, 김아무개 씨가 유일했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우리 아이가 보는 TV 만화영화 등급 알고 계신가요?’라는 손 패널을 들고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뽀로로파크 잠실점을 찾았다.

뽀로로파크에서 기자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에게 손 패널에 적힌 여섯 가지 만화(애슬론 또봇3·헬로 카봇5·라바 시즌3·로보카폴리4·도라에몽·신비아파트)를 보여주면서 시청등급을 맞혀보라고 요청했다. 30명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청등급을 잘 모르는 부모가 태반이었던 것.

◇ 우리 아이가 보는 만화, 대부분 부모들은 무관심

상단 TV만화 라바, 하단 TV만화 신 도라에몽. ⓒ(주)투바앤, Fujiko-Pro,Shogakukan,TV-Asahi,Shin-ei,and ADK
상단 TV만화 라바, 하단 TV만화 신 도라에몽. ⓒ(주)투바앤, Fujiko-Pro,Shogakukan,TV-Asahi,Shin-ei,and ADK

가장 충격적인 점은 ‘도라메몽’과 ‘라바 시즌3’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었다. 도라에몽의 경우 실제는 전체관람가지만 대부분 부모들은 12세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15세 이상일 것이라는 답변도 7명이나 됐다. 특히, 도라에몽은 설문에 응답한 30명의 부모들 중에서 단 2명만이 시청연령을 맞혔다.

라바 시즌3의 경우는 부모들 대부분은 전체관람가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재능TV 라바 프로그램의 시청연령은 7세 이상이다. 설문조사에선, 12세 이상일 것이라는 답변도 6명이나 됐다. 정답을 공개하자 몇몇 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당황해 하기도 했다.

헬로 카봇5의 경우는 7세 이상 관람가지만 전체관람가일 것이라는 답변과 13 대 17로 팽팽함을 이뤘다. 애슬론 또봇3·로보카폴리4·신비아파트의 경우에만, 거의 모든 부모들이 시청연령등급을 맞혔다.

요즘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에게 틀어주는 만화 ‘라바 시즌3’, ‘헬로카봇5’, ‘애슬론 또봇3’ 등은 ‘7세 이상 시청가’다. 하지만 실제로 엄마들은 어린이 TV 만화영화 시청등급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이번 현장설문에선,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기자가 부모들에게 ‘시청연령등급을 고려해 아이에게 TV 만화를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 부모들은 '아이가 즐거워해서 보여준다'고 답했다.

이아무개 씨는 “시청연령 등급을 신경 써본 적은 없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니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모는 6개의 TV만화영화 등급을 묻는 조사에서 단 한 개의 만화시청등급만 맞혔다.

아들 하나를 둔 아빠 김아무개 씨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게 TV 만화영화 시청연령 등급에 대해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평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들 하나를 둔 아빠 김아무개 씨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게 TV 만화영화 시청연령 등급에 대해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평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요즘 애들 만화는 과격적" 이런 생각 가진 부모는 소수

“저는 시청연령등급에 맞는 만화만 보여주고 있어요.”

시청연령을 고려해 아이에게 만화를 보여주고 있는 부모는 딱 한명이었다. 아들 하나를 둔 아빠 김아무개 씨는 다른 부모들과 다르게 TV 만화영화 시청연령 등급에 대해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평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시청연령등급 기준자체가 낮아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7세 만화를 가끔씩 보다 보면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요즘은 노출시대라고 생각한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연령에 맞게 만화를 보여주더라도 보이지 않게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에서 간접적으로 친구들을 통해 등급이 높은 만화의 내용 등을 알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어도 부모라면 시청에 대한 경계선을 만들어주고 울타리를 쳐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부모라면 알아둬야 할 시청연령 등급 기준

그렇다면 시청등급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는 걸까?

현행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제3조제1항의 등급분류기준에 따르면 전체관람가 기준은 주제 및 내용이 취학 전(7세 미만)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의 시청자가 시청하기에 부적절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폭력적선정적 표현 또는 부적절한 언어사용이 없는 것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아니하는 특정한 사상종교풍속 등과 관련해 모든 연령의 시청자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유해한 표현이 없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7세 이상 시청가의 경우는 주제 및 내용에 7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유해한 표현이 있어 보호자의 시청지도가 필요한 것을 비롯해 ▲폭력묘사가 상상의 세계에서 또는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다뤄진 것 ▲일상적인 애정표현을 넘어서는 신체의 노출이나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없는 것 ▲어린이의 바른 언어습관 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은어, 속어, 저속한 유행어 등이 사용되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 연령에 맞지 않는 만화,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

연령에 맞지 않는 만화를 보여줬을 때 유아에게는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

인하대학교 교육학석사학위청구논문 ‘텔레비전 만화영화의 시청과 유아의 공격성과의 관계 연구’(2004년 8월, 저자 양순의)에 따르면 액션과 무협 만화영화를 많이 시청하는 유아는 공격성이 다른 유아보다 높았다. 반면 명작, 교육정보 만화를 시청하는 유아는 상대적으로 다른 유아보다 공격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조사됐다.

전문가들 역시 연령에 맞지 않는 TV 만화영화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전두엽이 발달한 13세 이상의 아동들은 TV만화에 나오는 행동들이 따라해도 되는 것인지, 안해야 되는 것인지 구별해낼 수 있지만, 유아기의 경우는 눈으로 보는 것을 다 진실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모방하거나 심지어 학습이 돼서 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소장은 부모가 지켜야 할 올바른 시청방법 두 가지를 제시했다.

권 소장은 “먼저 반드시 부모가 아이의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아의 경우 보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모가 만화를 옆에서 같이 보면서 올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별해줘야 한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아이 혼자 만화를 시청하게 되는 경우라면 만화가 끝나고 만화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시청한 것을 말하게 하며, 그 자리에서 옳지 않은 것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유아기는 미디어를 시청하는 데 있어서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경계나 저항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 TV 만화를 보여주는 것 자체로 아이의 미디어 의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디어 중독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올바른 시청지도를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성이 있어야 하고, 정확한 시관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요즘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TV만화를 보는 것에 있어서 아이에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 두는 것 같다. 아이의 TV 시청을 지도할 때는 반드시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컨텐츠를 제공해야 하고, 정확한 시간 관리를 해야 한다. 유아기는 혼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이인 만큼 부모는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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